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산책(개정판)
류영하 지음
쪽수: 224쪽
판형: 127*188
ISBN: 979-11-6861-176-4 03810
가격: 18,000원
발행일: 2023년 9월 27일
책소개
당신이 몰랐던 홍콩을 걷다
홍콩학 교수의 유쾌하고 뾰족한 인문 산책
홍콩을 정체성의 관점에서 꾸준히 연구해온 류영하 교수의 인문여행 에세이 『홍콩 산책』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2019년 『홍콩 산책』 출간 이후 4년 여간 홍콩의 많은 것이 변했다. 과연 우리가 알고, 기억하던 홍콩은 어떻게 변하고 있고,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까? 홍콩 전문가 류영하 교수는 최근의 홍콩 상황을 추가하고 기존의 정보 중 수정된 내용을 『홍콩 산책』 개정판에 담았다.
이 책에는 저자가 30년간 홍콩을 연구하며, 살며, 여행하며 쓴 글들이 담겨 있다. 슬렁슬렁 비치는 홍콩의 불빛 사이를 느긋한 걸음으로 걸으며 관찰한 저자의 글에는, 홍콩에 대한 내공 깊은 시선이 뾰족하게 드러난다. 그가 오랜 시간 지켜본 홍콩의 모습을 담은 스무 가지 글을 읽으면, 저마다 다른 색을 지닌 홍콩의 면면들에 빠져들 것이다.
익숙한 것부터 낯선 것까지, 스무 가지 주제로 본 홍콩
『홍콩 산책』은 이제껏 우리가 알고 있던 화려한 홍콩을 답습하거나, 뒷골목의 이변적 모습에만 주목하지 않았다. 대신 다양한 홍콩의 모습을 20가지의 키워드에 담아, 5개의 부-「걷기」, 「타기」, 「먹기」, 「보기」, 「알기」-로 묶었다.
「걷기」에서는 빅토리아공원, 문무묘, 홍콩상하이은행 본사처럼 높고 빽빽한 홍콩의 빌딩과 그 사이의 여유로운 모습까지, 홍콩을 거닐다 만나는 풍경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타기」에서는 이층버스, 전차 등 홍콩의 정서를 대변하는 교통수단에 대해 말한다. 「먹기」에서는 홍콩 문화의 포용성을 상징하는 음식 딤섬,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 차찬탱 문화 등 홍콩의 식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보기」에서는 심포니 오브 라이트, 서언서실, 청킹맨션처럼 홍콩의 유명 관광지와 특별한 장소에 대해 말한다. 「알기」에서는 광동어, 홍콩인, 자본주의와 같은 홍콩의 정체성과 미래에 주목한다.
홍콩보안법 발효 이후 혼란의 홍콩 사회를 들여다보다
홍콩 역사 전문가 류영하 교수는 ‘홍콩역사박물관’의 문제를 다룬 전작 『중국 민족주의와 홍콩 본토주의』에서 중국이 왜곡하고 있는 홍콩 정체성을 살펴보고, 바람직한 중국-홍콩 관계는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한 바 있다. 이번 책에서는 중국의 ‘다시, 국민 만들기’ 아래, 고군분투하고 있는 홍콩을 들여다본다. 저자는 홍콩인들을 ‘교육’하려는 중국과 그럴수록 거센 반감을 보이는 홍콩 사회를 말하며, 자유와 정체성에 대한 물음을 띄운다.
도시의 역사와 문화를 함께 탐구하는 ‘도시 인문 여행’을 떠나자
먹거리, 볼거리로 만족하는 여행을 넘어 테마 여행을 즐기는 사람이 늘고 있다. 『홍콩 산책』에서 저자는 소비의 도시로만 인식되던 홍콩을 식민주의와 자본주의의 결과물로서 접근해 바라본다. 책 속에서 화려한 야경의 이면에 있는 정부의 고지가 정책을 지적하고, 때로는 차 한 잔에서 홍콩인의 심방(心房)을 엿본다. 그의 시선을 따라, 함께 홍콩 인문 여행을 떠나보자. 홍콩을 꿈꾸는, 홍콩을 여행하는, 홍콩을 추억하는 당신과 함께, 『홍콩 산책』.
책 속으로
p.7
2023년 7월, 홍콩에 다시 갔다. 코로나로 길이 막힌 지 4년만이었다. 홍콩과 홍콩 사람들은 많이 변했다. 홍콩인들은 떠나고 있었고, 친구들은 말을 조심했다. 반면에 보통화(표준어)에 대한 거부감이 훨씬 줄어들었다. 한때 보통화를 사용하는 중국인들에게 살벌한 적대감을 보였다면, 이제 홍콩인들은 그들을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더불어 야경도, 쇼핑센터도, 딤섬도 여전했다. 그렇다면 홍콩은 망했을까, 아닐까?
_「개정판을 내며」
p.36
나는 초고층 빌딩의 숲 속에서 중국 전통 가옥 형태로 보존되고 있는 ‘문무묘’를 보면서, 이것이 홍콩의 매력이구나 한다.
땅값이 매우 비싼 도심 한복판 초고층 서양식 빌딩숲 속에서, ‘문무묘’는 중국식 전통 가옥 형태로 당당하게 ‘그래 덤빌 테면 덤벼보아라’ 하는 자세로 꼿꼿하게 자리 잡고 있다. 도심 속에 존재하는 ‘문무묘’의 이미지만으로도, 홍콩이 ‘동서양의 문화가 만나고 조화롭게 공존하는’ 공간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유를 알 것 같다. 그것이 홍콩이 홍콩답게 유지되는 이유일 것이다.
_「모든 신의 미팅 포인트: 문무묘」
p.88
버스 요금에서도 알 수 있듯이, 홍콩은 정확한 사회였다. 영화관에서도 모든 관객들이 원하는 중간 뒤 자리는 돈을 더 받았다. 홍콩은 식당에서도 정확했다. 거의 모든 메뉴를 작은 그릇으로 주문할 수 있었고, 먹고 싶지 않은 음식이 따라오는 경우는 없었다. 한국의 식당에서는 나의 선택 여부와 관계없이 수많은 반찬이 나온다. 나는 언제나 먹고 싶지 않는 반찬은 돌려보낸다. 그것이 환경보호도 되고, 식당에도 도움이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찬 몇 개를 돌려보내도 밥값을 깎아주는 법은 없다.
홍콩에서는 버스를 오래 타면 그만큼 돈을 더 내야 하고, 영화를 좋은 자리에서 편하게 보고 싶은 만큼 돈을 더 내야 하고, 식당에서 야채 한 접시를 먹으려면 따로 돈을 내야 하고, 아파트 주차장도 따로 사야 한다. 돈이 정확하게 요구되는 자본주의 사회다.
_「홍콩 자본주의의 실체: 이층버스」
p.130-131
나는 홍콩에서 흔한 ‘완탕면(雲吞麵’)을 먹어보고 가짜 완탕면에 속고 살아온 지난 세월이 너무나 야속했던 기억이 있다. ‘완탕(雲吞’) 속에 들어 있는 탱글탱글한 새우를 먹는 순간 감동했다. 정식 끼니는 아니고, 라면은 먹고 싶지 않을 때, 홍콩에서는 ‘완탕면’이나 ‘소고기면(牛腩河’)을 먹을 수 있다. 면발도 다양해서 쌀국수, 가는 면, 굵은 면, 계란 면 등을 선택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면 종류와 고명까지 골라 먹을 수 있는 국숫집이 흔하지 않다. 홍콩의 발달된 외식문화를 엿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내가 아는 홍콩 친구들 중에서는 집에서 밥을 전혀 안 해 먹는 경우가 많이 있다. 집에서 힘들게 밥을 하기에는 밖에 맛있는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이란다.
_「식당의 정의: 차찬탱」
저자 소개
류영하 柳泳夏
백석대학교 중국어학 전공 교수. 한국에서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홍콩에서 중국현대문학이론 전공으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립대만대학(國立台灣大學) 인문사회고등연구원과 미국 UC버클리 중국학센터 방문학자를 경험했고, 중화민국 정부 초청으로 국립칭화대학(國立清華大學) 대만문학연구소(대학원)에서 한 학기 동안 강의했다. 저서로 『사라진 홍콩』, 『대만 산책』, 『방법으로서의 중국-홍콩체제』, 『香港弱化-以香港歷史博物館的敘事為中心』, 『중국 민족주의와 홍콩 본토주의』, 『홍콩-천 가지 표정의 도시』, 『이미지로 읽는 중화인민공화국』(문화부 우수교양도서), 『홍콩이라는 문화 공간』(문화부 우수학술도서) 등이 있으며, 역서로 『포스트 문화대혁명』, 『상하이에서 부치는 편지』 등이 있고, 편저로 『중국 백년 산문선』 등이 있다. 그 외 논문 30여 편을 발표했다.
차례
머리말
개정판을 내며
프롤로그
걷기
도심의 오아시스, 빅토리아공원
모든 신의 미팅 포인트, 문무묘
아름다운 쇼핑의 본보기, 퍼시픽 플레이스
홍콩 건축역사의 자랑, 홍콩상하이은행 본사
타기
느림의 미학, 전차
홍콩 자본주의의 실체, 이층버스
승객 중심의 서비스 모델, 지하철
역사의 증인, 스타페리
도깨비 방망이, 옥토퍼스 카드
먹기
음식의 지존무상, 딤섬
식당의 정의, 차찬탱
원시적인 홍콩, 삼겹살 바비큐 덮밥
보기
야경의 이유, 심포니 오브 라이트
홍콩의 자존심, 서언서실
홍콩의 역사는 안 보이는, 홍콩역사박물관
세계공화국의 구현, 청킹맨션
알기
핍박받는 언어, 광동어
제3의 민족, 홍콩인
걸어 다니는 홍콩 정신, 이천명
백척간두, 홍콩식 자본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