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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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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 귀농일기] 스크랩 백조와 떼까우( 무전여행 열번째 )
산적(주정필) 추천 0 조회 123 14.07.29 09:00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백조와 떼까우

그러면서 만원짜리 한장을 주셨는데 나는 버스타고 속리산 야영장으로 가는 내내
무척 후회했지. 그 돈을 받지 말았어야 했노라고. 그분을 돌려 보냈거든.

무전여행은 도시락 싸서 소풍 가는 건 아니잖아.
무전 여행은 그때그때 상황이 늘 가변적이어서 야영장까지 히치 하이킹을 하게 될지
버스 타고 갈지 당사자인 우리들도 예측 불가능하지만 야영장까지 가선
또 어쩌겠다는 거여~ 할 말 없더라고.

아마 그분은 무전여행을 낭만이라고 생각하셨나봐~
오체투지 같은 고행길인데.
고행을 즐기는건데.

(흐흐흐~ 즐기긴 뭘 즐겨~ 일 하기 싫어 도망쳤음서~)

히히히~ 할 말 없당~

어쨌건, 우린 드디어 국립공원 속리산 야영장에 도착했어.
무전여행 12일째 토요일이잖아. 점심 무렵이었고.

텐트와 차량들이 발 디딜 틈 없이 빼꼭히 들어차있었지.
무전여행중이고 차도 없다고 야영료를 만원만 받던 매표원의 선처로 우린 텐트를 쳤어.

우리가 텐트 친 후에도 텐트들은 계속 불어났지.
아마 어림잡아 200동은 족히 됐을거야.
텐트 칠만한 곳은 거의 찼으니까.

값비싼 베이지색과 살색의 크고 화려한 수입산 텐트들.
럭셔리한 캠핑카도 여럿 보이고 승용차 지붕에 잠자리를 설치한
이층형 텐트도 여럿 있더라구.

우린 그속에 버젓이 울긋불긋한 싸구려 중국산 텐트를 쳤어.
쳐 놓고 보니 백조들 속의 떼까우 같지뭐야. 헤헤헤~

그래도 나는 내심 기쁨으로 들떴어. 이곳을 털면 두둑하겠다고~
내 비록 점심으로 라면 하나 가지고 둘이 나눠먹긴 했지만~

헌데 웬걸~ 울 산적, 지쳤는지 존심 상했는지 연주를 안해버리더라구.
그저 우리 텐트 앞에서 두어곡 불다 말고 종이에 쌀, 김치 좀 얻자는 글 써 붙여놓고선.
다들 멀뚱멀뚱 쳐다만 보더라구.

쌀 얻는 게 소극적이긴 했지만 사실 야영장 인심이 그리 후하진 않지.
재작년 계룡산 야영장도 그랬고 수승대에서도 먹거리 인심은 별로였었어.

재작년 정읍의 야영장에선 자고있는 우리를 깨워 구운 삼겹살과 김치와 술까지
갖다주며 잡수시라했지만.

아마 값비싼 텐트와 캠핑용품 사느라 주머니에 구멍이 뚫려서 그랬을거여.

어쟀건 우린 동물원 원숭이 격이 되어서도 반응이 없길래 직접 나서서
김치와 쌀 좀 얻자 했지. 보기좋게 거절당했지만~

거창한 텐트들이 밀집된 야영장일수록 그렇더라구.
하여튼 그런가부다하고 탁주와 소주 1병으로 알딸딸해져버렸지.

근데 우리 뒤켠에 텐트 친 새댁이 구운 감자라도 드시라며 쌀 한줌과 함께 갖다주더라구.
고맙게 받아놓고 일찍 잤는데 초저녁부터 심상치않던 빗줄기가 밤새 부슬부슬
주룩주룩 부슬부슬~

그런데도 울 산적 드르렁 쿨 드르렁 푸우~ 코 고는 소리가 어찌나 크고 사납던지.
동물의 왕 숫사자가 구렛나루 갈기 수염 펄럭이며 암사자를 제압하고
어흥 어흥~ 소리치는 것 같았어.
밤이 깊어져 여기저기 주변 텐트에서도 코고는 소리가 들리긴 했지만,
울 산적 콧소리엔 조족지혈이더라구. 껄껄~

어때~ 퍼즐 스토리 잘 맞춰지남?
이른 아침 옹색한 텐트 속에서 곰 한마리와 산양 한뇬이 여장 꾸리던 상황까지~

그럼 여행 11일째 금요일 상황은 어쨌냐~

다음에...

2014.07.29. 아낙네

 

 

속리산 야영장에서

즐비한 메이커 텐트들 가운데 울긋 불긋한 중국산 4만원짜리 텐트

 

 

그날 우리에겐 쌀도 김치도 없었다.

재작년에 동학사 야영장에서도 비슷한 상황에서 쌀과 김치를 얻고자 했지만...

 

텐트에 종이를 붙여 두고 삼뽀냐 연주 몇곡했는데 다들 멀거니 쳐다만 보고

반응들이 없다. 옆에서는 삼겹살에 소시지에 지지고 볶으고 있었지만

자기들 먹기에만 바쁘다.

 

 

저녁식사 대신 생라면 안주에 소주

 

 

옆 텐트가 철수하길래 남은 음식 있으면 얻고자 요청했지만 보기좋게 거절 당했다.

울각시 표정이 불쌍하다.

 

 

다행히 우리보다 늦게 온 팀에게서 쌀 한줌과 구운 감자, 바나나등을 얻었다.

하지만 반찬이 없어 밥은 해 먹지 못하고 빈속에 마신 소주에 알딸딸 해져서 잠속으로 빠져버렸다.

 

재작년 부터 무전 여행 다니며 간간히 오토 캠핑장에서 잘때가 있었는데

장비들은 돈깨나 투자하여 럭셔리 하지만 인심 만큼은 형편없이 야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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