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이곳 중학교의 건강검진을 다녀왔다. 간단한 문진과 진찰을 통해 흔한 질병의 스크리닝과 유병률을 조사하는 일인데 총 150여명을 검진하면서 상당 수의 아이들이 한 두가지의 질병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중 드문 질환을 가지고 있는 아이도 간간히 있었지만, 의외로 많은 아이들이 척추측만증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조금 놀랐다. 그리고 그 놀라움을 트위터에 올렸는데 @whydontu @todaeg 님의 아이도 척추측만증이 걱정된다는 답변에 포스팅을 서둘러 보았다.(하지만 타고난 게으름에 정말 많이 늦었다.) 무엇보다 이번 포스팅을 통해 곳곳에 숨겨진 척추측만증 아이들이 서둘러 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1. 직립 보행 때문에 슬픈 사람아...
인간은 직립 보행을 통해 손의 자유를 얻었고 현대 문명을 일궈냈지만, 그 대가로 얻은 질환이 있으니 척추질환, 치질, 하지정맥류 등이 그것이겠다. 그리고 정확한 원인은 아니지만 척추측만증도 근본적으로는 직립 보행의 대가라고 볼 수 있는데, 위에 나열한 병들이 모두다 일상 생활에 고통과 불편함을 주고 미관상 악영향을 주는 질환인 만큼, well-being life의 무한도전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극복해야만 하는 질환이라 생각한다. 척추측만증(脊椎側彎症, scoliosis)은 말 그대로 허리가 측면으로, S모양으로 휘어지는 질환이다. 약 2.5%의 인구에서 나타난다고 하니 우리나라에도 100~150만명 정도 있으리라 추정된다. 생각보다 상당히 많은 숫자이다.
(동물은 척추측만증 및 자세에 대한 걱정이 없는 대신 네발로 다닌다. 참 현명하다. 출처)
2. 잘못된 자세 때문에 유발되는 것이 아닌가요?
척추측만증의 원인은 태생기에 척추의 생성에 문제가 있는 경우, 유전적으로 문제가 있는 경우, 근육병이나 소아마비 같은 질병에 의한 경우 등 다양하다. 원인이 있을 경우 경과가 훨씬 심하지만, 그만큼 빨리 진단되고 치료를 시작하게 되므로 여기서는 언급하지 않겠다. 하지만 대부분(85~90%)의 경우 특정한 원인 없이 성장기에 진행되며-이런 척추측만증을 청소년기 특발성 척추측만증(Adolescent idiopathic scoliosis, AIS)이라 함-, 증상 또한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늦게 발견될 확률이 높아 주의가 필요하다. 아주 드물게 허리 통증이 동반될 수 있고, 흉곽 형태의 변형으로 호흡에 문제가 생길 수 있지만 심하게 진행된 경우에 나타나는 증상이니, 허리 통증으로 척추측만증을 우선 의심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척추 측만증의 원인은 모른다. 다만 나쁜 자세에 의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다른 질환의 예방을 위해서도 좋은 자세는 중요하다. 출처)
원인에 대해 덧붙이면, 일반적으로 잘못된 자세나 무거운 책가방, 의자 등에 의해 유발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 연관된 증거는 거의 없다고 한다! 그런만큼 어린 환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일은 삼가토록 하자. 그런 오해의 시선이 없어도 척추측만증 환자는 충분히 괴롭다. 외모에서 받는 self-image 손상과 보조기를 착용하는데에서 오는 괴로움... 겪어보지 않은 자가 알 수 있겠는가? 보조기 착용이 너무 힘드니 그냥 허리가 구부러져도 좋다고 하소연 하는 아이도 보았다. 자세를 바로하라고 꾸중하기 보다는 심심한 위로와 격려의 한마디를 해보자. 훗날 당신이 뱃살로 고통받을 때 비난을 받기 보다 헬스장 정기권을 받을 가능성이 올라간다.
3. 진단과 치료는 어떻게 되나요?
(저 정도 변화라면 발견하기는 쉬워 보인다. 하지만 아이는 늘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출처)
(서있는 자세보다 더 작은 변화도 알아볼 수 있다. 조카들의 인사를 등뒤에 서서 받아보자. 출처)
우선 외형적으로 어깨의 불균형, 견갑골(어깨죽지뼈)의 비대칭, 골반의 뒤틀림 등이 있으면 의심을 한다.(이미 상당히 진행된 상태일 수도 있다.) 의심이 될 경우 일어선 자세에서 척추 X-ray를 찍어 Cobb's angle로 측정한 굴곡이 10도를 넘으면 진단을 내린다. 치료는 1)휘어진 각도와 2)진행속도, 그리고 3)뼈나이 등을 고려해 시작하게 된다. 왜냐하면 뼈가 성장하면서 병이 급속히 진행될 수 있고, 성장이 다 되면 진행하지 않기 때문이다. 치료는 대부분(90%)의 경우 정기적인 경과 관찰이며, 허리가 더 휘어지는 것을 막기위해 보조기를 착용하거나, 휘어진 각도가 크고 증상이 유발될 경우 수술로 교정할 수도 있다. 그 외에 다른 방법(추나요법, 척추교정술, 카이로프로텍 등)들이 많이 언급되나 효과가 미흡하다하니 유의해야 할 것 같다. 그 외 자세한 치료 방법에 대해서는 정형외과나 재활의학과 선생님과 상의하는 것이 좋겠다.
(좋은 경과를 위해 저런 보조기를 하루 23시간 씩이나 착용하고 있어야 한다. 출처)
명절때마다 내 아이와 조카들의 어깨를 유심히 살펴보자. 만약 한쪽이 쳐져있다면 척추측만증일 가능성이 높다. 단, 양쪽 어깨가 모두 쳐져있다면? 이성 문제거나 과중한 학업의 무게 때문일 가능성이 100%로다.
4. 한번 휜 허리는 계속 휘어지나요?
AIS의 경우 일단 뼈의 성장이 멈추면 더 이상 진행이 되지 않는다. 즉, 성인이 될 때까지 몇년간 관리와 치료만 잘 한다면 큰 걱정없이 남은 여생을 보낼 수 있다는 말이다. 그 외 전반적인 경과에 대해서는 Review 논문이 있어 역시 Abstract만 간략히 요약해 본다. (이쯤에서 눈치 채셨으리라 생각된다. 영어 울렁증이 있는 본인에게 full text는 힘들다.ㅠㅠ)
Adolescent idiopathic scoliosis: natural history and long term treatment effects. Marc A Asher and Douglas C burton, Scoliosis 2006 |
청소년기 특발성 척추측만증(Adolescent idiopathic scoliosis, AIS)는 허리가 10도 이상 휘어지는 경우를 말하며, 원인을 모르는 허리질환이다. 일생 인구의 약 2.5%에서 발견되는데, 그 중 10%에서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병이 진행된다.
AIS를 치료하지 않는다고 하여 사망률이 오르지는 않지만, 드물게 100도 이상 심하게 진행된다면 일찍 사망할 수도 있다. 숨이 가빠지는 증상 또한 나타나지는 않으나, 성장기에 50도 이상의 변형이 있거나 성인 시 80도 이상의 변형이 있을 경우 숨이 가쁠 위험도가 올라간다. AIS를 치료하지 않더라도 기능면에서는 정상인과 큰 차이가 없다. 통증의 빈도는 잦아지나 그 강도는 정상인에 비해 올라갈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자아상(self-image)에는 종종 안좋은 영향을 준다.(특히 어린 여자아이에게 심함) 다른 정신 질환에 주는 영향은 없으며, 허리의 변형이 아주 심한 경우 결혼이나 출산 같은 사회적 기능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비수술적 치료로 보조기 착용이 있으며 뼈의 성장이 1년 이상 남았고 허리의 굴곡이 25도~40도 사이일 경우 시행한다. 보조기 착용은 미착용한 사람에 비해 20~40%정도 병의 진행을 막아준다. 수술적 치료는 가장 심하게 변형된 부위의 척추를 기구를 써서 보정 후 고정하는 것이며, 보통 휘어진 각의 40% 정도가 보정된다.
20~28년 추적조사를 한 여러 연구결과를 종합하면, 보조기나 수술치료를 받은 사람 모두 정상인에 비해 기능이 떨어지고, 통증은 증가하지만, 더욱 심한 환자에 비해 볼 때에는 정상인에 가까웠다.
치료에 따른 위험으로는 보조기 착용에 따른 자아상 저하가 일시적으로 있다. 수술은 일반적인 주요수술과 비슷한 위험률을 가지며, 6~29%의 재수술율을 보인다.
AIS의 자연사와 장기적인 치료 효과에 대한 지식은 여전히 불완전 하지만, 치료와 관리 방법을 결정하는데에는 환자와 보호자에게 충분하다고 본다.
첫댓글 관세음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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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관세음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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