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대2 상황에서 벌어진 최종국, 4지명 맞대결에서 티브로드의 김세동이 신안천일염의 온소진을 꺾고 챔피언결정전 1차전 승리를 결정지었다. |
진정한 '해결사'는 김세동이었다. 티브로드가 김세동의 결정타에 힘입어 신안천일염을 상대로 1차전 승리를 가져갔다.
20일 저녁 서울 홍익동 바둑TV스튜디오에서 벌어진 2013KB국민은행바둑리그 챔피언결정전 1차전 둘째날 경기에서 티브로드가 전날 2대1 리드의 여세를 몰아 신안천일염을 3대2로 물리쳤다. 3번기로 벌어지는 단기 결전에서 기선제압에 성공한 티브로드는 한 번만 더 이기면 정규시즌 1위에 이어 통합챔피언에 오르는 위업을 달성하게 된다.
■'쎈돌'의 사활 착각...해프닝으로 점철된 4국
사실 4국에서 끝날 뻔했다. 각자 1시간의 장고대국으로 치러진 이세돌-안국현의 대국에서 이세돌이 간단한 사활을 착각하는 바람에 불과 80여 수 만에 대마가 죽는 '사건'이 벌어졌던 것이다.
▲ 형과 아우이기도 한 신안의 이상훈 감독과 이세돌 9단이 착각이 나온 장면을 복기하고 있다. 최근 이세돌은 중요한 승부에서 착각이 잦아지며 팬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잡힌 대마가 워낙 컸기 때문에 이세돌은 즉각 돌을 던져도 무방했다. 하지만 팀 스코어 1-2로 뒤진 상황에서 자신의 항복이 곧 팀의 패배로 직결되기 때문에 이세돌은 차마 그러지 못했다. 그냥 아직 100수도 안 된 상황이니 좀 더 둬보자는 마음이었다. 한데 종국이 임박했을 무렵 이번엔 안국현 쪽에서 터무니없는 실수가 튀어나왔다.
안국현이 백 진영을 삭감하기 위해 무심코 한 칸을 뛴 것이 사건의 발단. 이로 인해 이세돌로부터 호된 끼움수를 당하면서 당황하기 시작했고, 이어 돌이킬 수 없는 착각이 나오면서 잡혔던 백대마가 거꾸로 흑을 잡고 살아가는 기막힌 사태가 펼쳐진 것이다.
"안국현 선수가 이세돌 선수보다 10배는 더 충격적인 착각을 했습니다."
"이세돌 선수에게 슬픈 드라마가 되는 순간에 더한 드라마가 벌어지네요."
"이세돌 선수의 애처로움 속에 저런 발톱이 숨어 있었나요. 뭐라 할 말이 없네요."
계속되는 목진석 해설자의 멘트는 안타깝다는 심정을 넘어 차라리 탄식에 가까웠다.
▲ 99퍼센트 이긴 바둑을 헌납하다시피 내준 안국현. 망연자실한 나머지 복기 때도 아무 말을 잇지 못했다.
▲ 스스로도 어이 없어하는 이세돌. 나중에 돌을 쓸어 담으면서 "단체전이라 어쩔 수 없었다."며 미안하다는 뜻을 전했다.
뜻밖의 결과에 당황한 사람들은 5국의 대국자들이었다. 신안천일염의 온소진은 "저에게도 둘 기회가 오네요."하면서 미소를 머금은 채 대국장에 들어섰다. 얼떨떨하긴 김세동도 마찬가지였다. 양팀 검토실은 일찌감치 검토를 중단하고 한담을 나누고 있던 터였다.
▲(김세동) "다른 데서 바둑을 보다가 축하해준다는 기분으로 나왔는데 오자마자 안국현 선수가 큰 실수를 해서 마음의 동요가 있었습니다."
(이상훈 감독) "안국현 선수가 다 이긴 바둑을 놓치는 바람에 당황했지만 김세동 선수를 믿었습니다."
■ 김세동의 강한 멘탈, 팀을 승리로 이끌다
첫날 2대0으로 앞서다가 믿었던 주장이 패했고, 다시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하며 2대2. 이런 흐름이라면 대개 역전되는게 정상이다. 하지만 이날 티브로드는 이런 거듭된 충격을 견뎌내고 승리를 안았다. 송태곤 해설자는 "김세동은 원래 낙천적인 선수다. 그런 강한 멘탈이 역전의 흐름을 이겨내고 승리를 가져왔다고 할 수 있다."는 말로 티브로드의 승인을 총평했다.
▲제5국. 김세동이 좌상 일단을 사석 삼아 우하쪽 흑에 맹공을 가하면서 승기를 잡았다. 생각지도 않은 4국의 역전패를 보고 들어간 사람이라곤 믿기지 않게 흔들림이 없었다. 중반 이후 반면 승부의 흐름이 지속되자 결국 온소진이 돌을 거뒀다.
▲ 4지명 '해결사' 대결에서 승리한 김세동. 정규 시즌에서도 네차례 최종국에 등판헤 모두 승리를 거둔 바 있다.
챔피언결정전 1차전을 지켜 본 느낌은 선수 운용의 폭이 넓은 티브로드 쪽이 아무래도 두터워 보였다는 것이다. 티브로드는 락스타 선수 김성진이 상대 2지명 강유택을 잡는 수훈을 세웠지만, 신안쪽에선 김정현을 제외하곤 뚜렷하게 부각된 선수가 없었다. 예상은 했지만 이세돌 9단의 내상이 생각보다 심각한 점. 정규시즌에서 맹활약했던 온소진이 포스트시즌에 와서 가라앉아 있는 것도 신안으로선 큰 걱정거리다.
반면 티브로드는 주장 조한승을 제외하곤 선수 전원이 고른 활약을 펼치면서 쉽게 뚫기 어려운 방패팀으로서의 면모를 확실히 했다. '이지현이 이기면 팀도 이긴다'는 공식은 포스트시즌에 들어와서도 어김없이 이어졌다.
챔피언 결정전 2차전은 휴식없이 21일~22일 속개되며 오더는 21일 오전에 발표된다. 2013KB국민은행바둑리그의 상금은 우승 3억원, 준우승 2억원, 3위 1억원, 4위 5,000만원이다.
▲ 가슴을 쓸어내린 티브로드 선수들이 모니터를 통해 최종국의 해설을 보고 있다.
▲ 신안천일염은 3국의 선전과 4국의 역전승을 승리로 연결시키지 못한 게 아쉬웠다.
사진ㆍ기사 협조 ㅣ 바둑리그운영본부(안성문 KB한국바둑리그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