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이슬기 기자) 클래식 선율이 흐르고 한 마리 백조가 등장한다. 무대를 누비는 발레리나의 몸놀림에 객석은 조용해지고 기쁨과 슬픔은 더해져간다. 발레는 본래 유럽의 궁정과 귀족사회에서 향유되던 사교무용이다. 때문에 오늘날 대중은 발레 공연을 어렵고 멀게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여기 눈앞에서 발레를 만날 수 있는 공연이 있다. 남녀노소 마음껏 웃으며 즐길 수 있는 발레, 연극 ‘발레선수(연출 김명규)’이다.
열혈 소년 우용근은 카리스마에 죽고 카리스마에 산다. 목포 통합 짱으로 불의를 보면 절대 참지 못하는 상남자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학 입시를 앞둔 시점에서 용근의 엄마는 답답한 마음뿐이다. 어떻게든 대학을 보내야 하는데, 용근의 성적은 답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던 와중에 용근의 엄마는 예체능으로 대학을 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고, 용근에게 무용을 배우라 권한다. 남자 중의 남자, 용근은 태권도도 합기도도 아닌 무용을 배워야 하는 현실을 마주한다.
발레가 어려운 장르라는 편견은 버려두고 와도 좋다. 극 전반적으로 흐르는 복고의 감성은 관객들의 향수를 자극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이승철, 변진섭 등의 옛 노래와 청바지에 청재킷을 입은 배우의 모습, 작은 일 하나에 환하게 웃을 줄 아는 순수한 감성이 관객을 기다린다. 동시에 용근의 친구, 정훈의 등장은 극을 꾸미는 또 다른 매력이다. 때로는 우스꽝스럽고 때로는 유쾌하며 때로는 애잔한 그의 존재는 구수한 사투리와 함께 객석을 폭소로 물들인다.
서울로 올라간 용근이 본격적으로 무용을 배우며 발레는 보다 더 가깝게 다가온다. 운동해도 오랜 시간 버텨본 적 없는 그가 발레만큼은 재미를 느낀다. 아무것도 몰랐던 초보가 동작 하나하나 배워가고 천재 소리도 듣는다. 발레리나 소녀에게 반해 시작된 사랑도 열정의 원인으로 자리한다. 뻔하고 단순한 이야기지만 그만큼 쉽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용근 역의 배우와 함께 무대를 꾸미는 건 무용수 출신의 배우다. 용근의 마음을 빼앗는 발레리나 김주희 역에는 발레 혹은 무용을 전공한 무용수들이 캐스팅됐다. 어리숙한 초보 용근과 달리 주희는 누구보다 재능이 있는 발레리나이고, 극에서 배우들은 감탄을 자아낼 만큼 멋진 발레를 선보인다. 특히 콩쿠르 장면은 주희의 독무대로 아름다운 발레리나의 움직임이 무대를 가득 채운다.
뿐만 아니라 어른이 된 용근과 주희가 선보이는 파드되(발레에서 두 사람이 추는 춤)는 비장의 무기라고 할 수 있다. 어린 용근의 입시와 어른 용근의 오디션이 교차하면서 어른 용근 역에 신현지, 이선태 등 실제 무용수가 등장한다. 시간이 흐르고 펼쳐지는 어른 용근과 주희의 마지막 파드되가 시작된다. 이 순간만큼은 대규모 발레 공연에서 볼 수 있을 명품 발레를 만날 기회이다.
대학로의 소극장에서 한 편의 발레 공연을 만날 수 있는 건 특별한 경험이다. ‘발레선수’는 무용 예술이 어렵지 않고 누구나 즐길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소년과 소녀의 귀여운 러브스토리, 꿈을 향해 가는 멋진 열정이 함께한다. 연극 ‘발레선수’는 2015년 2월 15일까지 대학로뮤지컬센터 공간피꼴로에서 공연된다.
[공연정보] 공연명: 연극 ‘발레선수’ 작/연출: 김명규 예술감독: 우현영 공연기간: 2014년 11월 18일 ~ 2015년 2월 15일 공연장소: 대학로뮤지컬센터 공간 피꼴로 출연진: 채동현, 박한근, 황희진, 장정윤, 정혜민, 임형준, 윤경호, 안두호, 강예나, 이서림, 황지온 관람료: R석 4만원/ S석 2만5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