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나코' 하면 떠오르는 단어들, 카지노, 자동차경기, 몬테카를로, 고급휴양지
그리고 또하나
가장 강렬한 단어 '그레이스 켈리'

내가 그레이스켈리를 만난건 영화 '하이눈'에서다.
중 고교시절엔 주말이면 늦은 밤 항상 외국 영화를 방영했었다.
'주말의 명화' 혹은 '토요명화' 등등의 이름으로.
졸지 않으려 애쓰며 기다렸다가 좋은 영화들을 참 많이도 만났다.
사자가 큰 입을 벌리며 으르렁거리던 로고나, 여신의 모습을 한 여인이 한손을 들어올린 로고,
뾰족한 설산에 별들이 빙빙 돌아가는 듯한 로고가
지금도 생생히 기억난다.
파라마운트, 콜롬비아, 유니버설 뭐 그런 이름들이었던 것 같다.

그 때 본 영화 중 '하이눈'을 계기로 보안관이 등장하는 서부영화를
얼마나 탐닉했었는지.
석양의 무법자, 황야의 7인, 셰인 등등
세상 제일 재미있는 영화가 서부영화인 줄로만 알았었다.
하이눈의 주연 배우 '게리쿠퍼' 와 '그레이스 켈리'.
그 중 게리쿠퍼를 지구에서 최고 멋진 남자로 생각했다.
여주였던 그레이스 켈리가 모나코 왕비가 되었다는 사실은
아주 나중에 알게 되었다.
게리쿠퍼의 강렬하고 사색하는 듯, 고뇌하는 듯한 눈빛에 가려져
여주인공에 대한 인상은 그저 아주 예쁜 여자 정도였다.
그러다가 우연히 보게 된 영화 '백조'에서
난 그레이스 켈리를 제대로 만났다.
저렇게 완벽한 아름다움을 주는 여인이라니.
저렇게 우아한 여인이라니.
나중에 알았다
그녀가 하이눈의 여주 그레이스 켈리라는 걸.

그런데 내가 알고 있는 그 두편의 영화는 모두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만들어진 영화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그녀는 이미 모나코의 왕비가 되어
동화 속 주인공이 되어있었다.
인터넷 시대 이전에 여러 매채를 통해 알게 된 사실에
얼마나 감동적이고 동화 같았는지.
영화 백조를 보면 왠지
'그녀는 꼭 그렇게 되어야만 해'
하는
당위성을 더 느끼게 해 준다.
스토리도 이젠 잘 기억이 나질 않지만....

그녀가 결혼식을 올린 성당 앞엔 아직도 이 사진이 세워져 있다.
그만큼 그녀와 레니에 국왕과의 결혼은 지금도 상징성을 많이 갖고 있는 듯 하다
이 사진을 보니 1956년에 동화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녀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를 몇 년 전에 보았다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
니콜키드먼이 그녀 역을 맡아 우아한 연기를 했지만
그레이스 켈리의 완벽한 이목구비엔 못 미쳤다.

-사진출처 다음 이미지 검색-
동화의 주인공처럼 헐리웃 배우에서 왕비가 되었지만
남편인 레이니 공은 그녀를 그저 상징의 의미로만 받아들였는 지도 모르겠다.
프랑스에 합병 될 위기에 미국의 유명한 배우를 왕비로 앉히면서 얻게 될
시너지 효과를 노렸다는 후문도 있을 정도니까.
그녀와의 결혼 후 미국의 관광객들이 모나코에 그렇게도 많이 몰려들었다고 하니
그 효과는 이미 검증되었다고 해야 하나.

-사진출처 다음 이미지 검색-

-사진출처 다음 이미지 검색-
자신의 동화같은 결혼식 비디오만 몇번씩 돌려보고 있는 장면에서
왕궁생활의 답답함과 남편 레니에의 무관심 등을 눈치챌 수 있다
그리고 히치콕 감독의 집요한 러브콜로 인해 그녀는 헐리웃으로 돌아가고 싶어 갈등했다.
"그런 삶을 살려고 온 게 아니잖습니까
인생에서 가장 멋진 배역을 맡으러 온 거죠 "
하루종일 자신의 결혼식 비디오만 돌려보고 있는 왕비에게 건넨
신부님의 이 대사가 참 멋졌었다.
인생의 가장 멋진 배역이라
배우출신인 그녀에게 이보다 더 적절한 말이 있겠는가

이제
그레이스켈리 이야기는 그만 해야겠다.
영화 얘기나 여배우 이야기를 하자는 건 아니었는데
모나코하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그레이스 켈리 때문에
헐리웃 여배우나 왕궁의 가십거리나 주절거리는 그런 분위기가 되어버렸다.

작은 나라 모나코를 잠깐 둘러본 우리는
건물에서 풍기는 우아한 빛깔에 다들 감탄했다
강렬하거나 눈에 확 튀지않는
연핑크빛 건물이주는 우아함이
그레이스켈리를 닮았다고 하면 너무 비약이 심한가?

저 아치형 가로등에 불이 들어오면
심플한 티아라를 한 신부의 느낌 아닌가요?
톤 다운된 건물 빛깔과 전체적으로 깔끔한 도심이
금방 고급스런 동네에 들어온 걸 실감시켰다.
가이드가 버스로 이동하면서
프랑스와 모나코의 국경은(사실 경계가 모호하다)
보도블럭만 봐도 금방 느껴진다고한다.
'여기는 프랑스 아니고 모나코랍니다'
라고 말하는 듯 보도블럭이 진한 경계선처럼 확연히 달라진다
산뜻한 컬러감으로 청결함 부터가 다르게 느껴지던 보도가 그 말을 증명한다.
자 이제 그레이스 켈리가 결혼식을 올린 성당으로 가 볼까요?

면적이 작은 나라다보니
성당의 규모도 유럽 다른 나라에 비해
작다 못해 소박하다
너무 육중한 느낌을 주지 않아 더 좋다.



눈에 띄면
무조건 발길을 멈추게 되는 그림
피에타.
예수가 누워있는 모습이 부자연스럽다
애써 고통을 표현하려 저런 구도를 만든걸까?
마리아의 얼굴은 음영만으로도 슬픔이 고스란히 표현되었다

성당 안에 있는 레니에 국왕의 묘

그레이스 켈리의 묘
그녀의 묘에 더 많은 꽃이 놓여있다.
두 사람 이 성당안에서 침묵하고 있다.
이제 모나코의 왕궁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다.
모나코는 해안지대의 암벽 위에 세워진 도시라서
도시가 뻗어나갈 곳은 오직 위 밖에 없다
고지대로만 개발될 수 밖에 없는 지형적 특성으로
도시 전체가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되어있는 것이 특이하다.
도로 이동 수단이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라니.
곳곳에 지하철 입구같은 아치형구조가 눈에 띈다.
이게 거의 엘리베이터 타는 곳이라고 한다.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가 지하철이나 버스인 셈이다.



점심을 먹을 식당으로 가는 길도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했다
점심식사 후
왕궁으로 이동하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기 전에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다
참 작은 면적에 세워진 도시지만
부자나라여서 그런지
편의시설도 잘 갖춰 놓았다

모나코의 왕궁
소박하다
수수하다
담장도 높은 철재 대문도 없는 개방형이다.
왕궁 앞이 그냥 작은 광장이다.
내가 왕궁 안의 마당에 들어와있는 느낌이다.
여기까지 오면 안돼요 하는 가드도 없다
영국의 버킹엄 궁 등에 비교하니 아주 서민적이기까지 하다.
정오가 되면 왕과 왕비가 발코니에 나와 관광객들에게 인사를 한다고 한다.
여러나라 언어로 인사를 하는데
"안녕하세요."
했다니 한국인 관광객이 세계 곳곳에 많긴 많은가 보다



광장을 둘러선 건물들 색이 너무 은은하고 아름답다
우린 또 '모나코 색'이라고 이름 붙인다.
우유를 섞은 듯 은은한 연핑크 계열의 이 빛깔이
정말 고급스럽고 우아하게 느껴진다.



이 왕궁 앞 광장에서
건물들 색감에 취해 참 많은 감탄사를 외쳐댄 것 같다.
기념품도 사고 이제 이 여행의 마지막 여정을 즐긴다.

햇살이 너무 따갑고 강렬하다
선배님들은 그늘에서 나오시질 않는다
우리 용감한 세 여인만 내려와서
마지막 모나코의 전경을 내려다본다



.

저 멀리 건물빛깔과 에즈마을에서 사 쓰고 온 내 모자 빛깔이
참 잘 어울린다.
음~~ 느낌있어.(요정도는 애교로 봐주시길)

해안선 정면의 건물들이 모여있는 곳이
몬테카를로 라고 한다.
유명한 카지노가 있고 오페라극장, 스포츠 위락시설이 밀집해 있는
부자들의 놀이터라고 할까?
몬테카를로 하면 뭔지 모를 환락이 가득한 곳처럼 느껴진다.
실제로도 그렇겠지.


아름다운 모나코여 안녕!
어디선가 파도소리 느낌의 코러스에 '모나코'를 읊조리던
그 음악이 들려오는 듯 하다.
느끼한 음성의 남자가 모나코 모나코를 외쳐대던 그 노래.
그래 궁금했었다
모나코는 어떤 느낌일까
오늘 잠깐의 만남으로 모나코를 다 알 수는 없겠지만
아름다운 '모나코 빛깔'만은 선명히 기억할 수 있을 것 같다.
우유를 살짝 섞어 만든 연핑크
그 우아한 모나코 빛깔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