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전, 은평모임 신년 첫 회동을 마치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온가족이 저만 빼고 깊은 숙면의 세계로 들어간 시각,
저도 따땃한 이불속으로 기어들고 싶었으나
'후기는 1주일을 넘기지 말라'는 욱순애 쌤의 말이
퍼뜩 떠올라 도저히 잠자리에 들 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다시 책상앞에 앉아 컴터를 켰습니다 ^^;;
은평 모임을 마치고 오는 날은 늘 얼굴이 당깁니다
너무 많이 웃어서지요
어떤 날은 정말로 뱃가죽이 땡길 때도 있어요
저도 모르게 흐뭇한 얼굴로 귀가를 하게 되는데
오늘은 쳐다봐주는 사람 하나 없으니
혼자서 좀전까지의 분위기를 떠올리며
씨익 웃고 맙니다
오늘은 예고한대로 선경희쌤 댁에서
포트럭인가 머시긴가 하는 파티를 한다고 해서
아침부터 뭘 갖고 가야하나 고민이 많았습니다
직딩맘이라 손수 음식을 만들어갈 수도 없고
사들고 가자니 마땅한 음식도 없고
그렇다고 빈손으로 가자니 허전하고...
여의도에서 경희쌤 댁으로 가는 길에
마트나 식당 같은 게 뭐가 있나 생각해보니
마포농수산물센터가 떠오르더군요
강변북로를 헤치고 오랜만에 농수산물시장에 가니
싱싱한 수산물과 과일들이 즐비하더군요
첫눈에 딱 들어온 것은 겨울철 별미라는 '과메기'였는데
작년말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은
'포항 형제파'와 '과메기 예산'이 떠올라
그냥 패스했습니다 (과메기가 뭔 죄가 있다고 -,,-;;)
서둘러 횟감을 들고 경희쌤 댁으로 들어서니
승현쌤, 순애쌤, 라일락님, 초록사과님, 그리고 경희쌤, 지원이까지
방짱님 가족을 제외한 은평 가족들이 모두 도착해 계시더군요
식탁에는 탕수육과 순대곱창볶음, 김치고로케와 단호박구이,
그리고 초록사과님이 손수 만들어오신 잡채와 팥죽이
한상 가득 차려져 있었습니다.
미리 뭘 갖고 오겠다고 말한 바도 없는데
하나도 겹친 것 없이 알아서 딱딱 공수해오는 사람들...
어느덧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사이가 된 것 같습니다.
팥죽 한 그릇, 아니 두 그릇씩 뚝딱 비우고
쉴새없이 젓가락이 오가는 사이
방짱님네 가족이 당도하셨습니다
한동안 얼굴을 뵐 수 없었던 달빛처럼님과
동생이 생긴 후로 부쩍 어른스러워진 우진이,
그리고 동네 아줌마들 기도빨 세우게 만든 아기천사 하윤이까지
온 가족을 대동하고 오신 방짱님을 뵈니
얼굴에 빛이 나는 것 같더군요
뽀얀 피부에 발그레한 뺨,
새까맣고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가진 하윤이는
단번에 아줌마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품에 안을 때마다 환하게 웃어주는 하윤이를 보니
엊그제까지 병원에 있었다는 말이 믿기지 않았지요
대식님이 아껴두셨던 조니워커로 첫 건배를 하고
뒤이어 승현쌤이 방짱님으로부터 하사받은 발렌타인을 개봉함으로써
작년에 이어 올해도 신년모임을 고급 양주와 함께 하는
은평모임만의 자랑스런 전통을 세우게 되었습니다
술잔에 얼음이 사르르 녹는 동안
은평모임의 난제, '새로운 방짱 선출'문제가
다시 도마위에 올랐습니다
강력한 후보인 초록사과님이 좌중의 압박에도
한치의 흔들림도 없는 뒷심을 발휘하며
버티기 작전에 돌입하였고
또 다른 유력 후보 선경희님도 '가는 귀가 먹었다'는 둥
딴전을 피우며 모르쇠 작전을 고수하였죠
"내가 죽어야 하겠어?"
방짱님의 카리스마 작렬하는 일성에
두 분의 팽팽한 대치가 순간 붕괴되는가 싶었는데
어디선가 홀연히 나타난 X맨의 한마디!
"아무도 안한다니까, 할 사람은 자기밖에 없다고 나설거지?"
달빛처럼님의 결정적 한마디에 다시 분위기는
'구관이 명관이다', '대안이 없다'로 돌아서고 말았죠
순간 방짱님의 두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등등한 레이저빔!!
제비뽑기를 할 것이냐, 가위바위보로 할 것이냐,
생일순서대로 할 것이냐, 아님 자발적으로 나설 것이냐...
방짱 선출 방법을 가지고 또 한바탕 입씨름을 벌여야 했습니다
결국 방짱은 그대로 두고 역할만 분담하기로 하고
연락책은 경희쌤, 후기담당은 제가 맡았습니다
우리 은평모임 방짱의 장기집권은
이제 영구집권의 단계로 접어들게 된 것이죠 ^^
어려운 숙제 하나가 풀리고 나니
그 다음의 대화는 완전히 '의식의 흐름'으로 이어졌습니다
맨먼저 화제가 된 것은 요즘 아줌마들의 애간장을 녹이는
현빈의 시크릿가든이었지요
현빈 땀시 정신줄 놓은 아줌마들의 고백이 이어지는 사이
달빛처럼님은 방짱님이 하지원보다 이쁘다고 하질 않나,
선경희님은 딸한테서 하지원 닮았다는 말을 들었다고 하질 않나,
암튼 모두들 제 정신이 아닌 것만은 분명했습니다
아주 잠깐 동안 왕따와 교실붕괴 현상에 대한 이야기가 거론되면서
겨우 모임의 본심을 되찾나 싶었는데
20여 년전 탈선 청소년의 추억을 되살린 달빛처럼님의
화려한 활약상이 좌중의 이목을 집중시킨 후
곧이어 방짱님의 디지털 실수담 시리즈가 폭소를 자아내면서
두 부부의 포복절도 개그토크쇼를 끝으로
은평모임 신년회는 마무리 되었습니다
장소를 제공해주신 선경희쌤 가족에게 심심한 감사를 전하며
특히, 횟집에서 갖고간 서더리를 멋지게 요리해서
부산 해운대식 매운탕의 진미를 맛보게 해주신
대식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리고 늦은 시간에도 찾아와주신
'기타 치는 교회 오빠' 황병구 쌤께도
뒤늦은 새해 인사를 전합니다
다음 모임은 2월 21일 월요일입니다
장소는 추후 공지하겠습니다
모임 주제는 '올해 우리 모임에서 무슨 공부, 또는 무슨 작당을 해볼까?' 입니다 ^^;;
첫댓글 아침부터 컴 앞에서 (소리없이) 또 한번 웃어봅니다. 등대모임땜에 아줌마들 얼굴 더 자글자글해진다니까요. 아흐~몰라~
아~그리고 맨발각시님의 막강체력...헉~새벽3시20분...
위기(?)탈출은 늘 아슬아슬 성공하네요 ㅋㅋ^^;; 뒷심의 카리스마가 ....
너무나 고운 입자의 단팥죽과 묻지마 잡채...정말 맛있었어요^^ 도깨비방망이로 오후내내 힘쓰신 덕에 3그릇 먹었어요^^
저는 막 대놓고 나혼자 하하핫 웃었지롱요.
ㅎㅎㅎ미션 컴프리트!!임다~~^^ 정말 감탄
ㅋㅋ철야 3시20분 막강체력에 놀라기도 하지만 따닷한 이불의 유혹을 이기시는 절제와 인내 에또 임무수행 책임감 와~~~ 승현샘 보시면 덱스티콘 화려범람하겠어요^^
맨발각시님, 넘 잼나게-생각나서 다시 웃습니다^^-또 먼저 나온 제가 이후 시간 부럽게 현장을 아주 실감나게 전해주셨습니다. 역시 프로는 프로 ㅎㅎㅎ 혹시 자판에 손만 올려 놓으면 저절로 써지는 건 아니죠? ^^;; 영구후기담당님 감사합니다^^
내가 이래서 후기 쓰겠다고 못 나섰다니까... 남들 오해할까봐 전하면 방짱님은 고문격 방짱이고, 연락책이 모든 방짱 역할을 거의 다 완수하는 거죠. 두 분의 버티기 실력은 놀라웠으나 초록사과님으로 윈으로 끝났으니.... 나도 방짱님 차 타고 집까지 왔으나 1시간 책 읽고 2시쯤 잠자리에 들었으나, 그 시간에 후기 쓸 줄은 정말 몰랐네. 어쨌거나 당일 쓰는 게 제일 생생하니... 오늘은 다들 푹 쉬시려나...
글로만 읽어도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아.. 부러버라..
불광동을 떠난 지 6년이 되어가지만 애들은 그 동네에서 자라던 시절을 지금도 이야기하곤 합니다.
거기 계속(?) 살았더라면..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은평등대가 오래도록 빛나기를 기대하며 함께 기뻐합니다.~~~
오호~ 정말 신속한 후기네요.. '자판에 손만 올려 놓으면 저절로 써지는 건 아니냐'는 라일락님의 말씀이 저는 머리속에서 실제로 상상이 되서 혼자 웃었어요..ㅋㅋ
그나저나.. 우리 '뒷북', '의식의 흐름', '맥락이탈', '난청' 등의 다양한 증상을 선보인 방장급 연락책 선샘은 어디로 가셨나요??? ㅎㅎ
저 여기 있어요오옹~
으~과메기 안 사오시길 참말 잘하셨음둥.ㅋㅋ 회 넘 맛있었거든요.^^ 진짜 신기하게 먹을거리가 하나도 안 겹쳤어요! 이심전심이라니깐~
정말 음식 남길 줄 알고 음흉하게 좋아하고 있었는데(1주일치 양식...) 그 많은 걸 다 먹다니!!!
은대포를 먹돌이모임으로 임명하노라~
역시 우리는 '의식의 흐름'에 따른 모임이 주제여야 할듯...
'뒷북', '의식의 흐름', '맥락이탈', '난청' ... 다르아루즈님 그거이 제 캐릭터인데 ㅎㅎㅎ 제가 아닌척하고 은대포모임에 여직 조용히 묻어가고 있었지요 ^^:; 그래서 제가 다르아루즈님 보면 반갑고 편하고 좋습니다. 사실 자신이랑 비슷하면 좀 짜증나기도 하곤 하는데 그 캐릭터는 나름 긍정하는 자랑스러움(?)이었나 봅니다 ㅋㅋ
저도 모임 내내 꾸준한 음식소모에 대해 놀라며 관찰도 좀 했다능... ㅋㅋ 냉장고 다 비우고 온거 아닌가여? 근데 우리 지원맘님은 그 앏은구조 속에 어떻게 계속 투입되는지 몹시 놀라기도했슴다 ㅋㅋㅋ 지원빠님의 매운탕도 예술이었음을 꼭 남기고 싶고요^^
우리엄마 봉사도 많이해요 자랑스러워하는 지원이에게 드뎌 엄마가 은대포 연락책도 하신다고 -정보화시대에 맞춘 소통의 중심이랄까?^^- 알려주세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