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일본 도쿄국립경기장에서 열린 AFC 챔피언스리그 2023-24(이하 ACL) 16강 2차전 반포레 고후와 울산현대의 경기에서 울산 구단이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사실 이 경기는 울산의 원정이다. 홈에 비해 원정 구단 관계자가 할 일은 별로 없다. 하지만 울산 구단은 도쿄국립경기장을 거의 홈 경기장처럼 누볐다.
먼저 시작을 끊은 건 울산 김광국 대표이사였다. ACL 16강 2차전을 위해 일본에 입국한 김 대표의 첫 번째 일정은 도쿄가 아닌 고후 방문이었다. 김 대표는 나리타 공항에 도착한 이후 곧바로 차량에 탑승해 고후로 향했다. 그곳에서 김 대표는 반포레 고후의 클럽하우스 등을 참관하면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사실 경기 전날 김 대표의 고후 방문 소식은 모두를 놀라게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꽤 힘든 일정이기 때문이다. 고후 직원 대부분이 ACL을 위해 도쿄에 머무르고 있는 상황이었다. 연고지에 잔류한 직원들이 김 대표를 맞았다. 일본 현지 관계자들은 "나리타 공항에서 고후까지 차로 세 시간 반은 걸릴 것"이라면서 "쉽지 않은 여정일텐데 대단하다"라고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경기 당일이 되자 울산 구단 관계자는 미디어 관계자 대기실 한 쪽에서 무언가를 계속 정리하고 있었다. 알고보니 원활한 취재를 위한 자료였다. 울산은 K리그에서도 매 경기마다 현장 취재를 온 관계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자료를 제공한다. 하지만 이날 한국에서 경기장을 찾은 기자는 단 두 명이었다.
알고보니 울산 구단이 준비한 자료에는 빼곡히 일본어가 적혀 있었다. 한국에서 제공되는 자료를 모두 일본어로 번역해 준비한 것이다. 이 자료들은 차곡차곡 정리돼 일본 취재진에게 제공됐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자료를 받아든 일본 취재진의 표정에는 약간의 당황(?)과 놀라움이 섞여 있었다. 울산 구단 관계자는 "우리 팀 일본어 통역의 검수를 거쳐 자료를 준비했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