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직장에 출근을 안 해도 되는 날이었다. 기념식에 참석을 해도 되고 안 해도 되기에 나는 여행을 며칠 전부터 하루 동안의 여행을 꿈꿨다. 기차여행을 할 것인지 아니면 승용차로 여행을 다녀 올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등산을 할 것인지를 생각하다가 전부터 생각했던 한 가지를 실행하고 싶었다. 그것은 청양에 있는 고은식물원을 가서 봄 아니 이제 초여름을 품은 향기를 만나고 무량사에 가서 고즈넉한 분위기에 젖어보는 것 이었다.
아파트 광장을 떠나면서부터 가슴은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고등학교에 다닐 때 수학여행을 가는 날 보다 더 두근거리는 것은 내가 만나고 싶었던 녀석들을 만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아파트를 출발해서 예당저수지를 비껴 돌아 달릴 때 열린 창문을 통해서 들어오는 바람과 적당한 무게의 햇살이 참 기분이 좋게 만든다.
삼십분 정도 달리다가 주유 등에 불이 들어온 것을 확인하고 가까운 주유소를 찾았다. 마침 가까운 곳에 주유소가 있어 자동차의 기름 탱크에 기름을 가득 채우고 고은식물원의 위치를 물으니 주인이 작은 안내 책자를 건넨다. 나는 약도를 보면서 읍내로 들어가지 않고 대천으로 가는 우회도로를 달리다가 이정표를 본 후 잠시 달린 후 마을길에 접어들었다. 한가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지만 농촌의 아픔을 나는 알고 있다. 농산물 시장의 개방으로 농민들의 설 땅이 없어지게 되는데 우리 국민 모두의 아픔이라고 생각이 되었다.
마을도로로 오 분 정도 달린 후에 목적지를 알리는 안내판을 보았고 곧 주차장에 닿았다. 주차장에는 평일이어서 그런지 주차된 자동차다 몇 대 되지 않아 나를 기쁘게 했다. 사람들이 많으면 나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어려움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천천히 들어가면서 식물원의 모습을 엿 볼 수 있었다. 입장권은 8,000원이었는데 나중에 식물원을 나갈 때 결코 비싸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고운식물원은 1990년부터 부지를 조성하고 2003년 3월에 개원을 했는데 11만 평이 된다고 한다. 입장을 해서 올라가면서부터 나무로 된 산책로로 걸으면서 색다른 맛이 났다. 흡사 숲 속을 걷는 느낌이 든다. 뿐만 아니라 입구부터 이름모를 야생화가 나를 반겨주었다. 가끔 매발톱과 금낭화를 볼 수 있는데 요즈음에 가면 고운식물원의 대표 야생화라는 것을 쉽게 발견하게 된다. 삼사 분 그 곳을 지나 위로 향하다가 조개나물과 원예종인 루피너스를 만났다. 몸체에서 피어오르는 하얀색과 분홍색의 꽃이 무척 예쁘게 다가왔다.
꽃을 볼 때마다 미소를 지었고 산사나무 꽃을 만난 후 동물농장에 닿았다. 동물농장 이라 해서 규모가 큰 동물농장은 아니다. 반달가슴곰, 꽃사슴, 염소, 비둘기, 타조, 토끼, 개, 닭, 오리, 공작 등이 있었는데 어린 아이들에게 색다른 맛을 주리라 생각했다. 많은 식물원에서 동물 농장을 만들고 있는 추세를 확인한 후 야생화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사실 내가 가장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곳이었는데 예쁜 은방울꽃이 나의 카메라 속으로 빨려들어 왔다. 연잎꿩의 다리를 본 후 작년 가야산 등산에서 만났던 민백미꽃의 순수함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각시둥글레를 비롯한 둥글레들이 무리지어 꽃을 피우고 있었는데 끝 무렵이라 아쉬움이 남았다. 잠시 앞으로 나가다가 보라색 둥근 꽃을 만났는데 바로 산파였다. 하얀 의아리꽃을 만난 것은 또 다른 기쁨이 되었다. 노란 웃음으로 만난 오공국화, 동의나물, 좀씀바귀 등은 구분을 쉽지 않게 했고 나의 부족함을 열심히 만나는 것으로 채워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둑에서 헬레보러스를 만났는데 원예종으로 꽃 모양이 이상했다. 그 곳을 벗어나 체험학습장에 닿았는데 관람객이 많지 않아서인지 체험을 하는 사람들은 한명도 없었다. 연분홍 작은 꽃을 피우는 ‘나도 댕강나무’와 이름모를 나무와 꽃을 보면서 앞으로 진행하였다. 어디선가 하얀 꽃이 나를 불렀다. 바로 해당화였는데 서산의 B지구의 가로에서 만났던 그 녀석이었다. 바람이 불지 않아 예쁘게 사진을 담을 수 있었다. 하얀색의 꽃을 피우는 ‘니코말발도리’꽃을 보다가 마침 날아온 나비 한 마리를 만났다. 녀석은 꽃의 유혹에 넘어가 열심히 날개 짓을 하면서 꿀을 빨고 있었고 나는 열심히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주위의 꽃을 살펴보면서 나는 온실로 들어갔다. 꽃비빔밤에 꼭 들어가는 화려한 한련을 보았다. 하얀 웃음을 머금은 ‘애플사이다 제라늄’과 ‘제라늄’을 본 후 노랗게 피어나는 나리꽃을 보았다. 온실이어서 더 빨리 피어나지만 보기에 참 좋았다. 언제보아도 신기한 하얀색의 ‘시계초’, 고고한 하얀꽃을 내미는 ‘칼라’, 매혹적인 빨간 꽃의 ‘아브틸론’, 연분홍색의 꽃 ‘알리움’, 빨간 잎인지 꽃인지 구분 못할 ‘후박나무’ 그리고 이름을 알지 못하는 숱한 꽃들을 만나고 온실 밖으로 나왔다.
막 꽃망울을 터트리는 ‘병꽃나무’, 엉겅퀴와 비슷한 꽃으로 피어나는 ‘뻐꾹채’를 만나고 잔디운동장으로 가다가 노란 원추리를 만났다. 우리들의 산과 들에서 자주 만나지만 그 때 마다 반가운 꽃이다. 용의 머리와 같은 꽃 ‘용머리’를 만나고 진행하다가 하얗게 무리지어 피어있는 ‘마가렛’을 만났다. 우측으로 펼쳐진 금낭화는 바다를 이루는 것만 같았다. 분홍색 그리고 가끔 하얀색 금낭화를 만나면서 많은 사람들은 돌아갔을 때 많이 기억에 남는 꽃이라고 생각이 되었다.
할미꽃 군락지를 만났는데 거의 꽃을 잃고 있었지만 막 피어나는 것도 있어서 할미꽃의 일생을 보는 느낌이 들었다. 산책을 하듯 걷다가 전망대에 올랐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니 수목원이 한 눈에 들어온다. 이 곳은 인위적으로 만들긴 했어도 주어진 지형을 잘 이용해서 만들어져 있어 경치도 참 멋이 있었다. 전망대를 벗어나 다시 길로 나오다가 수련을 만났다. 수생식물을 볼 수 없는 것이 안타까웠는데 흰색 수련으로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철쭉원에서는 다채로운 철쭉을 볼 수 있었는데 심은 지 얼마 안 되었는지 수분 공급이 안 되어서인지 말라 죽어가고 있는 녀석이 있어서 안타까웠다. 흰색, 빨강, 분홍, 노랑과 주황의 철쭉을 보면서 조금 더 일찍 왔으면 더 멋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중간의 길을 통해서 목단꽃을 보려했으니 이미 꽃이 거의 진 상태여서 아쉬움이 남았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배가 고파오는 것을 느끼며 식당으로 향했다. 그런데 식당에는 휴업을 알리는 공지가 있었는데 식사를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나는 용감하게 들어갔는데 메뉴에 라면과 비빔국수가 있어 라면을 시켰다. 밥을 팔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라면을 끓여주어서 점심을 때울 수 있어 다행이었다. 식사를 한 후에 붓꽃원에 들렸다. 각종 색깔의 붓꽃이 피어나 자태를 뽐내고 있었는데 외래종의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그 곳을 벗어나 아쉽게 정문을 빠져나오면서 나는 생각했던 것 보다 더 좋은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을 했다. 직원들이 친절했고, 쉼터가 적당해서 노인들도 관람을 하다가 쉬면서 가기에 적당했으며 다양한 꽃과 식물들을 만날 수 있었고, 동물농장을 운영하여 어린 아이들에게 남다른 즐거움을 줄 수 있고, 잔디 운동장이 있어 큰 행사도 치룰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쉬운 것도 있었다.
처음에 심을 때 꽃의 명찰을 달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식물들이 침범해서 꽃의 이름이 정확하지 않거나 명찰을 가지지 않은 것이 관람객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생각을 했다. 그리고 식물원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서 그런지 몰라도 비비추나 금낭화 매발톱 등 특정한 식물이 너무 많아서 다른 식물들이 설 자리를 ?v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어느 곳에 가도 모든 것이 완벽 할 수는 없는 것 이다. 스피커를 통해서 들리는 음악을 들으며 산책하듯 식물을 만나고, 우리들의 주변에서 볼 수 있었으나 사라지는 야생화를 보면서 옛 추억을 되살릴 수 있어서 참 좋았다. 매년 한 번은 꼭 방문하리라 생각을 하면서 주차장을 빠져 나갈 때 나의 입에선 흥겨운 노래가 흘러나왔다.
첫댓글 꽃 이름을 참 많이도 아십니다. 카메라 들고 틈만 나면 뛰어다니더니 헛공사는 아니었습니다그려.덕분에 고운식물원 구경 한 번 잘 했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