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최근 러시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루스키 스탄다르트],
모스크바 창건자 이름을 딴 [유리 돌고루키], 러시아 실세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의 이름을 딴 [푸틴카],
[스타라야 모스크바], [프라즈드니치나야]와 스웨덴 보드카 [압솔루트]
보드카(vodka)란 명칭은 러시아어의 물(voda)이란 단어에서 나왔다고 한다. 물처럼 투명하고 깨끗한 술이란 뜻에서 비롯된 듯 하다. 어떤 이는 이 명칭이 위스키와 어원이 같은 라틴어 aqua vitae(생명의 물)에서 왔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어찌 됐건 물이란 뜻이 포함된 보드카란 이름은 이 술의 특징인 "무색, 무취, 무미"와 깊은 관련이 있어 보인다.
보드카엔 같은 증류주인 위스키나 코냑이 갖고 있는 독특한 색과 향이 없다. 진짜 애주가는 바로 이 깨끗함 때문에 보드카를 찾는다고 한다. 보드카가 각종 칵테일의 베이스 재료로 쓰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른 맛이나 색, 향을 보태지 않고 순수한 알코올 성분만 더해주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칵테일 [스크루 드라이버]는 보드카에 오렌지 주스를, [블러디 메리]는 토마토 주스를 탄 것이다.
보드카의 원료는 밀, 보리, 감자 등으로 위스키와 비슷하다. 이 원료를 찌고 엿기름과 효모를 섞어 발효시킨 원액을 여러 단계에 걸쳐 증류하고 자작나무 숯 등에 통과시키며 정제한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지는 95~96%의 주정을 물로 희석시키면 우리가 흔히 마시는 40%대의 보드카가 된다.
위스키는 마지막 제조 단계가 보드카와 다르다. 주정을 나무통에 넣고 오랜 기간 숙성시켜 고유의 맛과 향을 얻는다. 이것이 위스키다.
보드카의 도수는 보통 40~50도 사이를 오간다. 물론 이보다 더 약하거나 독한 보드카도 있다. 특히 밀주는 90도까지 있다.
그러나 러시아에서 생산되는 공식 보드카는 대부분이 40도짜리다. 여기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40도 보드카가 몸에 가장 잘 흡수되고, 해(害)도 적으며 최상의 술 맛을 낸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증명됐기 때문이다.
이 위대한 발견을 한 사람은 바로 19세기 러시아의 유명한 화학자 드미트리 멘델레예프다. 고등학교 화학시간에 우리를 괴롭히던 복잡한 원소 주기율표를 만든 바로 그 사람이다. 그는 1865년 31세의 나이에 쓴 박사논문 [알코올과 물의 합성에 관하여]에서 40도가 가장 이상적인 보드카 도수임을 밝혀냈다.
알코올 원액과 물의 혼합 비율을 끊임없이 변화시키는 실험을 통해 얻은 결과였다. 이후 제정 러시아 정부는 1894년 공식 보드카의 도수를 40도로 못박았다. 이 전통이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는 것이다.
보드카 마시는 법은 섭씨 8~10도 정도일 때 마시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한다. 상온에서 그냥 마시면 알코올의 역한 기운이 느껴질 수 있고, 너무 차게하면 보드카 상표마다 고유한 맛의 차이를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또 다른 전문가들은 술병에 성에가 낄 정도로 꽝꽝 얼려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앞의 얘기는 달인 수준에 이른 애주가들이 하는 것이고 보통 사람들은 후자의 방법이 무난한 것 같다.
보드카 병을 냉동실에 넣어두면 술이 얼지 않고 겔(gel) 상태의 걸죽한 액체로 변한다. (혹 이렇게 해서 어는 술이 있다면 그건 불순물이 들어간 가짜 술일 확률이 높습니다) 바짝 얼린 보드카는 잔에 따를 때도 마치 꿀이 흘러내리는 것처럼 가느다란 줄기가 되어 내려온다.
이렇게 얼린 보드카를 단숨에 목 깊숙이 던져 넣으면 얼음처럼 찬 기운이 식도를 타고 서서히 내려가다 어느 순간 불꽃이 터지는 듯한 열기를 내뿜으며, 곧이어 온몸에 퍼져가는 짜릿한 전율을 느끼게 된다. 속이 후끈후끈 달아오르는 느낌도 느끼게 되고... 이것이 바로 보드카를 마시는 맛이다. 바깥 기온이 섭씨 영하 10~20도까지 떨어지고 눈이라도 쏟아지는 날이면 술 맛이 한층 살아난다.
한국에선 그래서 겨울이 보드카를 마시기에 적당한 계절이다. 아무리 보드카 맛이 매력적이라고 맨 술만 들이키면 곧 위장에 탈이 나니 적당한 안주를 곁들여야 한다. 보드카의 맛을 돋우는 최고의 안주론 삭힌 청어(러시아 말로 셀료트카)나 철갑상어 알(캐비아)이 꼽힌다. 하지만 한국에선 구하기가 쉽지 않으므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안주론 오이를 소금에 절인 피클, 절인 버섯, 토마토 등이 있다.
특히 피클 국물은 보드카를 마신 뒤 해장하는데 최고다. 고기 종류론 삼겹살도 잘 어울린다. 서울에서 제대로 된 안주로 보드카를 맛보고 싶다면 동대문 일대에 있는 러시아 식당들을 찾아가 보길 권한다.
[블로그 러시아로 가는 길(http://blog.joins.com/cjyou84)에서 발췌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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