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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둘레길 스크랩 대전 식장산 구절사 길 - 눈내라는 한적한 길을 걷다.
연초록 추천 0 조회 141 13.06.28 15:34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식장산 구절사 길

 

설날도 지나고 처음 맞는 토요일입니다.

어쩌면 이제부터가 무자년의 시작이라고 해도 되겠지요.

 

 아직은 귀성객으로 도로가 번잡한 관계로

대전에서 가까운 식장산으로

발걸음을 옮겨봅니다.

 

아직은 설날 연휴의 뒤끝이라 그런지

주말에는 사람들로 분주한 길이 참 한적하네요.

 

새벽녁에 눈이 내려서인지 계곡 풍경이 참 정감이 있습니다.

안그러면 겨울의 황량함만이 있었을텐데요.

 

 

구절사 가는 첫번째 갈림길에서 바로 능선으로 오릅니다.

 

충북 옥천과 대전의 경계 능선에 도착하고요.

 

당초 오를려고 했던 길과도 만납니다.

길은 헤어졌다가도 다시 만나게 됩니다. 

사람과의 인연의 길은 헤어지고 나선 또 만날 수 있을까요.

 

이제 편안한 구절사 능선길을 걷습니다.

지난 가을 낙옆 길을 걸으며 눈쌓인 겨울에 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작은 소망하나가 또 이루어진거네요.

 

하늘은 금방이라도 눈이 올 듯이 잔뜩 흐립니다.

그래서인지 서대산도 그 희미함 속에 숨어있네요.

 

작은 고개를 넘어서니

소복 소복 눈쌓인 구절사의 운치있는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끊을 절(截)자가 산을 머리에 얹고 있네요.

이 한자 모양이 절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것 같습니다. ㅎㅎ

 

 

매번 느끼는 거지만 이곳에서 바라보는 서대산의 풍경이 참 아늑합니다.

시원한 느낌은 아니지만 왠지 편안함을 주지요.

 

구절사의 명물중 하나인 산신각도 절벽위에 위태롭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산행을 시작하고나서 첨으로 푸른 하늘과 구름을 구절사 마당에서 바라봅니다.

 

하지만 파란 하늘은 잠시였네요.

구절사를 뒤로 하고 독수리봉에 오르니 날이 다시 흐려집니다.

마치 눈이라도 올 듯하고요.

 

독수리봉에서 식사를 하고

해맞이 전망대를 항해 능선 길을 이어갑니다.

 

 그런데 눈이 조금씩 내리기 시작하네요.

 

만인산 사거리를 지나니 눈발이 제법 세찹니다.

이곳부터는 만인산에서 식장산으로 이어지는

대전둘레산길잇기 구간입니다.

 

중계소 근처에 오니 앞을 보기 힘들 정도로 세찬 눈이 내립니다.

참 오랜만에 대전 근교 산행 중에 눈을 맞아 봅니다.

 

이제는 멀리서도 저 산이 식장산이라는 것을 알게 해주는 통신탑이지요.

 

 

아무도 밟지 않은 눈길을 걷습니다.

첫발자욱의 느낌이 좋네요.

 

소복 소복 쌓인 눈 길의 이어지는 흐름이 어찌나 좋던지.

 

주변 풍경도 어느새 겨울의 모습을 온전히 보여줍니다.

 

 

마른 낙엽에 쌓여가는 눈 풍경도 멋진 그림이 되어줍니다.

 

 

당초 해돋이 전망대와 활공장을 거쳐 하산하려 했으나

조망도 없고 너무나 눈이 많이 내려 이곳에서 바로 하산을 시작합니다.

 

내려서는 길 주변 풍경이 참 하나 하나 소중하게 다가옵니다. 

 

근교산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네요.

 

이 눈속에도 봄의 새싹은 조용히 자라고 있겠지요.

 

때론 너무 많은 눈보다는 물체의 흔적을 남겨주는 적당함이

아름다운 풍경을 남겨줍니다.

 

 

지난 가을 이곳에서 물위에 떠있는 낙엽들을 봤는데

여전히 낙엽은 떠있고 물도 고여있네요.

 

편안한 눈길을 걷는 기분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행복이겠네요.

눈밭을 뛰어다니는 강아지같은 기분.. ㅎㅎ

 

눈은 이제 거의 그쳐가지만

주변 풍경들은 더욱 뚜렷한 그림이 되어 다가오네요.

 

흐르고 또 흐르는 길..

저 길위에 나의 마음도 함께 실어 흐르고 싶네요.

 

눈 길에 남겨진 흔적을 바라보니

지나온 세월의 굴곡을 보는것 같습니다.

끊어질 듯 위태롭게 이어지는 길의 흔적이..

 

눈쌓인 산길의 매력뿐만 아니라

화려한 모습은 아니지만 조용하고 여유로운 계곡의 모습도 참 좋습니다.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얼음장밑으로 흐르는 물소리를 들어봅니다.

조금씩 봄의 오는 소리겠지요.

 

허리 베인 나무조차도 나에겐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산행을 마치고 세천 유원지를 나서는데

다시 하늘은 맑아있습니다.

ㅎㅎ 오늘은 하늘이 심심했나 봅니다.

자주 그 모습을 바꾸니요.

 

약 4시간의 짧지만 여유로운 산행길이었습니다.

생각하지도 않은 눈도 펑펑 맞아보고요.

 

그나저나 내리는 눈을 보며 걷는데

봄이 생각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요

 

소복 소복 쌓인 눈 길을 따라

흘러가는 길을 걸었습니다.

마음도 몸도 가볍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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