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곰이 사라졌다. TV에서!
북극 빙하가 줄었겠습니까, 늘었겠습니까?
잠깐이라도 더위 잊으시라고 얼음 둥둥 떠다니는 북극 이야기 몇 줄 드리겠습니다. 이 질문 정답은 ‘북극 빙하는 늘어났다’입니다.
아니, 지구가 뜨거워져서 빙하가 많이 녹았다는데, 늘어났다고?
예 그렇답니다. 북극 빙하도 늘어났고 북극 빙하에서 사는 북극곰도 늘어났다고 합니다.
그러면 TV에서 본 커다란 빙하가 북극 빙판에서 떨어져 내리는 장면은 무엇이여? 녹았으니까 떨어져 나온 거 아닌가?
그런 빙하는 녹아서 떨어진 게 맞습니다. 그러나 기온이 올라가서 녹은 게 아니라 북극 바다 아래 화산활동 때문에 녹은 거랍니다. 북극 가까운 아이슬란드에 화산이 자주 터지잖아요. 한겨울에도 뜨거운 온천수가 콸콸 나와 얼음을 녹이면서 흐르고요. 그게 다 같은 현상이라고 합니다. 밑바닥에서 뜨거운 용암이 꿈틀꿈틀 흐르면 아무리 꽁꽁 언 얼음덩어리인들 안 녹겠습니까.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북극 빙하는 녹은 곳보다는 새로 언 곳이 더 많다고 합니다.
히말라야 꼭대기도 온도가 올라서 거기 빙하도 곧 사라진다며?
아, ‘히말라야 빙하 2035년 완전 해빙설’을 접하신 모양이군요. 그건 좀 웃기는 이야기입니다. 러시아에서 ‘히말라야 빙하가 2350년쯤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을 담은 논문이 나왔는데 지구온난화를 ‘걱정’하는 어떤 매체가 “2035년쯤 사라진다”라고 잘못 베껴 보도하는 바람에 그런 ‘썰’이 퍼졌습니다. 그 매체는 실수를 정정하고 사과도 했으나 이런 오보가 더 오래 번져야 자기네에게 이득이 돌아오는 사람들이 있는지 여전히 유포되고 있다고 합니다.
바닷물 온도도 올라서 산호초가 사라졌고 그래서 물고기들 살 곳도 크게 줄었다는 이야기도 있지 않은가? 그것도 틀렸다고 하겠네?
오스트레일리아 북동쪽 바다 대산호초 말씀이지요? 서양 사람들이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The Great Barrier Reef)라고 부르는 거기도 사실은 산호초가 늘어났다고 합니다. 산호초는 더운 곳에서 자라는데 수온 올랐다고 사라진다고 말하면 안 된다는 거지요.
여태 말한 거 책임질 수 있는 겨? 자네 허튼소리 안 하는 거 내 잘 알지만, 지금 자네 이야기는 내가 알고, 믿고 있는 거랑 너무 반대여서 묻는 거여.
하도 더워서 전기요금 무서운 에어컨 대신 선풍기 틀어 놓고 기후위기 공부 좀 했습니다. 책 읽고 영상 보면서요. 내가 읽고 본 게 100% 옳지 않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만일 사실이라면 더 많은 사람이 바로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처음 나왔을 땐 말도 안 된다며 소수의견, 괴짜들의 헛소리로 치부되었던 학설/주장이 지지 세력을 얻어 정설 혹은 통설, 미신을 밀어낸 사례도 많지 않습니까? 그래서 말씀드려보는 겁니다. 모르면 속기 쉽지요.
자네 읽고 본 영상 내 다 따라 볼 수 없으니 중요한 거 몇 개만 알려주소. 나도 까막눈이로 있고 싶지만은 않고만.
그럼, 그림으로 설명드릴게요. 먼저 북극 빙하가 늘어났다는 것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옆에 그림은 미국 콜로라도주 볼더대학에 있는 NSIDC(The National Snow and Ice Data Center. 국립 눈 및 빙하 자료센터)가 2016년 5월 27일부터 올 5월 27일까지 측정한 북극 빙하 면적을 지도에 표시한 겁니다. 초록색이 늘어난 곳, 빨간색이 줄어든 곳입니다. 한눈에 빙하가 늘어난 걸 알 수 있습니다. 이 센터는 지난 6월에 이 지도를 발표할 때 다른 지도와 그래프, 통계도 제시했는데 지역적으로 빙하가 늘어난 곳도 있고 줄어든 곳도 있으나 전체적으로는 늘어났음을 확인해 주고 있습니다.
미국 NSIDC가 지난 6월 발표한 북극 빙하면적 지도.
산호초와 관련해서는 오스트레일리아 국립해양연구소(AIMS-The Australian Institute of Marine Science)가 얼마 전에 발표한 대산호초 면적 그래프를 보면 알 겁니다. 위에 있는 사진 설명이 “1조 톤의 이산화탄소 배출에도 불구하고 산호초는 3년 연속 늘어났다”라고 돼 있는 거 보이죠? 아래 그래프에는 올해 초반의 산호초 면적이 사상 최고라는 설명이 있습니다. 이산화탄소 배출과 지구온난화의 관계에 대한 현재의 통설을 뒤집으려는 소수의견도 알아둘 만합니다만 그것까지 지금 말씀드리면 너무 길어지니 다음 기회로 미루겠습니다.
오스트레일리아 국립해양연구소가 발표한 대산호초 면적 변화 그래프.
알겠어요. 잘 들었어요. 그런데 오늘 자네 글 제목은 무슨 뜻인가? ‘북극곰이 사라졌다, TV에서’라니? 북극 빙하가 줄지 않았으니 북극곰도 멸종 위기가 아니라는 말은 알겠는데, TV에서 사라졌다니?
그건 이렇습니다. 몇 달 전까지 TV에 수시로 뜨던 ‘북극곰을 살립시다’라는 광고가 갑자기 사라졌기에 해 본 말입니다.
아, 그 광고? “지구온난화로 북극 얼음이 녹고 있다. 북극곰 살 곳이 줄어들면서 북극곰이 위험에 처했다. 멸종 위기일지도 모른다. 북극곰이 살아야 인간도 산다. 북극곰을 살리려면 돈이 필요하다. 관심 있는 사람은 우리한테 돈을 좀 보태라. 북극곰도 살리고 인간도 살리겠다. 기후온난화를 방지하면서!”라는 게 내용이었지? 그러고 보니 그 광고 본 적 오래네. 왜 사라졌어?
젊은이들 유행어로, 제 ‘뇌피셜’입니다만, 북극곰이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난 사실과 관계가 있지 싶습니다. 이제는 그런 광고가 더는 안 먹히지 않을까요?
북극곰 사라졌다고 슬퍼하지 마세요. 북극곰은 전보다 더 많아졌다고 합니다. (출처:위키미디어)
북극곰 개체가 늘어났다는 것은 확실한 건가?
GWPF(The Global Warming Policy Foundation)이라는 단체가 북극곰 연구자들의 논문 등을 인용, 발표한 보고서에 나옵니다. “1960년대 1만 마리가량이던 북극곰은 2020년 들어 3만 마리를 넘어섰다. 지구온난화로 먹이사슬의 최하위 단을 구성하는 ‘플랑크톤’ 증가가 주요 이유”라고 설명했더라고요. “캐나다 덴마크 노르웨이 러시아 미국 등 북극 인접 다섯 나라가 1973년 북극곰 사냥 금지 등이 내용인 북극곰 보호조약을 맺은 것도 북극곰 증가 이유”라고 합니다.
지구온난화 때문에 북극곰이 늘어났다면 지구온난화가 사실 아닌가?
날씨는 덥다가 춥다가 반복되는 거 아닌가요? 하루 날씨도 최저 기온 있고 최고 기온 있으며, 여름 지나면 겨울 오는 것처럼 지구 역사도 전체적으로도 추위와 따뜻함이 교차하는 거라고 보면 어떨까요? 빙하기 다음에 간빙기가 온 것처럼요. 소수의견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또 인간의 활동보다는 태양 활동이 지구의 온도 변화와 더 관계가 있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자네도 말하는 게 그 사람들 의견에 기울어진 것 같은데?
저요? 저는 소수의견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답이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어떻거나, 우리 동네 내일(22일) 최저 기온이 24도라고 예보에 뜹니다. 무려 한 달이나 계속된 열대야(최저 기온이 25도 이상인 날)가 마침내 끝납니다. 낮 최고 기온은 당분간 여전히 30도가 넘는다지만 밤 기온이라도 내려가는 게 어딥니까. 위대한 여름, 우리는 올해도 잠 못 이루며 너무 고생했습니다. 곧 닥칠 겨울은 너무 안 추웠으면 좋겠습니다.
** 이 칼럼 내용과 지도는 박석순 전 이화여대 교수(환경과학 박사)의 유튜브 ‘박석순의 환경 TV’와, 캐나다 출신 생태학자 패트릭 무어 교수가 쓴 ‘종말론적 환경주의-보이지 않는 가짜 재앙과 위협’에서 인용, 정리했습니다. 유명한 환경단체 그린피스를 창립해 9년을 이끌어온 무어 교수는 이 단체가 갈수록 정치화되고 심지어는 일부 인사들의 생계 수단으로 변질되는 데에 분노, 탈퇴한 후 환경 위기를 제대로 봐야 한다는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 책 한국어판은 박석순 교수가 번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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