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두드림 교복센터'를 운영하는 사회복지단체 '희망을 여는 사람들'의 정경호(맨 오른쪽) 상임 이사, 박경원(오른쪽에서 두 번째) 사무처장과 직원들. 이재찬 기자 chan@ |
지역의 문제를 찾아내 이를 해결하고, 알리는 작업도 중요하다. 나눔 4부에서는 이런 주역들과 그 과정을 소개한다. 지역에 대한 관심과 재능기부 같은 작은 정성과 나눔이 모이면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
사회복지단체인 '희망을 여는 사람들(부산진구 부전동)'의 '두드림 교복센터(이하 두드림 센터)'에는 요즘 시민들의 격려와 호응이 이어지고 있다. 두드림 센터는 졸업생으로부터 헌 교복을 기증받아 세탁, 수선한 뒤 새 교복처럼 포장해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으로 2011년 처음으로 개소했다.
입었던 교복도 떳떳하게 입도록
깨끗하게 세탁 ·수선해 새 제품처럼
총 1만여 장… 학교별 대부분 구비
처음 시작할 땐 홍보 안 돼 어려움
아파트·학교 다니며 취지 알려
자발적 기부 지속적으로 늘어나
판매 수입만으론 운영 불가능
공공기관·기업·시민 도움 필요
■시중가 8분의 1로 교복 판매
두드림 센터를 방문한 시민 중 일부는 '비싼 교복을 착한 가격에 잘 샀다. 이런 곳이 있어 줘서 정말 고맙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과자나 음료수를 전달하는가 하면 '사회적으로 꼭 필요한 기관이 앞으로 지속 운영되면 좋겠다'며 소액을 기부하고 있다. 특히 일부는 기부하는 교복을 일일이 세탁해 보내는 등 시민들의 자발적 기부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희망을 여는 사람들의 박경원 사무처장은 "두드림 센터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이 센터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는 많은 시민이 격려를 보내고 있다"며 "특히 두드림 센터는 나눔이라는 취지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교복을 시민들끼리 공유하면서 사회적 공익을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드림 센터는 부산 중고등학교 320여 곳의 교복을 판매하고 있다. 이들 교복의 가격은 동복 3만 6천 원, 하복 1만 7천 원으로 시중가의 8분의 1 수준이다. 실제로 중·고등학생의 시중 교복 가격은 동복 한 벌에 25만~30만 원 선으로 신사복만큼이나 비싼 교복은 학부모의 허리를 휘게 하고 있다. 현재 센터에 구비된 교복 물량은 부산 지역 중·고교의 교복 1만 장을 갖추고 있다.
또 방문자들은 교복을 단품별로도 구매할 수 있다. 동복 기준으로 재킷이 1만 4천 원, 셔츠 7천 원, 조끼 6천 원, 바지 9천 원에 판매된다.
복지기관이 운영하는 센터라면서 '왜 돈을 받느냐'라고 의심하는 시민들도 있을 법하다. 그러나 두드림 센터는 세탁비, 인건비 등 센터의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금액을 받는다.
현재 두드림 센터에 들어가는 연간 비용은 인건비, 세탁비, 임대료 등 포함해 1억3천~4천만 원으로 외부 후원금 및 사회적기업에 대한 지원금 없이는 사실상 센터 운영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박 사무처장은 "일부 시민들이 복지단체가 돈을 번다고 비난하고 있으나 사실 교복을 판매한 비용으로는 센터 운영조차 불가능하다"며 "특히 공짜로 교복을 줄 경우 학생들이 남의 것을 얻어 입는다는 생각에 치욕감을 느낄 수 있고 무엇보다 교복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차원에서 센터는 나눔의 소중함을 전달하기 위해 적은 돈이라도 받고 교복을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복 나눔 시스템을 만들다
두드림 센터는 현재는 사회적 기업으로 지정돼 있으나 지난 2011년 처음 개소할 당시에는 희망을 여는 사람들의 부설 기관으로 시작했다.
두드림 센터는 교복과 관련 '나눔 시스템'을 처음으로 구축한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당시에는 중고 장터, 물려주기 등 교복을 체계적으로 나눌 수 있는 시스템이 없었다.
당시 희망을 여는 사람들은 부산지역 저소득층들이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으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다는 점을 파악했다. 특히 '교복 물려주기' 등 학교마다 열리던 교복 나누기 행사가 신변이나 소득 노출, 저품질 등을 이유로 호응이 없었다. 실제로 학부모나 학생들은 중고 교복을 입으면 저소득층으로 소문날 것을 우려해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교복을 입는 게 일반적이었다. 무엇보다 중고 교복이 지저분하고 세탁조차 이뤄지지 않아 학생들에게 인기가 없었다고 한다.
이에 따라 희망을 여는 사람들은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이 신원을 노출하지 않으면서도 깨끗한 옷을 입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적극 나섰다. 그러나 교복 관련 나눔 시스템이 국내에서는 처음이다 보니 국내에 벤치마킹할 정책도 없어 이들은 '맨땅에 헤딩 치기'하는 마음가짐으로 발품을 팔았다고 한다. 여기다 시스템 운영을 위한 비용 문제도 큰 걸림돌로 작용했다.
당시 희망을 여는 사람들은 센터 운영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부산시, 부산교육청, 지역 기업 등지에 도움을 호소했다. 그러나 교복 관련 시스템 자체가 생소하다 보니 이들 기관은 '아이디어는 좋은데 당장 지원은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희망을 여는 사람들은 나눔을 효율적으로 실천하기 위해 외부 후원금 등을 통해 어렵사리 센터를 구축했다.
그러나 두드림 센터가 마련된 후 처음 1년 동안에는 홍보 및 교복 부족으로 센터 운영이 자체가 어려웠다. 이에 따라 희망을 여는 사람들은 학교, 아파트 등지에 교복 전달을 당부하는 공문을 보내고 대형 아파트 단지나 학교에 교복 기증함을 설치하는 등 교복 모으기에 적극 나섰다.
특히 두드림 센터는 자체 세탁을 통해 중고 교복을 새 옷으로 재탄생시켰으며 일부 드라이가 필요한 물품에 대해서는 재능기부 형식으로 대형 세탁업체에 옷을 맡기고 있다.
두드림 센터는 다양하면서도 깨끗한 교복을 갖추면서 2012년 이후 3년 동안 4만여 명이 방문할 정도로 인기 있는 장소로 재탄생했다.
박 사무처장은 "이제부터 사회복지 활동도 책임성과 지속성이 중요하다. 한번 행사로 끝낼 게 아니라 지속하기 위해 민간 복지도 체계화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며 "두드림 센터를 통해 사회 복지기관의 책임성과 지속성을 실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시민의 자발적 후원 필요
앞으로 두드림 센터는 부산창조재단으로부터 예산 1천500만 원의 지원을 받아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무료로 교복을 전달한다. 앞으로 이 센터는 나눔 시스템을 보다 확산시키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두드림 센터는 운영비 확보 등에 대한 숙제를 안고 있다. 사회적 기업에 대한 지원도 내년 5월이면 종료된다. 그렇다고 두드림 센터는 운영비를 확보하기 위해 교복 가격을 무작정 올릴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한다. 공공기관들의 제도적 지원, 지역 기업들의 사회 공헌 지원, 시민들의 자발적 후원 등 적절한 대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박 사무처장은 "교복이 의류라는 점을 감안해 지역의 대형 의류업체들이 사회 공헌 활동 방식으로 지원하면 가장 좋을 듯하다"며 "두드림 센터가 운영비 등 압박에서 벗어나면 더 좋은 교복을 다양한 계층이 나눌 수 있는 시스템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형 기자 moon@busan.com
4부 '우리 함께 관심과 동참을!'은 부산창조재단과 함께합니다. ※ 나눔 참여 문의: 부산창조재단 070-7443-651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