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깔리기 시작할 무렵 통도사 일주문을 통과하여 영축산 품에 들었다. 과연 부처님이 계시던 영축산의 이름을 붙일 만큼 위엄이 있고 넉넉해, 가히 수천 명의 성인을 길러 낼만한 靈山으로 보였다. 그러다 보니 寺內 암자도 다른 절보다는 훨씬 많았다.
길을 잡아 영축산 품안으로 접어드는데 산세의 규모가 크다 보니 그 안의 공간도 참으로 여유로워 보이고, 일주문을 들어와 오른쪽에 있는 큰 절의 크기 못지않게 돌아 들어온 절 뒤의 풍광 또한 새로운 한 경계를 열어보였다.
한 고개를 올라와 내려다보는 순간, 겨울눈이 펑펑 왔을 때 다시 이곳을 찾으면 정말 아늑하고 마치 고향의 어머니를 찾아 가는 것 같겠다는 마음이 들고, 한해 겨울 이곳에서 살아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심교를 지나 한동안 곧은 길을 오르다가 오른편으로 접어들었는데, 마치 어린 시절 전기가 없던 시골 큰집을 찾아들어가는 것처럼 정겹고 그 곳에는 따뜻이 맞아주실 할머니가 계신 것 같아, 비록 초행길인데도 불구하고 자주 왔던 길처럼 익숙해 보였다. 어쩌면 전생에 이곳에서 수도하던 스님이거나 아니면 불목하니였을지도 모르는 일.
아직 서울도반님들은 도착 전이었다. 먼저 법당에 들어가 참배하고 절 뒤 산을 올려다보니 어둠에 가려 만년설이 있는 듯 높게 그리고 신비롭게 보였는데, 그 곳에는 지금도 석가모니 부처님이 계실 것만 같았다.
무착거사님으로부터 도착전화가 와 도반들을 모셔오기 위해 절의 봉고차를 빌려 나가는데 이미 걸어서들 들어오고 계셨고, 마치 명절에 시골 할머니 댁에서 오랫동안 떨어져 있던 일가친척들을 만나는 양 반가웠다.
저녁공양을 마치고 우리가 머물고 정진할 개울 건너편으로 가기 위해 출렁다리(반야교)를 건너는 맛은 어른인 내게도 작은 추억이 될 것 같았고, 그 위엔 너무도 정겹고 우리 도반들이라면 누구나 한철 정진해보고 싶은 토굴이 있었다.
둘러앉아 잠시 얼굴들을 대하니 아시는 분도 있고 새로 오신 분들도 계신데, 모두들 부처님 공부가 많이 되셔서 눈이 맑고 총기가 초롱초롱하시어 참으로 반갑고 오랜 지인처럼 느껴졌다.
법당으로부터 들려오는 염불선을 하는 도반들의 목탁소리가 개울 건너 약간 돌아앉은 우리들에게 나지막이 들려오는 가운데 참선에 들었는데, 영축산 맑고 힘있는 기운으로 인해 쉽게 몰입할 수 있었고 우리 도반 모두가 정진하는 그 곳은 바로 극락이었다.
금강 까페에 가입한 후의 정진법회 참석은 매월 한달을 결산하고, 다음 달을 준비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그동안에 가 본, 그리고 가서 생활해 본 사찰도 많았지만 이렇게 새로이 전국의 사찰을 순회하면서 하룻밤 철야 정진을 할 수 있다는 것은 志安큰스님의 말씀이 아니더라도 참으로 天福(청복)이라고 생각하며, 금강까페 도반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새벽 예불의 맑고 장엄함은 불자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밤새 영축산의 정기를 받은 도반들의 예불소리는 다른 어느 때보다 힘있고 불심의 깊이가 더 한듯했다.
새벽 예불을 마치고 공양 시간 전에 어제 버스를 세워둔 곳까지 걸어보았다. 마른 풀냄새, 그 위에 앉은 서리, 평온한 들녘, 소나무에서 풍기는 은은한 향, 새들의 지저귐 .....
살아 있다는 그리고 부처님의 제자가 되어, 이 시간 산사의 조용한 숲길을 걸을 수 있다는 사실에 너무나 감사하고 세세생생 욕심없이 바르게 정진하겠다는 다짐이 절로 들었다. 自覺하고 覺他하며 覺滿할 수 있기를 발원하며.
엇그제 눈 내리고 매섭던 초겨울 날씨였는데 도반님들의 원력으로 진달래가 필 듯이 화창한 날에, 이 곳 반야암에서 처음 만난 부산의 자상하고 품위가 넉넉해 보이시는 선광님 등과 함께 극락암 ․ 비로암을 참배하고, 지장암의 금와보살님까지 친견할 수 있는 가피를 입고 통도사를 떠났다. 다음에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꼭 다시 찾고 싶은 좋은 추억을 안은 채.
도반님 여러분 사랑합니다! 무사히 귀가하시고 꼭 성불하세요. 나무아미타불. 나무관세음보살!!!
2007. 11. 25. 통도사 반야암을 다녀와서. 송강 합장 _()_
감사합니다. 법은행님도 대현님과 함께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나무아미타불!_()_
이글을 보니 법우들께서 통도사 반야암에서의 정진수행하시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마치 같이 수행을 한 듯하여, 함께 못한 아쉬움이 조금이나마 줄어드는 것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_()_
다음 미황사 정진은 반드시 동행할 수 있기를 발원합니다. 나무아미타불 _()_
통도사 반야암 꼭 가고 싶었는데 출장이 잡혀 못내서운했읍니다. 송강 부처님 글에 많은 위안됩니다. 감사드립니다. 나무아미타불_()_
산방부처님! 다음 미황사 정진 때는 뵐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건강하십시오. 나무아미타불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