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소는 펩신 (pepsin) 이 약 200년 전 (1785년) 에 처음으로 발견된 이래 지금까지 약 2,500여 종이 알려져 있는데 촉매 (정확히 말하면 생체 촉매) 로서의 장점으로 다양한 산업에 응용되어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해 주고 있다.
크게 의료용과 공업용 효소로 분류할 수 있으며 공업용 효소는 다시 식품관련용과 화학공업용으로 나눌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파악이 된 효소의 수효가 2,500여 종인 것을 감안하면 인류가 이용하고 있는 효소의 수는 지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효소에 관련서 들을 살펴보면 효소가 매우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그 중에서도 우리의 일상에 깊숙이 파고 들어온 제품만을 골라 여기에 소개하고자 한다.
식품산업, 특히 우리가 매일 마시는 쥬스 등.
[복숭아 쥬스] 복숭아의 과육은 안토시아닌 계 색소에 의해 군데군데 붉게 물들어 있다. 안토시아닌 계 색소는 캔의 재료인 주석과 반응하여 보라색으로 변하므로 복숭아 과육과 과즙을 그대로 캔에 넣을 수 없다. 베타-글루코시다아제라는 효소는 안토시아닌의 글루코시드 결합 (glucoside bond: 단당류 2분자가 결합하되 물이 빠지면서 축합되어 산소를 사이에 두고 결합된 상태) 을 분해하는 성질이 있다. 이것을 흔히 안토시아나제 (anthocyanase) 라고도 하며 곰팡이에서 추출하여 만든다. 이 효소를 이용하여 복숭아 과육이나 과즙을 처리함으로써 복숭아 주스의 변색을 막는다.
[사과 주스] 사과 주스에 쓰이는 펙티나아제 (pectinase) 로서 사과 과즙에 넣으면 과즙이 투명해진다. 즉 물에 녹지 않는 불용성의 펙틴 (pectin) 이 펙티나아제의 작용으로 저분자의 물질로 분해되어 과즙이 투명해지므로 보기에도 좋고 맛도 좋아진다.
[귤 통조림] 귤 통조림을 만들 때 효소 처리를 하지 않으면 수송 중의 진동으로 시럽이 뿌옇게 혼탁된다. 이렇게 시럽이 혼탁되는 것은 귤 속에 있는 헤스페리딘 (hesperidin) 이 시럽에 녹아 있다가 진동 등의 자극에 의해 결정화되기 때문이다. 헤스페리딘이 결정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과거에는 카르복실 메칠 셀룰로오스 (carboxyl methyl cellulose) 를 첨가했지만 인체에 해로울 수 있으므로 요즈음은 효소를 이용한다. 헤스페리디나아제 (hesperidinase) 라는 효소를 작용시키면 헤스페리딘을 분해할 수 있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귤 통조림은 모두 효소처리가 되어 있다.
세제산업-효소 첨가 세제
[세제] 효소가 가장 많이 이용되고 있는 곳은 다름 아닌 세제 분야이다. 얼마 전까지 만해도 합성 계면활성제가 주류였으나 이는 기름때를 유화시켜 세척하는 것으로서 단백질 성분의 때에는 효력이 없다. 옷을 여러 해 입으면 목 부분이 보기 좋지 않게 변색됨을 경험하였는데 바로 세탁 시에 기름때만을 없앴기 때문이다. 의류에 때가 생기는 원인은 먼지, 땀, 혈액, 과즙, 소스, 당류 및 기름이다. 따라서 때의 성분은 지방산과 글리세라이드 (glyceride) 등의 기름 성분, 흙과 그을음 등의 무기질 성분, 피부와 노폐물 등의 단백질 성분으로 나뉜다. 때의 구성 비율은 대략 기름 75[%], 무기질 15[%], 그리고 단백질 10[%] 정도이다. 그런데 효소 세제가 등장하자 단기간에 세제 시장은 효소세제 시장으로 전환되었다. 효소는 때에 작용하여 이를 분해시켜 버린다. 하나의 때를 분해시킨 후 또 다른 때를 분해하기 시작하므로 소량으로도 충분하다. 이렇게 효소의 작용으로 섬유에서 때가 빠지기 쉽도록 분해한 후 세제로 씻어 낸다. 이 때 세제가 때를 둘러싸서 분리시키게 된다.
세제에 첨가되는 효소로는 알칼리성 프로테아제, 알칼리성 셀룰라아제, 리파아제, 및 알파-아밀라아제 등이다. 알칼리성 프로테아제는 단백질 때를 제거하기 위해 사용되는 효소로서 세제의 pH가 약 알칼리이기 때문에 알칼리성 프로테아제가 사용되며 미생물을 배양하여 얻는다. 알칼리성 셀룰라아제는 셀룰로오스를 분해하는 효소로서 면에 찌들어 있는 때 (인체의 피지가 원인) 를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 리파아제는 중성 지방을 가수분해하는 효소로 의류 표면의 기름때는 원래 계면 활성제 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되지만 효과를 높이기 위해 리파아제를 일부 사용한다. 알파-아밀라아제는 옷에 붙은 녹말을 분해하는 데에 쓰인다.
[섬유 유연제와 표백제]
빨래의 마무리 단계에 쓰는 섬유 유연제에도 효소가 활용된다. 미생물을 발효시켜 얻은 산성의 셀룰라아제가 유연제에 첨가되는데 섬유의 보푸라기를 제거하고 광택을 증가시키는 역할을 한다.
한편 표백제에도 효소가 쓰인다. 프로테아제를 함유한 표백제는 흰 빨래 뿐 아니라 색깔이나 무늬가 있는 옷에도 사용할 수 있다.
섬유 가공
[청바지] 젊은이들이 즐겨 입는 청바지는 새 것인데도 낡은 느낌을 주는 것들이 주류이다. 청바지를 오래 입어 특정 부위가 유난히 탈색된 듯이 표현한 청바지가 하이테크 블루진으로 청바지의 한 장르를 이미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청바지는 원단 본래의 거칠고 뻣뻣하며 검푸른 쪽빛 색상의 그대로 착용하여 왔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고안된 것이 자갈을 이용하는 바로 돌 세탁 (stone washing) 이다. 원단에 자갈을 넣어 회전시키면 자갈이 옷감의 표면을 문질러 낡은 느낌을 주게 된다. 그러나 돌세탁 만으로는 골고루 낡은 느낌을 내기 어렵다. 이 때 셀룰라아제로 처리하면 낡은 느낌을 낼 수 있다. 셀룰라아제는 무명의 주성분인 셀룰로오스를 분해하는 효소로 청바지의 원단을 일부 분해해서 부드럽게 하는 역할도 한다.
특히 돌 세탁에는 2시간 정도가 소요되지만 셀룰라아제로의 처리는 30분 정도에 끝나는 장점까지 있다.
[비단] 촉감이 좋아 넥타이, 스카프, 속옷 등의 패션 소재로 쓰이는 비단섬유를 만들 때에도 알칼리 프로테아제가 이용된다. 온화한 조건에서 피브로인 (fibroin) 을 둘러싼 세리신 (sericin) 을 알칼리 프로테아제로 분해하면 비단 특유의 광택과 촉감을 지닌 섬유를 만들 수 있다.
제지 및 펄프 공업
[강도와 탄력성이 증가된 종이] 종이제조의 과정은, pulp를 물에 풀어서 여러 가지 약품과 부 원료를 투입하고 잘 혼합한 다음 적당한 원료 처리를 하여 종이로 성형시키는 과정이다. 이 가공 공정 중에 사이즈 (size: 전분성분으로 이루어진 풀) 로 혹은 전분으로 섬유소를 코팅함으로써 종이의 강도, 탄력성 등과 같은 물성을 개선시키게 된다. 이 때 처리하기 전에 생전분의 점도를 감소시키기 위해 가열, 산, 혹은 효소 처리를 하여 부분적으로 가수 분해시킨다. 현재 제지공업에 이용되는 전분 중 30[%] 이상이 효소 처리된다.
1995년 Novo Nordisk사 (덴마크) 는 극한 효소 (극한 환경에서 사는 미생물로부터 추출한 효소) 즉 Pulpzyme을 개발하여 펄프를 분해하고 갈색색소를 제거시켜 주어 표백에 필요한 염소량을 감소시켜 폐수 처리의 시간과 비용을 현격히 감소시킨 제지 및 펄프제조 신 공정기술을 개발하였다.
피혁 가공
[부드러운 가죽] 가죽을 가공할 때 가죽의 성질을 좋게 하기 위하여 털과 여러 조직의 단백질을 제거해야 한다. 이 때 효소가 사용된다. 특히 단백질을 분해하는 효소인 프로테아제 (protease) 가 쓰이며 효소 처리를 한 가죽은 무두질을 할 때 탄닌제 (가죽을 부드럽고 튼튼하게 해 줌) 가 쉽게 흡수되는 장점이 있다. 프로테아제는 가죽의 주성분인 콜라겐 (collagen) 섬유 사이에 존재하는 불필요한 단백질을 용해하여 제거한다. 한편 탈모공정에서도 과거에는 석회나 황 (sulphides) 을 사용하였으나 효소로 처리함으로써 가공시간 단축 및 독극물 발생을 방지할 수 있게 되었다.
기타
[방향제] 화장실이나 악취가 심한 곳에는 흔히 방향제를 사용하는데 여기에도 효소가 이용된다. 방향제의 내용물은 향성분이 당과 결합한 배당체의 용액으로 되어 있다. 이 액체가 효소 아밀라아제 (amylase) 로 도포한 판에 흡수되면서 아밀라아제에 의해 가수 분해되어 향이 자연스럽게 방출된다. 즉 배당체의 당 부분을 가수 분해하여 향 성분을 발산시키는 것으로 이렇게 함으로써 향을 오랫동안 발산시킬 수 있다.
[충치 예방 치약] 충치의 원인은 Streptococcus mutans라는 균이 점착성의 포도당 중합체인 덱스트란 (dextran: 치석) 을 만들고 여기에 균이 번식하면서 젖산 등을 생산하여 치아의 에나멜 층을 부식시키기 때문이다. 따라서 덱스트란을 분해하는 효소를 사용하면 충치를 막을 수 있다. 현재 덱스트란을 분해하는 효소인 덱스트라나아제 (dextranase) 를 배합한 충치 예방 치약이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다.
지금까지 독자의 관심을 끌어야겠다는 생각에서 제목을 정하였고 이 제목에 충실하도록 내용을 정리하고 보니 이 내용으로부터는 ‘효소에 의해 좋은 제품 들이 생산되고는 있지만 효소가 고 부가가치의 물질생산에는 별로 기여하고 있지 않는다.’ 는 인상을 갖게 된다. 실제에 있어서도 그러한데 이는 해결되어야 할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기 때문이다.
효소는 산화환원 효소, 전이 효소, 가수분해 효소, 분해 효소, 이성질화 효소, 및 합성효소 등 6 종류로 나뉘어진다. 이 중 가수분해 효소가 취급하기에 용이하기 때문에 산업에 많이 이용되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고 부가가치의 물질생산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반면 고 부가가치의 물질생산에 이용될 수 있는 효소로는 산화환원 효소와 전이 효소를 들 수 있으나 이 들 효소를 산업적 물질 생산에 적용하기에는 해결되어야 할 문제점이 있는데 이러한 문제점 해결을 위해 많은 연구가 행해지고 있다. 효소의 산업에의 이용 확대 내지는 화학공정의 효소공정으로의 대체는 시대적인 요청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물질생산의 주류가 되어온 화학공정은 화학원료 문제와 환경 문제 때문에 생물공정으로 대체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1999년에 의회에서 화학공정의 축소를 위한 대책으로서, 2020년까지 모든 화학공정에 의한 화학물질의 20[%]를 생물공정으로 생산하며 2050년까지 50[%]를 생물공정으로 생산하도록 유도한다고 하였다. 이러한 추세는 세계 모든 나라에서 뒤따르게 되어 있으므로 점점 조여들어 올 규제에서 벗어나기 위하여도 혁신적인 새로운 생물공정의 개발에 힘쓰지 않으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