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가로 탐방을 나가
삼월 끝자락 넷째 주말을 앞둔 금요일은 늦은 밤부터 강풍을 동반한 요란한 비가 예보되었다. 낮 시간만이라도 강수가 참아주어 야외 학습에 차질이 없어 다행이었다. 회사원이 출근하고 학생들이 등교하는 시간에 나도 덩달아 자연학교로 길을 나섰다. 101번 시내버스로 마산합포구청 앞으로 나가 구산면으로 가는 농어촌버스를 기다렸더니 구복으로 가는 61번이 다가와 갈아탔다.
버스는 댓거리를 지나 밤밭고개를 넘어 현동교차로에서 덕동 차고지를 앞둔 묘촌마을 입구에서 내렸다. 동구 밖에서 마을로 들어 창원농업기술센터 화훼 양묘장으로 향했다. 시내 파티마병원 곁에도 꽃모종을 키우기도 하나 그곳보다 규모가 큰 농장이었다. 봄을 맞아 거리와 공원에 심는 꽃을 공급하고 해마다 늦가을 마산에서 개최하는 국화 축제 때 전시하는 국화를 재배하는 곳이다.
꽃모종을 가꾸는 비닐하우스단지가 드러난 지점과 얼마간 거리를 둔 길섶에 자라는 쑥이 보여 가던 길을 멈추고 쪼그려 앉아 캤다. 내가 쑥을 캐려면 두 가지 필요충분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먼저 필요조건은 오염원으로부터 자유로운 청정지역이라야 한다. 자동차 매연이라든가 과수원에서 잔류 농약으로부터 멀어야 한다. 충분조건은 무리지어 자라 짧은 시간 많은 쑥을 캐는 데다.
쑥을 캐 배낭에 채운 뒤 비닐하우스단지로 가 봤다. 지나간 겨울 어느 날 한 차례 다녀간 적 있는 곳이었다. 그날은 일요일이었는데 필수 요원 몇몇 아주머니가 일을 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주중이어선지 수십 명의 인부들이 각자 맡은 일에 열중했다. 공공근로 조끼를 입은 사내와 아낙들이었다. 통합 창원시의 공원과 거리에 연중 공급하는 꽃모종을 키우는 대형 비닐하우스단지였다.
십여 동의 비닐하우스단지 가운데는 가을이면 정체를 드러내는 국화들도 지금부터 순을 키워 가꾸고 있었다. 일을 하는 인부들에 방해가 될까 봐 비닐하우스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고개를 내밀고 살펴봤다. 내가 아는 꽃보다 처음 보는 이름을 알 수 없는 꽃들이 더 많았다. 실내로 들어가 무슨 꽃이냐고 여쭈어보지도 못하고 밖에서 서성이며 사진만 몇 장 찍고 발길을 돌렸다.
꽃모종 농장은 최근 신설 개통한 현동 교차로에서 심리까지 5호선 국도 연장 구간과 가까웠다. 유산터널 근처 나들목을 지나니 마전으로 넘는 고개가 나왔다. 고갯마루를 오르다가 삭은 참나무둥치에 붙은 운지버섯이 보여 몇 줌 따 모았다. 고개를 넘어 군령포마을로 내려가던 길섶에 달래가 자라 몇 가닥 캤다. 호미가 없어도 손으로 흙살을 비집었더니 뿌리까지 쉽게 캘 수 있었다.
마전에는 구산초등학교 구서분교장이 있었다. 면소재지 구산보다 서쪽이라 구서초등학교였는데 학생 수가 줄어 분교로 격하되었다. 마침 점심시간인지 천진난만한 몇몇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재잘거리며 놀았다. 그 아이들이 전교생 모두인 듯했는데 주차장에는 그 숫자보다 많은 십여 대의 차량이 주차되어 있었다. 시골에서는 학생 수보다 교직원이 더 많은 학교도 간혹 볼 수 있었다.
마전에서 산모롱이를 돌아가다가 전호나물이 보여 주섬주섬 캐 모았다. 그 때 나를 따라오는 한 사내가 있어 길동무 삼아 같이 걸으면서 얘기를 나누었더니 부산에 사는 이였는데 오늘 아침 합포구청 앞에서 남파랑길을 걷는다고 했다. 그는 작년에 오륙도에서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해파랑길을 걸었다고 했다. 750킬로미터를 여름을 빼고 4개월에 걸쳐 연 30일 걸렸다고 했다.
도만마을부터 진동면이었는데 산모롱일 하나 더 돌아가니 임진왜란 때 순절한 제말 장군 무덤이 보였다. 다구리에서 주도마을을 돌아가니 진동만이 드러나고 광암해수욕장이 나왔다. 그 즈음 내보다 먼저 퇴직한 친구의 전화가 와 얼굴을 보자고 해 시내로 들어가 코다리찜이 차려진 주탁에 마주 앉았다. 자리에서 일어날 때 배낭의 쑥과 달래와 전호나물은 친구에게 안기고 집으로 왔다. 22.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