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강 하류를 거슬러
삼월 넷째 목요일 이른 아침 101번 시내버스를 타고 마산역으로 향했다. 역 광장으로 올라 번개시장 들머리에서 김밥을 마련해 동마산병원 앞으로 나갔다. 합성동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해 오는 함안 대산으로 가는 농어촌버스를 탔다. 버스는 서마산과 내서를 거치면서 회사원과 학생들이 타고 내리면서 칠원 읍내를 지나 종점인 대산 구혜에 닿았는데 남강 하류 강변 마을이었다.
올해 들어 함안 대산으로 몇 차례 걸음을 했다. 벗과 남강 건너 지정 야산을 올랐고 두곡리 이극로 생가를 둘러 박진교 건너 남지로 가기도 했다. 이후 평림에서 석산을 개발하는 산자락을 타고 들녘을 걸어 구혜로 나왔더랬다. 그 사이 혼자 구혜에서 하기 들녘을 에워싼 강둑을 따라 걸어 악양생태공원으로 갔다. 그날 악양루에 올랐더니 미세먼지가 짙게 끼어 시야를 가렸더랬다.
이번에 나선 행선지는 남강 하류를 거슬러 오르는 트레킹 구간이었다. 함안 대산 구혜와 의령 지정 마산 사이 남강에 놓인 다리가 송도교였다. 아마 지정 강변 마산동에 딸린 작은 마을이 송도인 듯했다. 함안 대산에서 의령 신반으로 통하는 국도가 확장 포장되면서 새로운 다리가 놓여 옛적 다리는 낡고 초라해 보였다. 이른 아침 강변에는 엷은 안개가 번져 운치 있는 풍광이었다.
송도교가 가로 놓인 남강 하류는 우리나라 전형적인 하천 모습인 사행천이었다. 뱀처럼 구불구불 흘러와 바위벼랑을 만나면 물길은 다시 굽이쳐 휘감아 돌았다. 야트막한 동산에 해당하는 산자락을 돌아가는 강변에 본래 찻길이 뚫렸으나 낙석이 우려되어 펜스를 둘러 차량 통행은 막아도 보행자는 다닐 수 있었다. 차량 통제 구간이 끝나는 지점에는 인부들이 잡목 제거 작업을 했다.
남강은 4대강 사업에서 제외되어 둔치 일부는 농경지가 보존되어 농사를 짓고 있었다. 상류로부터 물살에 실려와 켜켜이 쌓인 충적토는 기름져 농사가 잘 되어 마늘과 양파 생육 상태가 좋았다. 둔치를 따라 제방을 넘으니 성당마을이 나왔다. 성당은 꽤 큰 강마을로 보건진료소도 있고 그에 딸린 작은 마을로 백야와 다인이 있었다. 성당마을까지가 지정면이고 그 이후는 정곡면이었다.
강변 벼랑을 깎아 뚫은 정곡과 통하는 자동찻길을 걸어도 오가는 차량이 아주 드물었다. 벼랑 아래 강바닥 갯버들가지는 잎이 돋으면서 연녹색으로 물들어 갔다. 건너편 둑 너머 대산 하기 들녘에서 이어진 낮은 산들은 겹겹이 포개져 머리를 조아렸다. 벼랑길이 끝난 곳은 원호를 크게 그린 제방으로 둘러싸인 들판이 나왔다. 의령 정곡면 적곡으로 남강댐 건설로 홍수를 면한 옥토였다.
긴 제방을 따라 걸으니 정자가 나와 올라가 배낭의 김밥을 꺼내 먹으면서 들녘 풍광을 바라봤다. 쉼터에서 일어나 둑길을 따라가니 강 건너편 악양 생태공원은 함안천 샛강이 남강에 합류하는 악양루 벼랑으로 이어졌다. 적곡을 감싼 제방의 두 번째 정자에 올라 들녘을 바라보니 농부들은 마늘과 양파에 웃거름을 내고 농약을 뿌리느라 바빴다. 그 가운데는 베트남 아낙도 있었다.
적곡제 제방이 끝난 배수장에서 원당마을 앞의 제방을 따라가니 남강을 가로지른 백곡교가 놓여 있었다. 백곡 역시 의령 정곡면 강마을이었다. 정곡이라면 이병철 생가가 있는 면소재지 중교리가 더 알려졌다. 백곡교를 건너니 함안 법수였다. 둑길을 따라 내려가니 지난번 아라가야 답사 길에 저물녘 들렸던 악양 둑방이었다. 가뭄 끝에 봄비를 맞은 꽃양귀비는 잎맥을 바삐 키워갔다.
악양 둑방에서 들녘으로 내려가 북에서 남으로 뻗은 찻길을 따라 걸었다. 들녘은 온통 비닐하우스단지로 여름 벼농사보다 겨울철 특용작물로 일손이 바쁘고 농가 소득은 더 높을 듯했다. 수박을 많이 가꾸었다만 토마토와 파프리카도 보였다. 보도가 확보되지 않아 차량들이 질주하는 갓길을 따라 조심스레 걸어야 했다. 해가 중천에 있을 때 가야읍내에 닿아 마산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22.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