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바람 살랑살랑 불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 때 실로암문학회에서 가을나들이를 간다는 연락이 왔다. 그런데 병원에 가는 날과 같았다. 일반의원이면 전날 가거나 다음날 가도 되는데 대학병원이고 미리 예약을 해 놓은 상태라 꼭 간다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나는 넉 달 전부터 빈혈이 있어 조대병원에 다니고 있다. 지금은 헤모글로빈 수치도 많이 오르고 그만 다녀도 될 것 같은데 아닌가 보다. 일단 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사정 이야기를 했더니 그러면 전날 오란다. 생각했던 것보다 쉽게 해결되니 정말 기분이 좋았다.
당일 날, 어머니와 나는 아침을 든든히 먹고 모이라는 장소로 향했다. 김용목 목사님과 아는 사람 몇 분이 먼저와 계셨고 조금 지나니까 자원봉사자들이랑 많은 사람이 모여들었다. 버스도 두 대나 도착했다. 어머니와 나는 1호차에 탑승했다. 다 오르고 잠시 후에 버스는 순천을 향해 질주하기 시작했다. 얼마쯤 갔을까? 차창 밖을 내다보니 벼가 누렇게 익은 모습이 보였다. 그야말로 황금 색이였다. 나도 모르게 “어쩌면 쌀 나무가 저렇게 예쁠까!” 중얼거렸다. 도심에서는 보기 어려운 장면이라 자꾸만 눈길이 갔다. 차는 두 시간 정도 걸려서 목적지인 순천만갈대밭에 도착했다.
갈대와 갯벌, 철새들의 낙원인 순천만은 800만평 갯벌 위에 70만평의 갈대밭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국내 최대 규모 갈대군락지여서 그런지 참으로 넓긴 넓었다. 그리고 갈대밭을 구불구불 관통하는 나무데크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꼭 거실에 앉아서 갈대밭을 상상하는 것처럼 직접 갈대를 보고 있어도 실감이 나지 않는 그런 느낌이었다. 아무튼 좋았다. 기회가 되면 또 가고 싶다. 그때는 눈도 내리고 철새들이 날아드는 겨울에 가고 싶다. ‘얼마나 멋있을까?’ 생각만 해도 설렌다. 우리는 끝이 없을 것 같은 갈대를 따라다니며 갯벌에서 뛰어오르기도 하고 기는 짱뚱어와 게도 보았다. 혼자 왔으면 몇 시간이고 아니, 하루 종일 바라봤을 것이다. ‘생명이 대체 무엇이 길래 조그만 한 것들이 살아보겠다고 저렇게 움직이는 것일까?’ 참으로 신기했다.
다 구경하고 우리는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향했다. 벌써 식당에는 맛있어 보이는 음식이 식탁마다 걸게 차려져 있었다. 배가 많이 고파서인지 다 꿀맛이었다. 점심을 맛있게 먹고 마지막 장소가 되는 태백산맥문학관으로 가기 위해 우리는 다시 버스에 올랐다. 도착해서 입구에 들어서니 “문학은 인간의 아름다운 삶을 위하여 인간에게 기여해야한다.”라는 글귀가 보였다. 소설 태백산맥은 전체4부인 10권으로 구성 되어 있고 4년간의 준비를 거쳐서 6년 동안 집필했다고 한다.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다. 그처럼 오랜 세월이 흘러서 태어난 작품인데 난 별생각 없이 한 번 보고는 책장 구석에다 대충 꽂아 두었다. 언제 읽었는지 내용도 기억에 가물가물 하다. 가치가 높은 책이기에 다시 한 번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문학관에는 조정래 작가가 육필한 원고가 탑처럼 쌓여 진열장에 전시 되어 있었다. 작가와 관련된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다 있는 듯 했다. 무슨 인연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느 수녀님이 손수 뜨개질을 해서 만든 스웨터도 있었다. 우리는 다 둘러보고 밖에 나와서 기념사진도 찍고 조금 쉬다가 각자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버스에 올랐다.
아무 사고 없이 즐거운 여행이 된 것은 많은 분들의 수고와 봉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몸이 불편한 우리들하고 한마음을 이뤘기에 진한 감동을 더 많이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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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여행들이 '나만의 여행'으로 여유롭게 진행된다면 깊이있는 삶으로 젖어들텐데 하는 아쉬움을 늘 갖게 됩니다. 낭만을 좋아하면 그대로 음률을 좋아하면 또 그대로 ... 인생을 다시한번 돌아보며 전진하는 계기로 말이죠. 즐거운 여행이셨다니 다행이네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늘 혼자하는 여행을 꿈꾸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에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혹시 나중에라도 저처럼 장애가 있는 사람이 아무 어려움 없이 여행을 할 수 있는 세상이 되면 그 때 여행다운 여행 한번 해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