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일본 료칸기행 1부 진짜 일본을 만나다.
현영(방송인)
세상 어디에나 있는 흔한 숙박시설이 아닙니다. 료칸은 일본식 의식주 전통과 매력을 한 곳에서 체험할 수 있어 ‘작은 일본’이라 불립니다. 저희 가족이 펜션을 운영하고 있어서 숙박업에 관심이 있어서 공부하고 싶었고요. 또 예전에 영화 촬영 당시에 일본 료칸에서 장기간 묵은 적이 있는데 료칸의 매력, 운영 방법을 조금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전 세계 화산의 10%, 4,000개 이상의 화산온천이 있는 온천의 나라 일본. 몸에 좋은 온천에서 자연과 하나가 되고 전통 정원에서는 일본 특유의 아름다움에 푹 빠져봅니다. ‘다이세키’ 요리는 또 어떻구요? 일본요리의 정수를 한 상 가득 맛볼 수 있는데요, 손님을 최고로 모시는 일본식 서비스는 언제나 또 가보고 싶게 만드는 매력입니다. 일본만의 멋과 맛을 만끽할 수 있는 즐거움. 료칸 안에 살아 숨 쉬는 진짜 일본을 만나는 시간. 지금 시작합니다.
(일본 료칸 속으로 1부 진짜 일본을 만나다.)
산불이라도 난 듯 하죠? 이곳은 매년 수백만의 일본인이 단풍놀이를 즐긴다는 ‘하치만타이 국립공원’(일본 아키타현)입니다. 이곳은 100만년 전 분출한 40개의 화산이 어울어진 화산지대인데요, 너도밤나무와 삼나무 원시림에서 나홀로 온천탕으로 유명한 온천명소입니다. 진흙이 펄펄 끓을 정도로 뜨거운 온천수를 한 겨울에도 볼 수 있습니다.
현영(방송인)
“아바도 나쁜 짓을 많이 하고 죽어서 지옥에 가면 지옥의 분위기가 이렇지 않을까 해서 여기를 ‘지고쿠다니’라고 해서 ‘지옥의 길’ 이렇게 이름 붙여 부른다고 하네요. 근데 여기 제가 잠깐 옆으로 왔잖아요. 후끈후끈한 열기가 와요.”
일본 온천 대부분은 이곳처럼 마그마에 뜨거워져 ‘자연온천’이라는 ‘화산성 온천’입니다. 가을부터 겨울까지가 최고라는 이 국립공원 한가운데 4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료칸이 있습니다. 이 료칸에는 어떤 이야기와 일본적의 매력이 숨어 있을까요?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먼 길 잘 오셨습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아베쿄코(료칸 오카미)
“처음 뵙겠습니다. 저희 료칸은 온천도 요리도 경치도 좋으니까 푹 쉬다 가세요.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이쪽으로 오세요.”
료칸의 여주인 ‘오카미’상의 첫인상이 따뜻하면서도 당당했는데요, 입구부터 세월의 무게가 느껴집니다. 산사태가 나 이 건물을 지은 건 70년 전. 처음 문을 연 건 무려 애도시대인 400년 전이라고 합니다. 노천탕 가는 길, 오랜 세월에도 변함없이 사랑받아온 이유를 온 몸으로 체감했는데요. 대자연의 장관과 유황온천의 기운이 어우러져 마치 다른 세상인 듯 황홀해집니다.
“햇살과 여기 유황, 습기같이 뿜어져 올라오는 거하고 이 분위기가요, 저 지금 꿈속에 들어와서 걸어 다니는 듯한 기분이에요. 그리고 여기 향이 유황 향이라고 그랬는데 향도 은은하게 나서 ‘나 지금 온천에 있구나’라는 느낌이 나게 싹 퍼지고요... 여기는 꿈속이에요, 정말.”
일상의 무게도 저 멀리, 어지럽던 마음도 단번에 비워지는 그런 순간이었습니다.
“오 여기 끓고 있는 연기 좀 보세요. 어마어마하죠? 여러분, 바로 여기가 일본 여성용 노천탕입니다. 보신 적 없으시죠? 온천탕 안을 여러분께 공개해드릴께요. 들어오세요.”
인공미는 최대한 배제하고 대자연속에 푹 안기도록 설계되었는데요, 삼림욕과 온천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이 순간, 일본인의 온천사랑이 이해가 갑니다. 일본에서도 드문 강산성 온천수라 피부병과 부인병에도 좋다네요.
“일단 물을 만져 보면 꼭 비누칠 한 번 하고 물로 살짝 씻었을 때 나는 그런 매끈한 느낌 있쬬? 그런 매끈매끈한 느낌도 있고요, 관절 속까지 뜨끈한 기운이 들어와서 싹 풀어주는 듯한 느낌? 그런 느낌이에요.”
자연 앞에 절로 겸손해지는 이 노천탕은 국립공원이라는 장점을 완벽하게 살린 최고의 노천탕이었습니다. 예로부터 일본인들은 ‘탕치’라고 해서 뜨거운 온천욕으로 심신의 병을 다스렸는데요, 특히 유황온천의 열기에 혈관이 확장되면 몸이 가벼워지고 불임치료에 좋다고 소문이 나면서 간절한 소원을 안고 오는 부부들이 끊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일본인에게 온천은 특별한 공간이자 문화입니다. 몸의 피곤만 푸는 게 아니라 정신까지 새롭게 하는 수양의 공간인데요, 그래서 자연과 호흡할 수 있는 공간은 료칸을 고르는 기준이기도 합니다.
마츠무라(료칸 이용객)
“도쿄는 대도시라 갑갑하지만 여기는 도시를 벗어난 대자연에서 야생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아요. 그래서 이곳에 왔습니다. 역시 여기는 국립공원이라 보존이 잘 되어 있고 자연도 그대로 살아 있어요. 굉장히 좋은 상태로 자연이 남아 있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료칸의 매력은 이 온천이 전부가 아닙니다. 료칸 한 곳에서 일본의 맛과 멋을 골고루 체험할 수 있는데요.
“여기 있는 게 모두 먹을 거네요.”
“이 부근에서 채소를 딸 수 있을 겁니다.”
50년간 이곳을 지켜온 ‘오카미’상은 깊은 손맛으로 유명하신데요, 이 ‘머우’처럼 료칸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청정재료로 단백하고 건강한 요리를 차려내신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주로 이 대를 먹어요. 잘라서 볶아 먹는데요, 근데 여기 일본에서는 이렇게 작은 머우대를 골라서 요리를 해야 맛있데요.”
요리방법도 우리와 달랐는데요.
“이게 요리해 먹으면 진짜 맛있어요. 튀김으로 만들어서 손님들께 내드려요.”
“덴뿌라? 오뎅?”
“아니요. 덴뿌라는 오뎅이 아니라 튀김이에요.”
“저는 바삭바삭한 일본 튀김 진짜 좋아하거든요. 그대서 기대됩니다.”
한 TV 프로그램에서 유명한 세프를 상대로 우승한 적이 있으시다는 데요, 요리 방법은 우리 깻잎튀김과 다를 바는 없어 보이죠? 하지만 무공해 국립공원에서 자란 야생 ‘머우’는 처음이라 저도 기대가 됐습니다. 멀리서 온 손님을 위해 요리사 대신 직접 나선 정성스런 손길이 꼭 고향집 어머니 손길을 떠올리게 하네요. 본격적인 식사시간 전, 료칸만의 특별한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그러면 요리에 대한 설명을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저희 요리는.... 오늘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천천히 즐겨주십시오.”
식사가 포함된 숙박이라는 료칸은 경제가 발전하고 여행이 문화로 자리 잡은 중세 이후, 일본적인 숙박시설로 자리 잡았습니다. 온천과 숙박 외에 식사가 포함된 것은 애도시대 이후부터인데요, 탕 하나와 반찬 세 가지를 기본으로 하여 매혹적인 상차림과 제철 요리로 손님들을 유혹합니다.
이 료칸만의 자랑, 특허까지 냈다는 특별한 죽순 겨자 초자림부터... 천혜의 입지와 단백한 요리가 인상적인 전통 요리였습니다.
“국물이 정말 맛있어요.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 저희가 직접 따라갔던 후끼(머우대)... 깨끗하다. 채소의 향, 고기의 담백함, 비린 맛 전혀 없고 모든 게 깨끗하고 단아한 밥상이고요.”
료칸의 또 다른 매력을 소개하기 위해, 이번엔 규수을 대표하는 온천마을 ‘우레시노’로 향했는데요, 거리 한 편 여행자들에게 정말로 반가운 오아시스를 만났습니다.
“아! 여기네요. 여기가 바로 공중 시볼트 족탕입니다. 관광객이나 마을 분들이 와서 발을 담그면서 피로도 풀 수 있는 이런 공간이 마련되어 있네요. 아무래도 온천으로 유명한 마을이기 때문에 초입에 이렇게 마련되어 있는 것 같아요.”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무료 온천이라니, 이 온천마을의 넉넉함이 느껴집니다.
“실례합니다. 안녕하세요?”
이 온천의 효능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독일인 의사를 기념하는 족탕이라고 합니다.
“시원해요?”
“한국말 정말 잘하시는데요?”
“조금만 (할 수 있어요)!”
함께 발을 담그다 보면 이야기꽃이 피기 마련, 바로 온천의 힘이겠죠?
“미끈미끈하고 좋아요. 피곤이 싹 풀리는 것 같아요.”
이케다 에이치(사가현 우레시노시)
“(현영 씨 나오는) 영화 봤어요.”
“정말요?”
“‘가문의 수난’ 영화 봤어요.”
“아! 진찌요? 다시 한 번 찍어주시면 안 돼요? 정말 재밌었어요?
“네, 정말 재밌었어요.”
“네, 보셨구나! 오래간만이에요.”
“네. 오래간만이에요.”
오래전부터 명성을 이어져온 이 온천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셨는데요.
“1,300년 전에 우레시노 온천이 일본의 역사서에 정식으로 기재됐습니다. 책에는 713년 우레시노 온천이 뿜어져 나왔고 사람들의 상처를 낫게 했다고 적혀 있습니다.”
“그럼 여기 들어갔다 나왔다 하면 예뻐지고 미인이 돼서 돌아가나?”
하루 용출량이 3,000톤, 60개에 이르는 료칸. 규수의 최고 온천마을에 ‘이랑’의 휴양지로 유명한 호텔식 료칸이 있습니다.
“3년 전쯤 ‘가문의 수난’이라는 영화를 촬영했던 장소입니다. 그때 2주 정도 머물며 촬영을 하면서 ‘일본의 료칸이 이렇게 매력적인 장소였구나!’, ‘이렇게 좋은 점들이 많았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저도 료칸에 대한 관심이 깊어졌던 그 시작점이 됐던 장소입니다.”
저를 기억하는 분이 계실까 했는데요.
“어서오세요.”
“오랜만이에요!”
마스다 히데유키(료칸 지배인)
“현영씨, 오래간만입니다.! 여전히 예쁘시네요.”
“정말 보고 싶었어요.”
“여전히 멋있으시네요.”
“현영 씨도 여전히 아름다워요. 스타일도 좋으시고...”
“저는 이제 결혼해서 딸도 있어요.”
“딸이요? 예쁘겠어요.”
“제가 영화 촬영할 때 저희 영화에도 출연하셨어요. 그때도 이곳에 계셨고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이곳에서 반갑게 맞아주시네요.”
전통적인 아름다움과 현대식 장점을 결합한 이곳은 저에게 료칸의 매력을 처음 알려준 고마운 곳입니다. 변함없이 고즈넉한 일본식 정원 풍경에 마음은 벌써 3년 전으로 돌아갑니다.
“영화촬영 때 사진이에요.”
촬영 당시 사진들인데요, 추억의 현장에서 보니 감회가 남다르네요.
“다들 잘 지내고 계시죠?”
“네. 잘 지내요. 다들 지금은 자녀가 있어요.”
“진짜요? 좋네요. 축하합니다.”
저에게도 특별하지만 이곳은 일본인도 한번쯤 오고 싶어하는 꿈의 료칸입니다.
“‘특별귀빈실‘ 이곳이요, 50년 전쯤 일본 국왕이 이 료칸에 묵었다는 소식을 듣고 지어진 방이라고 합니다. 한번 들어가서 구경을 해볼까요? 문이 방까지 들어가는데 벌써 하나, 둘, 세 번째 문을 열고 들어가면 응접실 같은 공간이 나타나네요. 일단 눈에 딱 띄는 건 이 벽면 위에 있는 목각, 조각같이 돼 있는 벽면이에요. 학 그림이 고풍스러운 그런 느낌이 들고요. 우와! 층고가....”
일왕이 머물렀다는 이곳은 최고급 료칸이 보여주는 좋은 예입니다. 일본식 정원과 노천 온천이 별도로 딸려있어 VIP 고객들이 방해받지 않고 완벽한 휴식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제가 이 방을 돌면서 일본 국왕이 이 방에 묵었을 때 ‘무엇에 가장 반했을까?’라고 생각을 해봤을 때, 아마도 자연미를 물씬 풍기면서 있는 이 창밖에 정원. ‘이 모습에 반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해봐요.”
정원을 감상하는 것은 료칸 여행의 큰 즐거움입니다. 선불교의 영향으로 일본의 정원은 진짜 자연을 모방해 꾸며지고 영상과 만난 구도의 공간으로 사용되어집니다. ‘와비사비’ 불완전하고 거친 상태를 아름답다고 여기는 일본 특유의 미의식을 잠시나마 엿보았습니다.
반면 또 다른 정원은 좀 더 현대적인데, 제가 꼭 다시 오고 싶었던 추억의 공간입니다.
“여기 혹기 어디서 본 것 같이 않아요? 어휴! 뜨거워, 뜨거워요. 여기가 바로 저 ‘가문의 수난’이라는 영화 생각나세요? ‘가문의 수난’ 촬영지예요. 그래서 요 장면이 김수미 선생님하고 저하고 둘이 들어가서 족탕인데 족탕을 못 읽어가지고... 그때는 제가 아가씨였어요. 근데 4년 전이잖아요. 지금은 예쁜 딸도 생겼고 유부녀가 돼서 이렇게 앉아있으니까 (영화 촬영했던 게) 방금 전 일 같고 어제 일 같은데, ‘시간이 이렇게 빨리 지나가고 그 안에 생긴 일이 많았구나’ 이런 생각도 들고... (가슴이) 뭉클해지는 추억이네요.”
정들었던 료칸에서 과거의 추억, 과거의 나와 마주하는 이 시간. 료칸의 여백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시간여행에 빠져있다보니 허한 마음을 채워줄 따뜻한 ‘가이세키 요리’가 반가왔는데요, ‘유레시노’의 명품요리, 온천물 두부입니다.
▶ 가이세키 요리 - 고급 식재료로 만드는 일본 전통 코스요리
“지금 끓고 있는 이 두부가 온천물에 끓이는 두부래요. 이게 가장 유명한 음식이고요. 여기다 두부를 다 건져 먹고 나서 샤브샤브처럼 넣어서 끓여 먹으라고 하는데요. 이 두부가 우러난 이 육수에 들어가서 익혀진 고기의 맛이 어떻게 나올지 진짜 궁금해요. 온천두부가 우러난 육수에 샤브샤브를 한 소고기를 한번 먹어볼게요.”
촬영 때는 밥차에서 만든 한식을 먹었기에 놓쳤던 그 맛들. 참 담백한 일본의 맛입니다.
“소고기 맛보다 소고기 전체가 두유가 된 것처럼 되게 담백해요. 정말. 그런데다 이 소스로 살짝 간을 맞출 정도로만 넣고요. 그리고 이 소스도 지금 두부 우러난 물이랑 섞여서 땅콩 소스처럼 고소해요. 가을, 싸늘한 계절에 온천물에 들어갔다 나와서 이 가이세키 요리를 받아서 먹으면 부러울 게 없을 것 같아요.”
료칸마다 새로운 요리가 가능한 비결은 지역마다 색다른 제철재료 덕분인데요. 이번에도 역시 오감만족, 마음까지 꽉 채워줬습니다.
료칸에 담긴 일본 전통의 아름다움을 만나기 위해 ‘아오모리’로 향했는데요, 12세기 초부터 치유온천을 즐겼다는 유서 깊은 온천마을을 바다 풍경과 함께 즐길 수 있습니다. 1950년대에 세워진 이 료칸은 일본 전통을 제대로 맛보고 체험할 수 있습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잘 부탁드려요.”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저는 한국에서 온 현영이라고 합니다.”
나카무라 사치코(료칸 오카미)
“저는 2대 오카미(안주인) 나카무라입니다. 45년째 이 료칸의 오카미로 있습니다.”
“오카미(안주인)이시군요.”
“‘츠가루 샤미엔’ 공연이 있습니다. 옛날에 어떤 분이 나무 밑에서 자리를 펴고 가난함을 노래했던 그런 곡입니다. 감상해보세요.”
▶ 츠가루 샤미엔 - 아오모리현 서부 츠가루 지방에서 사용된 일본 전통 발현악기로 민요의 반주에 처음 사용되었다.
환영의 뜻으로 대표적인 일본의 현악기 ‘샤미센’ 연주를 해주셨는데요. 매일밤 저녁에 무료공연을 통해 전통문화의 멋을 전하고 있습니다. 주로 민요을 연주하는데 째즈처럼 연주자마다 즉흥적으로 변주하는 게 특징이라고 합니다.
“최고예요.”
손님을 최고로 모시는 일본식 접대를 경험해보기 위해 ‘오카미’상 교육을 짧게 받았는데요. 기모노 입는 법부터 매우 엄격했습니다. 시어머니의 대를 이어 오카미 상으로 살아온 지 벌써 45년째라고 하시네요. 잘할 수 있을지 긴장이 되는데요.
“기모노를 입어보니까 어떻습니까?”
“뭔가 예뻐진 것 같아요.”
“아, 그래요? 너무 꽉 끼진 않습니까?”
“괜찮습니다.”
“굉장히 잘 어울립니다.”
“감사합니다. 뭔가 좀 예뻐진 것 같으면서 딱 바른 자세로 서야 하는 것 같고, 정숙해진 여인이 된 듯한 기분이에요.”
평범한 인사에도 절제가 엿보입니다.
“하나, 둘, 세. 세 박자 쉬고... ‘어서오십시오’”
이런 엄격함 뒤에 역사적인 이유가 숨어 있었습니다.
“천천히”
“너무 천천히 하셨어요. 옛날 일본 여성들은 항상 ‘카이센’이라는 호신용 칼을 옷 안에 가지고 다녔습니다. 그래서 무슨 일이 생기면 그 칼을 꺼내서 이렇게 상대방을 찌르는 겁니다. 오른손을 안으로 하는 이유는 오른손을 이렇게 잡음으로서 상대방에게 ‘당신에게는 적대감이 없습니다.’라는 걸 보여주기 위함입니다.”
“‘칼을 뽑을지도 모른다.’ 이런 걸 상대방에게 안심시키기 위해서 손을 이렇게 공손하게 하고요.”
기분 좋게 즐겼던 료칸의 서비스는 숱한 훈련의 결과였습니다.
“이렇게 (팔자로) 걸으면 기모노가 젖혀지니까 안장걸음처럼 이렇게 안으로 (걷는 거네요.) 맞다. 일본 영화 같은 거 보면 이렇게 이렇게 (걷더라고요.)
‘오카미’상이 전통의상의 상징이자 전문가로 존경받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저 괜찮았어요?”
“많이 좋아졌어요. 잘 하네요.”
“저 잘하나요? 감사합니다.”
꽃꽂이 다도 요리 무용까지 엄격한 교육의 결과인 일본식 접대, ‘오모타나시’. 왜 료칸 여행의 꽃으로 불리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 오모테나시 - 일본의 접대문화로서 ‘진실된 마음으로 손님을 환대한다.’ 는 뜻
“일본의 전통, 오카미상의 걸음걸이, 이런 교육 하나하나에서도 일본 역사를 엿볼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영광스럽게도 손님 차 대접의 기회를 얻었는데요...
“제가 맡은 호실은 860호고 오카미상과 함께 (들어가 볼게요.)”
“‘실례합니다.’라고 하세요.”
“실례합니다.”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녹차입니다. 여기요.”
“감사합니다.”
손님에 집중하고 진심을 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손님의 완벽한 휴식을 위해 온 마음을 다하는 태도야 말로 손님이 다시 찾게 만드는 료칸의 매력이자 비결이었습니다. 손님께 간곡히 양해를 구하는 것도 잊지 않으십니다.
“처음 오카미 수업을 받았기 때문에 실례가 많았습니다. 오늘은 푹 쉬십시오.”
“감사합니다.”
좋은 전통을 고집스럽게 유지해온 성실함이 료칸의 매력이자 수백 년간 지탱해온 힘이었군요.
“진짜 어렵습니다.”
“어렵습니까? 테이블 위에 쟁반을 올리면 안 되고 쟁반을 밑에 놓고 찻잔을 들어서 손님께 드려야 합니다. 드릴 때도 이렇게 소매를 잡고 드립니다.”
“아, 이렇게 소매를 잡고 녹차를 (드려야 하네요.) 잠깐 배워서 경험을 해봤지만 이 시간만 해도 되게 힘들어요. 그리고 긴장되고요. 항상 긴장하면서 손님을 어떻게 편안하게 모실까 이런 걸 생각해야 하는 힘겨움이 느껴집니다. 어렵네요.”
“료칸이 요즘 새롭게 건강을 위해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