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제 451호 2000.10.25
Cloning the Endangered
멸종 위기의 동물 복제로 구하자
포유류 4분의 1이 사라질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과학자들은 희귀종 보존을 위해 최후 수단에 눈 돌려
Sharon Begley 기자
문제의 생명체가 태어나려면 아직 3주는 더 있어야 한다. 그렇지만 이 생명의 창조자는 벌써 ‘노아’라는 의미심장한 이름을 붙였다. 구약성서의 노아처럼, 곧 태어날 노아도 죽음을 앞둔 동물들을 구하라는 소명을 받았다. 우리가 아는 한 이 노아는 신의 도움도 받지 못한다. 노아는 들소 비슷하게 생긴 가우어라는 동물이다. 야생 가우어는 약 3만6천 마리로 줄었다. 노아는 가우어 중에서도 특별한 존재다. 멸종위기 동물 중 최초로 복제된 생명인 것이다. 계획대로 되면 노아는 다른 면에서도 첫번째 동물로 기록될 것이다. 노아는 전혀 다른 種인 젖소의 몸을 빌려 태어나게 된다. 생명공학기업 어드밴스트 셀 테크놀로지社(매사추세츠州 소재)의 로버트 란자 박사는 “노아는 최초로 다른 종의 난자와 대리모를 통해 태어나는 생물이다. 동물이 다른 종에서 복제된 새끼를 배고 낳을 수 있다는 산 증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복제는 사실 최후의 수단이다. 전세계의 야생동물 서식지가 줄어들면서 자이언트 판다·수마트라 호랑이·코뿔소 등 포유류의 4분의 1이 멸종위기를 맞고 있다. IUCN-세계자연보호연맹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1996년 이후 멸종위기 포유류는 1백69종에서 1백80종으로 늘었다. 멸종 직전의 영장류만 13종에서 19종으로 늘었다. 멸종위기 민물거북은 10종에서 24종으로, 조류는 1백68종에서 1백82종으로 늘었다. 환경보호론자들이 마법의 지팡이라도 휘두를 수 있다면 수렵행위와 야생동물 서식지 파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를 근절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에 환경보호론자들은 동물원에서 번식을 도모하는 차선책을 썼다.
먼저 오셀롯·호랑이·고릴라·개코원숭이 등의 시험관 새끼 계획이 고려됐다. 그러나 시험관 수정을 하려면 먼저 정자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고릴라의 정자를 채취하는 일이 쉽겠는가. 그래서 복제가 매력적 대안이 된다. 그리고 동물 중에는 번식능력이 없
는 개체도 있지만 복제는 어떤 개체든 가능하다. 복제를 이용하면 멸종위기 종의 유전적 다양성을 높이며 근친교배의 폐해를 막을 수 있다.
멸종위기 동물을 복제하는 절차는 1997년 복제양 돌리를 만든 방법과 기본적으로 같지만 세부적으로는 다소 차이가 있다. 란자 박사 연구진은 가우어 한 마리가 죽은 직후 피부세포를 떼어냈다. 연구진은 그 다음 도축된 보통 젖소에서 난자를 채취했다. 그들은 바늘로 젖소의 유전자를 담고 있는 난자의 핵을 제거했다. 그리고 가우어의 피부세포를 난자 속에 집어 넣었다. 적당한 전기충격을 주면 난자와 피부세포는 융합된다.
이 난자는 분열을 시작해 포배기에 이르렀다. 연구진은 이런 포배 여러 개를 아이오와로 운반해 대리모 젖소에 착상했다.
노아는 이 실험에서 살아남은 태아다. 융합세포 6백92개 중 81개가 세포 1백 개 정도의 포배가 됐다. 이중 44개가 대리모 젖소 32마리에 착상됐다. 도중에 유산 등의 문제가 생겨 노아만 살아남았다. 복제양 돌리 연구를 이끌었던 로슬린 연구소의 이언 윌머트는 “여기까지 온 것도 기념비적 업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종간 배아’(한 종의 유전자를 다른 종의 난자에 삽입해 만든 배아)는 윤리적 논쟁을 일으켰다. 1998년 어드밴스트 셀社는 한 연구원이 인간-젖소 잡종 배아를 만들었다고 발표했다. 당시 호세 시베이라는 연구원이 자신의 세포와 젖소의 난자를 융합했다. 그는 배아가 연구소의 실험접시에서 세포 5개로 분열할 때까지 길렀다. 그러나 윤리적 문제 때문에 실험을 멈췄다. 노아는 포배를 거쳐 완전한 태아로 자란 최초의 잡종 배아다. 이제 노아는 속눈썹·발굽까지 모든 신체부위를 갖추고 있다.
과학자들은 멸종위기에 처한 다른 종도 복제할 계획이다. 오듀본 멸종동물 연구소의 벳시 드레서는 복제를 하려면 적합한 대리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우어 배아를 가우어에 착상하고, 고릴라 배아를 고릴라에 착상해야 태아의 생존확률이 높아지겠지만, 멸종위기 동물 암컷을 고생스런 대리모로 이용하는 것은 현명한 방법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드밴스트 셀社는 번식이 매우 어려운 판다를 복제하려고 중국과 협상을 하고 있다. 美 국립동물원에서 죽은 판다 싱싱과 링링의 세포는 냉동돼 복제를 기다리고 있다. 이 세포는 올 가을 美 북동부에서 사냥꾼이 죽인 흑곰의 난자에 삽입될 예정이다. 대리모 역할은 생포된 흑곰이 맡을 것이다.
주라기 공원의 공룡처럼 이미 멸종된 생물을 복제하는 것은 아직은 공상과학영화 속의 이야기다. 그러나 란자는 얼마 전 스페인에서 멸종된 부카르도(야생염소 일종)의 복제허가를 받았다. 흔한 야생염소 아이벡스의 난자를 이용해 복제할 수 있다면 부카르도가 부활할 수 있다. 란자는 “내년 초여름에는 부카르도가 태어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야생동물보호협회의 유전학자 조지 아마토는 “대리모 수태는 유연관계가 가까운 종 중에서도 생식계가 잘 연구된 종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모든 멸종위기 동물에 이기술을 적용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과학이 이 일을 가능하게 하더라도 환경보호론자들은 첨단기술을 이용한 번식은 너무 비용이 많이 들어 그나마 부족한 예산을 더욱 고갈시킨다고 걱정한다. 그 돈을 다른 프로그램에 쓰면 수많은 동물을 살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드밴스트 셀社가 자사 특허기술을 동물원에 무료로 주더라도 한 번 복제하는데 6천∼1만5천 달러가 든다. 한 가지 큰 걱정은 복제에만 치중하면 바람직하지 않은 노아의 방주가 건조될 것이라는 점이다.
컨서베이션 인터내셔널의 러스 미터마이어는 야생동물 서식지가 줄어들면 희귀종을 복제해도 박물관의 박제와 다를 바 없이 동물원에서나 살아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마도 복제술로 노아의 방주를 채울 수 있다면 세계는 이 동물들이 상륙해 살 곳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젖소가 가우어를 낳고, 흔한 일런드(큰영양)가 희귀한 봉고(역시 큰 영양)를 낳고, 이하 등등의 세상은 아라라트山에 도착한 방주에서 동물들이 내려오는 장면보다 더 희한하게 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