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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함께 12·3 비상계엄 사태
결국 또 ‘담화 핵폭탄’ 쐈다…‘참모에 버럭’ 尹 불통의 끝 [계엄정국 타임라인]
카드 발행 일시2024.12.12
에디터
윤석만
12·3 비상계엄 사태
관심
계엄 관련 뉴스를 한 방에 풀어드립니다. 12·3 비상계엄 이후 대한민국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시계 제로. 많은 뉴스가 쏟아지는데 가짜뉴스도 섞여있습니다. [계엄정국 타임라인]이 매일 발생한 주요 사안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드립니다. 꼭 필요한 인사이트도 함께 제공합니다. 복잡한 일상에서 이슈의 흐름을 놓치고 싶지 않다면, 매일 오후 [타임라인]을 찾아주세요.
12일 윤석열 대통령이 12·3 사태 후 두 번째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오전 08시 20분
12·3 사태 열흘째인 오늘, 국정 시계는 아침부터 긴박하게 돌아갔습니다. 오전 8시 20분쯤 집무실로 출근한 윤석열 대통령이 30여 분간 청사에 머물렀습니다. 지난 7일 대국민 담화 후 닷새만의 출근이었습니다.
비슷한 시각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입을 굳게 다문 채 국회 기자회견장에 섰습니다. 그러고는 “조기 퇴진 의사가 없는 게 확인된 이상 즉각적인 직무정지가 필요하다”며 윤 대통령 탄핵에 대한 찬성 입장을 밝혔습니다.
대통령실은 촬영한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내보냈습니다. 윤 대통령의 담화는 모든 걸 당에 일임하겠다던 지난 7일 담화와 사뭇 달랐습니다. 내용도 강했습니다.
야당은 대통령의 헌법적 결단이자 통치행위인 비상계엄을 내란죄라며 광란의 칼춤을 벌이고 있다…야당이 탄핵하든 수사하든 저는 이에 당당히 맞서겠다.
12일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한동훈 대표의 '탄핵' 발언 뒤 친윤계 의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전민규 기자.
직후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는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한 대표는 다시 한 번 탄핵 의사를 표명했습니다. 그러자 의총장 곳곳에서 반말과 고성이 튀어나왔습니다. 결국엔 친윤계 권성동 의원이 원내대표로 당선됐고요.
오후 3시
국회 본회의장에선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죄 특검 법안이 통과됐습니다. 예상대로입니다. 친윤과 비윤으로 국민의힘이 분열됐기 때문이죠. 아울러 앞서 3차례나 부결된 김건희 여사 특검 법안도 함께 가결됐습니다.
오늘의 모습은 14일 오후 5시로 예정된 윤 대통령 탄핵안 투표의 향방을 짐작케 합니다. 이날 여당 내 빅샷들은 미묘한 변화를 보였습니다. 탄핵을 반대했던 오세훈 서울시장이 기존 입장을 바꿔 ”탄핵 소추를 당론으로 정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계엄정국 타임라인〈목차〉
📌윤 대통령 담화 "끝까지 싸우겠다"
📌한동훈 "사실상 내란 자백, 탄핵해야"
📌친윤 권성동, 한 대표 끌어내리나
📌김건희 특검도 통과, 14일 탄핵은?
당론으로 탄핵 반대를 외쳐온 여당 안에서 입장 변화가 일어난 이유는 무엇일까요. 자신의 거취를 당에 일임하겠다던 대통령은 왜 갑자기 결사항전의 뜻을 밝힌 걸까요. [계엄정국 타임라인]이 그 배경을 정리해 드립니다.
대통령 탄핵 기류 변화
지난 7일 대국민 담화에 나선 윤석열 대통령이 사과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탄핵에 대한 대통령실의 기류가 급변한 건 그제(10일)였습니다. 국민의힘 정국 안정화 태스크포스(TF)가 '내년 2월 또는 3월 하야' 방안을 제시했는데, 이에 대한 부정적 입장이 제기된 거죠.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2월 퇴진이든 3월 퇴진이든 조기 퇴진과 조기 하야에 반대한다"며 "탄핵을 하든 하야하든 도긴개긴이고, 윤 대통령의 주검 위에 새로운 정권을 세울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다음날 조경태 의원은 "대통령 본인이 법정 다툼을 통해서라도 한번 해보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고 밝혔고, 김종혁 최고위원도 "용산 관계자들과 접촉한 바에 따르면 어떤 경우든 하야는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 측이 탄핵 심판 법률대리인단을 꾸리고 있다는 소식이 흘러나왔습니다. 마침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구속되고,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이 긴급 체포되며 윤 대통령을 향해 수사망이 좁혀오는 상황이었는데…·
한동훈 ”대통령 담화 내란 자백“
12일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한동훈 대표. 전민규 기자.
어쩌면 처음부터 ‘임기 등을 당에 일임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약속은 일반 국민의 생각과는 다른 것이었는지 모릅니다. 대통령 자신은 비상계엄이 "대한민국의 헌정 질서와 국헌을 지키고 회복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란은커녕 합법적 통치행위라는 뜻이죠. (12일 대국민 담화)
결국 한동훈 대표 입장에선 "임기 등 문제를 당에 일임하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어긴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7일 담화 이후에도 박선영 진실화해위원장을 임명하는 등 인사권을 행사해 왔죠. "즉각적인 집무정지"도 이뤄지지 않은 것입니다.
대통령 담화 이후 국민의힘 의원총회는 난장판이 됐습니다. 친윤 권성동 의원과 비윤 김태호 의원 중 한 명을 원내대표로 선출하는 안건이었는데, 인사말에서 한 대표가 다시 한 번 대통령 탄핵 의사를 밝혔습니다. 담화에 대해선 "반성하는 게 아니라 지금의 상황을 합리화하고 사실상 내란을 자백하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아수라장 된 의원총회
12일 신임 국민의힘 원내대표로 선출된 직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권성동 의원. 전민규 기자.
그러자 친윤계 의원들이 고성을 지르며 항의했습니다. 반말로 소리치는 의원들까지 나오자 의원들 간 말싸움도 벌어졌습니다. 급기야 한 대표는 "임종득 의원님 당 대표에게 그렇게 소리지르며 이야기 하시면 안 됩니다"라고 경고했습니다. 앞서 여러 번 "경어를 써주십시오, 반말 하지 마십시오"라며 감정이 고조된 상황이었죠.
친윤계의 반발은 계속 됐습니다. "대표는 여기에서 주관적인 입장을 말씀하면 안 된다"(이상휘 의원), "수사 결과도 발표되지 않았고 또 재판이 진행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내란죄라고 단정하는 것은 서두른 감이 있다"(이철규 의원)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원내대표
각 당의 의원 대표를 뜻하는 말로 국회법상 공식 명칭은 대표의원이다. 의원총회에서 선출 또는 추대한다. 과거에는 원내총무로 불렀다. 현재는 예산, 법안 처리 등 실권을 쥐고 있어 당 대표와 함께 ‘투 톱’이다. 다만 전체 당원과 국민의 뜻으로 선출되는 대표와 달리 지역, 또는 계급 기반이 강한 정당의 경우 정파성이 강할 수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의 갈등이 컸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 대표가 의총장을 떠난 뒤에도 의원들은 진행 방식을 놓고 충돌했습니다. 김미애 의원은 토론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회의 비공개를 요구했고, 김상욱 의원은 "국민도 보셔야 한다"며 공개 진행을 제안했습니다. 결국엔 권성동·김태호 두 의원의 정견발표 후 비공개로 바뀌었습니다.
연설 직전 국민께 사죄하겠다며 무릎 꿇은 김태호 의원의 돌발 행동으로 의총장은 잠시 숙연한 분위기가 연출됐지만, 결론은 예상대로였습니다. 정견발표에서 "맞습니다 저는 친윤입니다"라고 밝힌 권성동 의원이 당선된 거죠. 전체 의원 108명 중 106명이 투표했고 권 의원이 72표, 김 의원이 34표를 얻었습니다.
친윤의 반격, 지도부 사퇴 시나리오?
지난 7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5명의 최고위원과 한동훈 대표. 중앙포토.
권성동 원내대표 선출 직후 친윤계는 다시 결집하는 모양새입니다. 구심점이었던 추경호 전 원내대표의 사퇴로 잠시 주춤했던 친윤계가 신발끈을 다시 고쳐맸습니다. 한 친윤계 의원은 의총이 끝난 후 "탄핵이 가결되면 (지도부) 사퇴는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선출직 최고위원 및 청년최고위원 중 4인 이상의 사퇴 등 궐위’가 발생하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해야 합니다. 현재 선출칙 최고위원은 친윤 3명(김재원·인요한·김민전), 친한 2명(장동혁·진종오)입니다. 그래서 며칠 전부터 "친한계인 장동혁 최고위원을 회유하려는 공작을 하고 있다"(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 11일 라디오)는 주장도 나왔죠.
탄핵이 예정된 수순인 걸 알면서도 친윤이 권성동 의원을 원내대표로 내세우고, 지도부 사퇴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이유는 뭘까요. 당 대표가 공석이 되면 원내대표가 권한대행을 맡고, 사실상 당의 ‘원톱’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설령 한 대표가 탄핵 표결 뒤 사퇴하지 않더라도 그가 대선에 출마하려면 당권을 내려놔야 하고요.
윤석열·김건희 특검 국회 통과
12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 중인 이재명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 김민석 최고위원. [뉴스1]
더불어민주당은 이날도 대통령의 행동을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김민석 내란특별대책위원장은 "헌정수호를 위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고 계엄을 기획했다는 발언은 극단적 망상이고 대국민 선전포고"라고 비판했습니다. 박지원 의원은 "미치광이에게 대통령직을 1초도 맡길 수 없다"며 격앙된 모습을 보였죠.
이어진 오후 본회의에서는 민주당 주도로 윤석열·김건희 특검 법안과 박성재 장관, 조지호 청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습니다. 이는 모두 예정된 수순이었습니다. 김건희 여사 특검의 수사 대상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명품백 수수 의혹, 명태균씨를 통한 20대 대선 경선 부정선거 의혹 등 15건입니다.
일반특검과 상설특검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된 내란 행위 상설특검은 대통령의 재의 요구권(거부권)이 없다. 반면 12일 처리된 일반특검은 대통령이 거부할 순 있지만, 재표결시 재석 의원 3분의 2가 찬성하면 가결된다. 상설특검은 검사와 수사관 35명, 일반특검은 60명이 파견된다. 수사기간도 일반특검이 더 길다. 앞서 통과된 상설특검은 일반특검의 내용과 같아 흡수·통합 예정이다.
윤 대통령 특검 법안의 공식 명칭은 ‘윤석열 정부의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행위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안’입니다. 당초 민주당은 지난 10일 같은 내용의 상설 특검을 통과시켰습니다. 이번에는 일반 특검으로 수사 기간이 더 길고, 투입되는 인력도 더 많습니다.
대통령이 재의 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지는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지금 분위기면 재표결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이탈로 통과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탄핵을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서 법리 다툼을 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 나올 수 있습니다. 오늘 담화에서 비상계엄이 합헌적 통치행위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대통령의 자기확신과 확증편향
지난 10월 대통령실에서 면담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당시 윤 대통령의 고압적 자세가 논란이 됐다. [사진 대통령실]
국회에서 윤 대통령과 김 여사에 대한 특검이 통과되고 14일엔 탄핵안 표결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 대로면 대한민국은 또 다시 대통령 탄핵이라는 국정 공백 상태를 맞이하게 됩니다. "탄핵하든 수사하든 당당히 맞서겠다"는 오늘 대통령의 담화처럼 탄핵은 이미 결정 난 것과 다름없습니다.
그렇다면 대통령은 왜 탄핵을 감수하고서라도, 비상계엄과 같은 결단을 내린 걸까요. 오늘 담화문에 답이 있습니다. 물론 대통령의 말처럼 야당의 정권 퇴진 선동, 탄핵 남발, 독단적 예산안 처리 등 사사건건 국정의 발목을 잡은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비상계엄과 같은 핵폭탄급 카드를 쓰는 건 상식을 벗어난 일입니다.
대통령은 ‘간첩이 암약하고 있고, 선관위의 선거 데이터 조작이 가능하며 조폭이 설치는 나라가 되면 어떻게 하느냐’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현 상황을 "사회 교란으로 인한 행정, 사법의 국가 기능 붕괴 상태"로 정의하고 "국민에게 망국의 위기 상황을 알려드리고자" 비상계엄을 선택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거친 표현과 그 내용에서 보듯 대통령의 현실 인식과 대안에 대한 판단은 국민의 상식을 벗어납니다. 이는 그 동안 무수히 제기된 대통령의 불통 성향과 관련이 깊습니다. 윤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쓴 소리를 싫어하고, 다른 의견을 제기하는 참모에겐 버럭 화를 내곤 했다는 증언들이 쏟아집니다.
나만 옳다는 독선이 민주주의 해쳐
최근 윤 대통령은 전화번호를 바꿨는데, 극히 일부에게만 번호를 공유했다고 합니다. 윤 대통령의 죽마고우로 알려진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바뀐 번호를 모른다”며 “예전엔 텔레그램으로 쓴소리라도 전했는데, 이젠 연락이 아예 끊긴 상태”라고 말합니다.
평소의 삶에서 보여 온 자기 확신의 태도가 대통령이 된 이후 ‘YES’를 남발하는 참모들만 곁에 두며 확증 편향이 강해진 거죠. 자신의 말을 잘 따르지 않는, 한 때는 가장 아끼는 후배였던 한동훈 대표와도 멀어졌습니다. 종국엔 비상계엄과 같은 현실과 동떨어진 독단적 결정을 내렸고요.
모든 개혁은 선의로 시작되지만, 다양성을 배척하고 정의를 독점하는 태도가 문제를 낳습니다. 민주주의 사회는 비상계엄과 같은 충격 요법이 아니라 상대적 단점들을 조금씩 보완해 가는 ‘점진적 사회공학’으로 발전합니다. 다수가 옳다고 믿는 생각도 언제든 다른 의견으로 반박될 수 있어야 하죠. (『열린사회와 그 적들』) 그렇지 않다면 종교적 맹신일 뿐입니다.
계엄정국 일지 (12월 12일)
0900 대통령 대국민 담화 ”비상계엄은 통치행위, 당당히 맞서겠다“
1000 국민의힘 의원총회 한동훈 ”국민 약속 어겨, 대통령 탄핵해야“
1100 대통령 담화 후 민주당 "극단적 망상이자 대국민 선전포고"
1130 원내대표 당선 친윤 권성동 ”지금 당론은 탄핵 부결하는 것“
1500 국회 본회의 박성재(법무장관)·조지호(경찰청장) 탄핵소추안 가결
1510 국회 본회의 윤석열(내란행위)·김건희(주가조작 등) 특검법안 가결
에디터
윤석만
관심
중앙일보 논설위원 [출처: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994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