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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사이유의 장미● [ 부제:금발머리의 소년 ]
(2-불안감)
문을 열자마자 여느 때 처럼
무뚝뚝한 표정을 짓고서 서있는
민해현의 얼굴이 보일 줄 알았는데.
없다.
아마도 내가 아까 말도 안하고 나가서
날 찾으러 나간 모양이었다.
하긴,그 녀석은 그런 놈이니까.
또 미안해진다.
“아가씨,도대체 어디가셨어요.
도련님이 도자기를 다 깨부수셨다구요.
아가씨가 이러시면 저희만 더 힘들어져요.
제발 해운 도련님한테 조금만 신경써 주세요.
그게 힘들더라도요.”
할말이 없었다.
유모는 민해현이 적잖이 걱정되는 듯
시종일관 초조한 눈으로 내게 말했다.
“미안해요,유모.”
짤막하게 대꾸하고는
쇼파에 앉아 루이와 얘기를 나눴다.
데리러 갈게.
정문으로 나와.”
“정말?그래.나갈게.”
“영화보러 가자.
내가 보고 싶은 영화 있어.
너도 좋아할 거 같아.”
“응,응.좋아.
나 한동안 어디 놀러가지도 못했거든.
당연히 가야지.”
“그래,정문이다.
기다려.”
“알았어.”
얼마 지나지 않아 거친 욕을 내뱉으며
집으로 들어오는 민해현이 보였다.
쇼파에 앉아 다정하게 얘기를 나누는 우리 둘을 번갈아 보며
이내 그 놈은 나직한 욕설을 내뱉으며
다짜고짜 루이의 멱살을 잡아챘다.
순간적으로 비명이 나왔고,
그에도 꿈쩍않고 민해현은 눈물이 맺히려는 충혈된눈을 루이에게 돌리며 말했다.
“도대체 왜 왔어,멍청이.
내 손에 죽고 싶어서 그러냐?”
“이거…놓고 좀 말하지.
3년만에 살아 돌아온 사람한테 말이야.”
“…….”
“훗,성격은 여전하네.
변한 거 없는 게 좋은건지 나쁜건지.하하.”
“사이유한테 허튼 짓하면 이번엔 정말로 죽여.”
“어우,무서운데.
하지만 예전에 내가 아니야.
너따위 한테 무릎꿇었던 한심한 놈이 아니라고.
3년전 처럼 그렇게 우습게 보지 않는게 좋을 거다.”
두 사람 사이에 불꽃이 이는 듯 하더니 이내 사라졌다.
이해할 수 없는 광경에 나는 아무 말 없이 멍하니 그들을 보았다.
루이는 민해현을 향했던 무섭도록 차갑고 잔인한 시선을 거두고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나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미안.실례했네.”
....
또다시 이집에 그녀석과 나만이 남았다.
어색한 공기가 흐르고,
평소처럼 그에게 마음을 열 생각이 없던 나였기에
평소보다 더 차갑게 말했다.
“잘게.”
그러고 돌아서는 순간.
그 아이는 내 손을 잡아당기며 날 품안에 넣었다.
너무 꽉 껴안는 바람에 숨도 쉬기가 힘들었다.
벗어나려고 했지만 압도적인 힘 앞에 소용이 없었다.
얼굴이 빨개졌다.
...가슴이............... ......뛰었다..
이상하게..
이럴리가 없는데.
지금까지 이런적 없었는데.
가슴이 뛸리가 없는데.
“이,이거 놔.지금 뭐 하는 거야?”
이런 내 자신에 너무 놀란 나머지
나도 모르게 당황스런 어투가 나와버렸다.
이 놈은 그런건 안중에도 없는지...그냥 내 어깨에 얼굴을 파묻어버렸고....
그 아이가 얼굴을 기댄 내 어깨가 촉촉하다.
눈물..
미안해..
나도 눈물이 흘렀다.
“미안하다,잠깐만 이러고 있어….”
목이 메이는 듯 한 그 아이의 떨리는 목소리에는
나에 대한 배려심과 불안감이
적절이 믹스 되어 아주 슬픈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었다.
그 아이는 떨고 있었다.
3년 전 기억이 다시 회상되는 듯 말이다.
나 역시 눈물이 흘리며 그 아이를 껴안아 주었다.
마치 최면에 걸린 것 처럼.
미안해.용서해주지 못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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