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하면 기아의 두 외국인 투수에게 ‘최강’이란 수식어를 붙여도 되지 않을까. 지난 해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던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최강 원투 펀치 커트 실링-랜디 존슨에 필적할 만하다.
둘은 각기 다른 스타일로 기아 마운드를 굳건히 받치고 있다. 지난 24일 키퍼는 두산전 승리로 17승째를 거둬 한화 송진우와 함께 다승 공동 선두에 올랐다.
키퍼는 이날 승리로 역대 외국인 투수 최다승(2000년 LG 해리거) 타이를 이뤘다. 키퍼는 적어도 3차례 정도 더 선발로 등판할 예정이라 기록 경신이 유력하다. 키퍼는 직구 최고 스피드는 140㎞가 채 나오지 않지만 현란한 변화구와 칼날 같은 제구력을 바탕으로 성공 시대를 열었다.
시즌 초반 마무리로 뛰었던 리오스(30)는 지난 8월 선발 전환 후 더욱 빛나는 피칭을 하고 있다. 리오스의 주무기는 완급 조절과 150㎞에 육박하는 강속구, 그리고 완투 능력이다.
이상윤 수석 코치의 표현대로 하면 ‘선발 투수의 교본’과 같은 선수다. 필요할 때만 전력 투구를 할 뿐 뛰어난 완급 조절로 어지간해서는 무너지지 않는다. 덕분에 완투 경기가 많다. 리오스는 선발 전환 후 8경기에서 7연승 행진에 방어율 1.80을 기록 중이다.
그러나 정작 둘에게 더욱 큰 기대가 모아지는 무대는 바로 포스트 시즌이다. ‘똘똘한 선발 3명이면 단기전에서 일을 낸다’는 것은 야구계의 정설이다. 그러나 이상윤 코치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키퍼와 리오스 정도의 선수라면 둘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본다.
여기에 김진우나 최상덕까지 제 컨디션을 찾으면 우리 선발진은 단기전에서 최강이다”고 말했다. 역대로 해리거, 갈베스(삼성ㆍ2001년) 등 그 해 최고라 불리던 용병 투수들은 막상 포스트시즌에서는 큰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키퍼_리오스가 기아의 원투 펀치에 위치하고 마무리는 베테랑 잠수함 투수인 이강철이 맡는다. 애리조나의 마무리 김병현과 같은 모양이다. 기아의 한국시리즈 우승 꿈이 영글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