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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남魔男 PL
앙상한 겨울 나무가 빽빽히 들어찬 산 속. 검은색 지프에 기대 선 남자가 짜증스레 휴대폰 슬라이드를 내려 닫았다. 전파 송신이 안되고 있다는 표시를 확인한 남자는 머리를 부여잡고 고통스레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는 '왼쪽 길'을 바라봤다. 밑동이 썩어 부러진, 성인 남자 두명이 끌어안아야 할 만큼 큰 나무가 그의 앞길을 암담하게 막고있었다.
남자는 손가락을 꼽으며 생각했다.
이 임무는 중요하다고 했고 네비게이션도 안되는 이 산골까지 전화로 물어물어 오는데 일곱시간이 걸렸으므로 지금 해가 지고 있는 이 시점에 서울로 돌아가는 것은… 무리다. 역시, 무리다.
모로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아무리 산골이라도 들어가는 길이 설마 혹시 이거 하나일까 생각하며 남자는 지프에 올라탔다. 어둠이 깊게 내려앉은 산길을 향해, 개조한 헤드라이트를 단 휘황찬란 지프가 전진했다.
붕붕붕.
마남魔男 01
고도로 전문화된 '조폭'이라는 직업은 어느새 양지와 버금을 이룰만큼 넓은 음지를 형성했고, 그 음지는 그들만의 세계를 구축한 채 꾸준히 세력을 넓혀나갔다. 오히려 묵인된 음지의 뒷거래와 전쟁은 양지를 평화로워 보이게 만들었다. 양지의 사람들은 생각했다.
에이 그거? 다 과장된 얘기잖아, 요즘 세상에 누가 총 칼 들고 싸우냐. 우리동네는 완전 조용한데.
시민의 무지를 위해 한몫 힘쓰고 있는, 대한민국조폭전문담당강력계JPG의 말단 최형사는 서류를 바라봤다. 얼기설기 그려진 약도, 약도의 끝은 저기 산 마루에 불빛이 반짝이는 집을 가리키고 있었다.
국민mc 국민배우 국민남동생 국민여동생 무슨놈의 국민어쩌고가 그렇게 많은지는 모르겠지만, 인물좋고 이미지좋고 뒷소문 좋은 연예인들이 많다는 GM엔터테이먼트의 음지에 존재한 아시아에서 열손가락안에 드는 큰 조폭기업 GM이 얼마전에 있었던 '전쟁'에서 크게 밀려났고, 그 GM의 행동실장이라는 자가 모든 책임을 지고 잠적했다는 내용이 회의의 주 내용이었다고 한다.
어쨌든, 입사 3개월차 최형사는 꾸벅꾸벅 졸다 자신앞에 내려진 서류를 봐야했다. 임무 : 도주한 행동실장을 잡아오라. 졸았기에 정확한 내용은 알 수 없었다. 까라면 까라. '학교선배'와 '군대상관'을 이은 먹이사슬의 최고 위치에 자리한 '직장상사'의 명령이었다.
혹시나 차소리에 눈치라도 챌 까 싶어 멀찌감치 차를 세워두고, 최형사는 산길을 걸어올라갔다. 목도 가다듬었다. JPG 구성원중 그나마 제일 그럴듯한 대학을 나온 자신이다. 할 수 있다.
쿵쿵, 문을 두드렸다.
" 형님, 계십니까. "
얼굴표정을 굳혔다. 태어나서 조폭을 제일 많이 만난 지난 3개월. 긴장으로 뻣뻣하게 굳은 자신에게 몸이 튼튼하겠다며 수도 없이 스카웃을 해오던 조폭형님들이 떠올랐다. 감사합니다 쌍칼형님, 칠룡이형님. 형님들이 아니었으면 이런생각은 못했을겁니다, 분명 이 안에 있는 그도, 자신을 신참으로 생각할 것이다. 실장님, 드디어 이 최형사가 한몫을 합니다!
문이 빼꼼 열렸다. 하얗고 갸름한 얼굴, 차름하게 내려앉은 검은색 머리칼‥ 어딘지 조폭의 행동실장이라고 보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곱상한 인상이다.
그의 미간사이가 좁혀졌다. 입을 다물게 만드는 어딘지 마음에 안든다는, 짜증스러운 표정이다. 어라, 이게 아닌가. 최형사는 어딘지 찾아드는 불길한 예감에 입술을 한번 핥았다. 설마 혹시. 정말, 설마 혹시.
" 잘못찾아온 것 같군. 난 당신같은 동생 둔 기억 없어. 가봐. "
보기드문, 쌍커풀 없이 찢어진 큰 눈동자에 자신이 얼핏 담겼다 생각하는 순간 문이 닫혔다.
최형사는 손가락을 꼽으며 다시 생각했다.
그 갈림길에서 이 동네까지 오는데 걸린 1시간까지, 이제 서울로 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여덟시간… 이미 해가 진지는 오래… 그래서 실장님이 새벽같이 출발하라고 하셨구나 라고 뒤늦게 직장상사의 조언을 생각해보지만, 명령이 아닌 이상 반항심으로 똘똘 뭉친 신참이 상사의 조언을 들을리 만무했다. 뒤늦은 후회를 하기엔 시간이 너무 늦고 배가 고팠다.
최형사는 다시 문을 두드렸다.
아까보다 조금 더 문이 열리며, 후광처럼 빛을 등진 그가 인상을 쓰고 있었다. 하얀 피부, 마른 입술, 그림자가 짙은 찢어진 눈과 검은 머리칼… 어딘지 백설공주에 나오는 마녀가 떠올라 최형사는 슬 웃었다. 저가 생각해도 바보같은 웃음에 웃음을 다시 지우려 할 때, 그 마녀… 아니, 마남은 입술을 열었다.
" 재워주는거 밥주는건 안돼. 돈하고 기름이 없으면 줄테니까 당장 꺼져. 난 지금 너 때문에 두번이나 흐름이 끊겨서 무척 짜증이 나고 있어. 어쩔래. 뭐가 필요해. 돈? 기름? "
… 최형사는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보니, 연료 깜빡이가 들어 왔었다.
" 아무래도 길을 잘못 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죄송하지만 저, 가스차라서… 가스는 없으십니까. 그리고 생쌀이라도 주시면 먹을 수 있는데, 지금 제가 하루종일 굶어가지고… "
그의 앞에 선 아까의 마남은… 자신의 마법거울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우신 분은 이웃나라 왕자님입니다' 이라고 말한듯한 표정을 지으며 최형사를 바라봤다.
" 저, 차가 고장나서 히터도 안나왔는데… 잠깐만 몸좀 녹이면 안되겠습니까."
잠시 말없이 자신을 위아래로 훑어보던 마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학교선배 앞에서도 군대상관 앞에서도 직장상사 앞에서도 챙길건 챙겼던 자신이다. 문을 열어주며 몸돌린 마남의 뒤를 따르며 냉큼 집안에 몸을 들여놓은, 최형사는 주변을 훑어봤다. 강원도 산 구석에 이런 별장을 짓고 살 정도면 꽤 부유한 집 자식인가보다. 하루가 아니라 일주일 정도는 빈대붙어도 되겠군… 이라 생각하며 최형사는 문을 닫았다.
그 문은, 정말 일주일동안 열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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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지은이 정금수 입니다.
1. 제목은 마남입니다. 마녀의 패러디, 이니 마녀와 비슷한 의미로 생각해주세요. 페로몬이 알싸하게 피어오르는 남자인겁니다.
2. 지인曰 니 나름딴에 코믹으로 밀려고 한 모양인데 니 안의 어두운 내면이 여전히 보이고 있어.,,. 예. 코믹물입니다.
3. 여왕수 머슴공 입니다. 그래서 '마남'이 수고 '최형사'가 공입니다. 하하하. 즐겁게 읽으셨으면 좋겠네요.
*091216 글씨크기 수정했습니다
첫댓글 궁금해!!!!!!!!! 언니 완전 재밌어 ㅠㅜ...얼른 다음편 써줘
언니... 고맙습니다. 다음편 썼어요. ;-)
헙, 이건 무슨 전개일까요.........궁금해요ㅠ.ㅠ!!!
본격 여왕수 머슴공의 달달물입니다. 감사해요. x-)
짜아식~!! 역시나 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징구약!!!!!!!!!!!!!
오오! 세상에 이런 글이 탄생하다니! 이 글은 BL계의 새로운 지표가 된다는데 제 전재산 버스타고 남은돈 250원을 걸죠. 다음 편도 기대대되네요! 잘보다 갑니다! 우리나라에 이런글이 탄생했다는게 믿기지 않아 눈물이 앞을 가리는 군요! ---오떄? 맘에 들엉?>_ㅇㅋㅋ
250원은 됐고 250000000000정도면 생각해보겠스니다. 고마워요 쭈압.
안녕하세요~~~~ 처음 보는건데 재미있게 봤네욬ㅋㅋ
글체이 성숙한데???ㅋㅋㅋ 아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