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화재 지표조사가 재건축사업에서 새로운 추가 절차로 등장한 가운데 지표조사 업무처리 절차로 인해 담당 행정관청의 업무 또한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지표조사 절차 중 일부 업무 영역의 담당 주체 논란으로 관계 행정관청 간 은근한 세 싸움까지도 벌어지고 있다.
이 논란은 문화재청에서 내놓은 문화재 업무처리 지침에 잘못된 부분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 되면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구청 관계자는 이 지침 내용에 대해 “문화재청이 법적 근거 없이 일방적으로 시·군·구를 해당 업무 절차에 끼워 넣었다”면서 “법에서는 사업시행자가 시·도지사 및 문화재청장에게 곧바로 조사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돼 있으나 이 지침에서는 시·군·구청장이 사업시행자로부터 보고서를 접수받아 시·도지사 및 문화재청장에 대해 제출하도록 돼 있다”고 문화재청의 행정편의주의를 지적했다.
문화재청이 발표한 업무처리 지침에는 관련 업무 절차에 대해 상세히 안내하고 있으며, 또한 일반인들이 지표조사 행정절차에 대한 이해를 돕도록 하기 위해 절차 안내도가 삽입돼 있다.
이 지침에서 밝히고 있는 지표조사 업무절차는 크게 ▲사업시행자의 지표조사기관 선정 ▲지표조사기관의 지표조사 및 보고서 작성 제출 ▲사업시행자의 시·군·구청장에게 보고서 제출 ▲시·군·구청장의 시·도지사 및 문화재청장에게 보고서 제출의 순으로 명시돼 있어 시·군·구청장이 일정 업무를 담당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구청 측은 현행 문화재보호법 ‘제74조의2(문화재지표조사)’ 관련 조문에서 시·군·구를 명시하지 않고 있지만, 문화재청에서 이에 대한 아무런 근거규정 없이 ‘지표조사 업무처리 지침’에 슬그머니 삽입해 당연한 절차처럼 인식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법 제74조의2 규정을 살펴보면, ‘지표조사는 당해 건설공사시행자의 요청에 의해 문화재관련 전문기관이 수행하며, 건설공사의 시행자는 지표조사를 완료한 경우에는 그 조사보고서를 당해 사업지역을 관할하는 시·도지사를 거쳐 문화재청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한 구청 관계자는 “현행 법 또는 시행령을 아무리 뒤져봐도 시·군·구가 지표조사 절차에 참가한다는 근거 및 시·도지사의 위임을 받는다는 등의 규정 등을 찾아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관련 업무를 기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구청에서 해당 업무를 기피하려는 것이 아니고 법적 근거 없이 진행되는 행정절차를 바로 잡고자 하는 의도”라며 “필요하다면 법률 개정 등을 통해 관련 내용이 삽입돼야 할 것”이라는 주장을 덧붙였다.
그러나, 이 구청의 지표조사 행정은 일단 문화재청 지침을 따르고 있다. 조합으로부터 보고서를 접수받아 시·도지사 및 문화재청장에 제출하고 있는 것. 구청측에서는 “법률 근거 규정 마련 등 조정이 이뤄져야 하지만 일단 재건축사업을 위해 지침대로 진행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 측에서는 구청 측 문제제기에 대해 불쾌해 하며 지침에 명시돼 있는 절차는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각종 건설공사의 인·허가권자가 시·군·구청장으로 돼 있는 현행 건설행정에서 지표조사라는 문화재 보존 대책은 그 취지로 볼 때 건설행정 제도 하에서 해당 공사에 대한 인허가 신청이 접수될 때 지표조사 업무가 실시돼야 하는 것으로 시·군·구가 담당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
문화재청 관계자는 “현재 문화재법 상에서도 3만 제곱미터 이하에 대해서는 시·군·구에서 문화재 지표조사 여부를 결정하게 하고 있다”면서 “인허가권자인 시·군·구가 지표조사보고서의 1차 접수기관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김병조 기자 2004-06-29 14:17:3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