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먼저 지지난 주에는 구청 댄스 팀 초대였어요. 인원은 자그마치 22명이나 된 대요.
집들이래야 별 음식 준비는 필요 없고 삼겹살에 상추쌈이면 된다 그랬어요.
이날 아침 마누라는 나보고 영화나 보러 나가라고 했어요.
전 할 수 없이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 있는 상암CGV로 갔어요.
본 영화는 '달마야 서울가자' 였어요. 중간에 깜박깜박 몇 번씩 졸았어요.
영화를 보고 나오니 오후 4시쯤이었어요. 지금 집에 들어갔다 간 마누라한테 나중에 무슨 봉변을 당할지 생각만 해도 피서가 됐어요. 전 걸었어요. 월드컵공원 호숫가를 혼자서 우산 쓰고 무한정 걸었어요. 다리가 아파서 밴취에 앉아 쉬는데 웬 IQ가 두자릿 수 정도 되어 보이는 녀석이 제 곁에 앉더니 자꾸만 저를 쳐다보며 히죽거리는 거였어요.
고맙게도 시간이 흘러 6시가 넘어서야 마누라 전화가 왔어요. 이제 집으로 들어오라는 전화였어요. 전 버스도 안타고 불광천변을 1시간 반 걸어서 집으로 갔어요.
이날 밤.
저는 은근히 어떤 보상을 기대했어요.
그런데 마누라는 22명이 먹은 그릇 설거지하느라고 밤 2시가 넘어서 까지 주방에서 딸그락거리며 잠 잘 생각을 안 하는 거였어요. 저는 너무너무 졸려서 먼저 들어가 잤어요.
뭡니까, 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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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주는 시골촌뇬 동창들 초대였어요.
마누라는 저보고 또 집을 나가 달래요. 어제 화백산행을 했으니 또 산행하기에는 힘이 딸려서 고민 하다가 '일구농장'엘 갔어요. 이날 따라 새삼 농장주인이 엄청 고맙대요.
원두막 걸레질하고 모기향 피우고 점심때라 부엌을 뒤져 허락도 없이 라면을 끓여먹었어요. 김치도 꺼내서 실례했는데 진짜 맛있었어요. 커피까지 한 잔 마시고 가져간 신문 다 읽고 나도 시간이 안가지 뭐예요.
그래서 그 동안 장맛비에 차가 더러워졌어도 아파트라 세차도 못했는지라 바께스에 물길어다 걸레 빨아가면서 세차까지 반짝반짝하게 하고 났는 대도 아직 3시밖에 안 된 거예요.
하는 수 없이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가져다 놓고 다시 시내로 나갔어요. 지하철로 을지로 3가에 내려서 전축 장식장 선반 고정시키는 나사 4개 사고, 걸어서 동대문까지 가서 벼룩시장 구경으로 시간을 때웠어요. CD 6장들이 8천원에 사서 버스 타고 터벅터벅 집에 들어갔어요.
이날 밤.
저는 또 은근히 어떤 보상을 기대했어요.
그런데 이번엔 마누라가 너무너무 피곤하다면서 먼저 방에 들어가 골아 떨어지는 거예요.
코 고는 소리가 거실에까지 들리지 뭐예요.
뭡니까, 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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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세 번째인 오늘,
동네 친구들 부르는 날이래요. 마누라는 저보고 오늘은 어디로 나갈 거냐고 묻는 거였어요.
이번 주엔 화백산행이 없으니 등산이나 하고 오겠다고 했더니 점심 도시락을 싸 주었어요.
배낭을 매고 화백들이 늘 가던 코스로 올라갔는데 날씨가 엄청 덥대요. 땀으로 목욕을 해가며 능선을 지나 진관사계곡으로 내려가 물 속에 발을 담그니 그제야 살 것 같았어요.
땀을 씻고 점심 도시락을 여니 반찬은 아침에 먹던 깻잎과 멸치볶음, 김치가 전부지 뭐예요.
떠가지고 간 비산약수에 밥을 말아서 먹었어요.
그래도 시원한 물가에서 쉬다보니 땀이 싹 가시고 시원한 게 피서가 되었어요. 아까 능선에선 온도계가 30도를 가리켰는데 이곳 계곡에선 23도 였어요. 가져간 신문 다 읽고 나니 4시였어요. 슬슬 자리에서 일어나 진관사계곡을 내려오는데 아래쪽 계곡엔 피서 나온 가족들로 수영장을 방불케 했어요.
5시경 버스를 타고 가면서 집에 전화를 걸었더니 아직도 안 끝나고 놀고 있다지 뭐예요.
10분내로 집에 들어 갈 테니 알아서 하라고 큰소리 쳤어요.
집에 도착하여 현관을 열고 들어섰더니 아무도 없었어요. 마누라도 없고. 아마 전송 나갔는 모양이에요.
거실에 펼쳐놓은 상에는 먹다 남은 과일과 찻잔이며, 질탕하게 놀다가 견훤에게 쫓겨 허둥지둥 달아난 신라 경주의 포석정 모습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