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녘과의 대화
이른 아침 기온 4°C .
아니, 이거 ! 서울 날씨 보다도 차갑겠네 .
가는 비까지 어깨에 후두둑 내려 앉습니다 .
아직 겨울 우기를 벗어나지 않았음으로 주머니에 넣어 온 작은 우산을 펼쳐들면 들판 옆 산책로를 걷는 적막과 평온이 결코 낯설지 않고 행복합니다 .
벌써 30여분을 걸었으니 저만치 쉴 곳이 보입니다 .
매주 세네 번은 잠시 쉬고 가느라 신세 지는 친근한 벗 .
맨손으로 물방울을 밀어내고 머언 들녘을 마주하며 木馬(벤취)의 허리께에 걸터 앉습니다 .
그는 이제 나를 반길 뿐만 아니라 며칠 걸르기라도 하면 섭섭한 마음으로 기다리기라도 하는 것 같이 느껴집니다 .
깔고 앉아서 대화는 공허하고 머언 들녘과만 나누면서 .ㅋㅋ .
山도 없고 지평선으로만 끝나는 들풀 가득한 평야의 끝과 하늘이 맞닿는 그곳,
길게 누운 구름 뒤에 어머니가 계시는 것이 아닐까 가슴에 옅은 진동이 오기도 합니다 .
들녘에게 묻습니다 .
이보시게 ! , 전지전능하신 주님은 어찌하여 세상에 희비와 선악을 함께 내놓으시며 질병과 건강을 교차시키고 ,
우리가 세상에 올 때에는 어머니와 함께 하도록 배려하셨으나 모든 인연을 끊고 세상을 떠날 때에는 홀홀 단신 혼자여야 하는가,
온곳은 어디이며 돌아가는 데는 어디인지,
이 큰 비밀을 유지하시는 뜻은 무엇일까 .
들녘이 대답합니다 .
" 이 넓은 터를 주시며 영원한 생명을 주신 내게도 말씀해 알려 주신 바 없는 뜻을 난들 어찌 남의 사정까지 알 수가 있겠나 .
모든 인간과 생물과 塵土와 공기는 어쩌면 永生을 잇는 세상(우주) 질서의 한 매듭으로 순환하는 찰나이기도 하며,
영혼으로 순식간에 우주를 나를 수도 있으니,
자네들에게는
서러움과 기쁨을 공유하는 세상 으뜸의 자리를 주신 것이 아니겠나 ."
그는 잠시 쉬었다가 말을 이어 줍니다 .
" 고난이 없이 행복을 어떻게 알 수 있으며, 부족함이 없이 만족의 넉넉함인들 어찌 알 수 있겠나 ."
" 사람들은 祈禱의 신비도 알며 평생의 반려도 짝 지어 주시지 않았는가 ."
또 잠시 말머리를 꾾었다가,
" 가장 큰 축복이 주어진 줄 알아야 하네 . 여든 해의 세월이 결코 짧기만 하고 모자라는 것만도 아니건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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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일어서서 집으로 향합니다 .
사색의 미로는 언제나 벗어날듯 아닐듯 요지경을 드려다 보는 재미일 뿐입니다 .
세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