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오니 종일 커피생각이 납니다. 위도 안 좋은데 하루 한잔이 기껏인데 할당량은 아침 일찌감치 해 치웠고 어쩔 수 없이 디카페인으로 한잔 하고....
얘기 나온김에 디카페인 커피 얘기부텀... 90년대 초반 독일 <HAG>사의 디카페인 커피를 동서식품에서 대량 수입한 것을 대구지역 판매대행을 한 적이 있습니다. <HAG> 社가 디카페인을 처음 개발했다더군요(1903년 인가?) 포장 디자인이 세련된 프랑스제를 주로 취급하다가 밤색의 무덤덤하게 생긴 독일제를 보니 디자인부텀 안팔리게 생겼더군요 진공포장을 하여 딱딱한 직육면체인 것이 작은벽돌처럼 생겨서 우리끼리는 <벽돌>이라고 불렀습니다.
디카페인이란 원두에서 카페인성분을 제거하는 것인데
창밖으로 빗소리가 무지 정겹게 & 지겹게 들리네요.
생원두(green bean이라 함) 를 물에 담그거나 이산화탄소, 초산 ...어쩌구 하는 촉매를 이용하여 카페인을 제거한답디다. 그러면 대부분의 카페인이 제거 되는데 약간의 카페인은 남는 답니다.
디카페인 처리된 원두를 로스팅하여 분쇄하면 디카페인 원두커피이고 (국내에 거의 없음) 이 원두를 인스탄트 커피로 재공정을 거치면 마트에서 파는 초록색 디카페인커피가 됩니다.
오늘은 고급커피 이야긴데 고급이라기 보다는 조금 특별한 커피이야기를 하지요.
<Monkey커피>란 말을 들어보셨는지요? 아프리카에는 커피열매를 따먹는 원숭이들이 있는데 19세기이후 원숭이 배설물에 섞여나오는 커피콩을 최고의 커피로 쳐 준다는군요. 물론 아프리카에서는 원숭이가 워낙 지저분한 동물이라하여 먹지않지만 서구에서는 맛이 뛰어난 커피로 이름을 떨쳤지요. 실제로 원숭이들이 가장 잘 익은 커피열매만 골라 따먹었으니 어느정도 일리있는얘기이기도 하거니와 커피과육은 위에서 소화되고 콩만 소화기관을거치면서 소화효소나 체액등과 어떤 화학적 반을을 거쳐 특이한 향미를 가지게된다는 이론입니다.
요즘은 사향고양이 똥에서 나온 커피를 (커피루왁) 최고급으로 치는데 - 한잔에 몇만원?? 멍키커피와 비슷한 경우이지요 그런데 사향고양이의 특이하게 분비되는 체액에 의해 훌륭한 풍미를 낸다는데 못먹어봤으니 확인할 길은 없고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에서 나옵니다. 오할베가 베트남산 커피가 세계 최고급이라고 우기던 것이 아마도 베트남산 사향고양이 커피를 말하는 것이 아닐까 시푼데요.
아무튼 미국에서는 사향고양이가 응가하는 그림을 로고로 넣어서 한봉지에(10온스 가량?) 수백불 하는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응가에서 나왔지만 깨끗이 씻고 다시 볶는 과정을 거치니 위생적으로 별문제는 없겠군요.
사실 커피의 제조과정에서 커피의 과육을 제거하는 것이 여간 성가시지가 않습미다 물에 불리고 여러가지 과정을 거쳐 과육을 제거하는데 사향고양이나 원숭이를 이용하면 완전 자동으로 과육은 소화가 되고 응가 속에서 커피콩만 골라담으면 되니 일석이조 완조니 바이오 무공해 공법인 것이죠. 정제하는 공정이 필요없고 가격은 높게 박을 수 있는 방법인데 왜 일반화 되지 않은지 모를 일입니다. 이 사향고양이 응가커피 역시 돈많은 벼락부자 아니랄까봐 일본이 싹쓸이를 하고 있다는군요
얼마전에 맥심커피의 <마지막 한방울까지 ...>라는 광고카피는 바로 이 사향고양이 커피의 광고카피를 따온 것이고 이 말은 처음 미국의 어느 대통령이 했다던가?
일반적으로 고급커피는 마치 와인의 등급을 구분하듯 품종. 토양, 여러가지 외적 요소 외에도 같은 품종의 나무에서 혹은 한 농장에서 생산된 것이라해도 많은 등급으로 나뉘어질 수가 있는 것이 결실기와 수확기의 일조량 이나 기후조건. 건조시의 일조량 대기중의 습도 등등 여러가지 요인이 등급에 영향을 주게 됩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건조된 원두의 굵기의 균일정도에 따라 결정적으로 나뉘지요
예를들어 10개의 커피콩 중에 굵은 콩이 6개 작은 콩이 2개 덜 발육한 콩이 한개 그리고 깨져서 반토막난 콩이 1개 들어있다면 이 콩을 볶을 때에 굵은 콩을 완전히 볶일때 까지 가열하면 작은 콩은 지나치게 많이 볶이게될 것이고 덜 발육한 콩은 검게 탈 가능성이있고 반으로 부서진 콩은 더 까맣게 탈것입니다.
이렇게 혼입된 커피콩을 분쇄하여 커피를 뽑으면 타버린 커피 때문에 맛과 향이 엉망이 되겠지요 타지않게 볶으면 굵은콩은 덜 볶이게 되니까 맛이 이상해지고... 그래서 커피 등급을 매기는 바이어들이 마치 쌀을 수매하는 농협직원들처럼 커피자루를 긴 스푼으로 찔러 샘풀을 채취하여 등급을 판정합니다. 그로인하여 가격도 결정되구요. 쌀이나 과일과 달리 커피콩 크기의 균일은 매우 중요한 요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