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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진 기자 |
“평택 쌍차 공장 앞 철탑 농성 90여 일 울산 현대자동차 노동자 철탑 농성 130일 아산 유성기업 고공농성 120일 재능교육 혜화동 성당 종탑 농성 15일 그리고 쌍용자동차 해고자 24명과 대선 이후 죽어간 7명의 노동자들. 그들의 죽음을 더 이상은 지켜만 볼 수 없습니다”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이용훈 주교)는 2월 19일 오전 11시 서울 삼청동 인수위원회 앞에서 노동현안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주교회의 정평위는 서울대교구와 수원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 남자수도회장상협의회,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과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등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기자회견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노동자들의 연이은 죽음과 수십 곳에 이르는 장기투쟁 사업장, 울산, 평택, 서울에서 고공 농성을 펼치는 모습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고 선언하며, 대선 전 약속한 쌍용자동차 국정조사 이행과 노동현안에 대한 근본적 해결을 촉구했다.
천주교, 일터와 삶 터에서 내몰린 이들과 함께할 것 "박근혜 정부, 지금까지의 안타까운 전철 답습하지 않기를 바란다."
주교회의 정평위는 “그동안 세상을 떠난 노동자들과 활동가들의 죽음은 그들을 절망 끝으로 몰아세운 자본의 논리, 정부의 무관심과 무책임 그리고 우리 사회의 침묵과 냉대 때문이며, 결국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규정하며, 앞으로 출범할 박근혜 정부는 이런 전철을 답습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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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회견이 끝난 후, 참가자들은 인수위원회 관계자에게 주교회의 정평위 의견서를 전달했다.©정현진 기자 |
이어 박근혜 정부에 쌍용차 국정조사 이행을 비롯해 전국에 산재한 노동현안 해결을 요청하고, “교회가 일터와 삶 터에서 내몰린 이들과 함께해야 하는 만큼, 국민들의 마음을 모으고 기업과 노동자들이 상생하는 길을 모색하며, 부당한 법과 노동정책을 개선하도록 제언과 질책을 아끼지 않을 것”임을 천명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영미 수녀(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 사회사목분과장)는 “이제는 생명이 노동의 담보가 되는 안타까운 현실을 멈춰야 한다”면서, “약속과 신뢰를 중시하는 박근혜 당선자가 대선 공약을 반드시 지키기를 바란다. 국민들 모두가 정부를 믿고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장동훈 신부(주교회의 정평위 총무)는 “2,200일, 1,860일...말로 헤아릴 수 없는 날들을 견디는 노동자들 곁에서 교회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부끄럽고 참담하다”면서, “재능교육 해고자들이 혜화동 성당 종탑에 올라가 마지막 종소리를 들려줬다. 너무 늦지 않았나 하는 송구한 마음이 있지만 앞으로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이라는 교회의 역할을 지킬 것”이라고 선언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 참가자들은 인수위원회 측에 주교회의 정평위의 의견을 서한으로 전달하고 노동현안 해결을 위한 길을 적극적으로 모색해달라고 당부했다.
[정의평화위원회 성명서]
더 이상 노동자들의 죽음을 지켜만 볼 수 없습니다 |
박근혜 제18대 대통령 당선인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호소합니다. 더 이상 노동자들의 죽음을 지켜만 볼 수 없습니다
일꾼들의 아우성이 만군의 주님 귀에 들어갔습니다(야고 5,4)
절망의 겨울입니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이라는 명분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구분 없이 무차별적으로 행해지는 정리해고와 차별과 불평등으로 점철된 비정규직 문제, 불법적으로 이루어지는 노동조합 탄압으로 노동자들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도 춥고 긴 겨울이었습니다. 300일 이상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전국의 장기투쟁 사업장이 20군데가 넘습니다. 송전탑과 성당 종탑, 길 위의 천막에서 노동자들은 생존대책과 도움의 손길을 간절히 호소하고 있지만 우리 사회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침묵의 결과로 대선 이후에만 일곱 명의 노동자들과 활동가들이 절망 속에서 신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고 우리들 곁을 떠났습니다. 그들의 죽음을 자살이라고만 치부할 수 있겠습니까? 그들을 벼랑 끝 절망으로 몰아세운 것은 노동자들을 이윤 창출의 도구로만 여기는 자본의 논리, 정부의 무관심과 무책임, 동시에 우리 사회의 침묵과 냉대입니다. 우리 모두의 책임입니다.
경제를 살리겠다는 공약과 함께 출범한 이명박 정부는 지난 5년 간 기업에 온갖 특혜와 편의를 제공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경제는 침체되었고 서민들과 노동자들의 삶은 더욱 피폐해졌습니다. 머지않아 출범할 박근혜 정부는 이러한 안타까운 전철을 답습하지 않기를 희망합니다.
1. 박근혜 당선인께 간곡히 요청하는 바입니다. 지난 대선 직전 새누리당은 당의 공식 입장으로 대선 후 쌍용자동차에 대한 신속한 국정조사를 약속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대선 이후 지금까지 박근혜 당선인은 이렇다 할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으며 국회에서는 여당의 반대로 쌍용자동차 국정조사는 물론 전국에 산재해 있는 노동현안 해결을 위한 어떠한 노력도 진행되고 있지 않습니다. 건강한 사회의 기초는 건강한 노동과 정당한 대가에 달려 있습니다. 때문에 최근 노동자들의 연이은 죽음과 같은 위급한 노동현안에 대한 근본적 해결 없이는 앞으로 박근혜 당선인이 이끌 5년 역시 건강한 사회일 수 없습니다. 지금이라도 대선 이전 국민 앞에서 했던 약속들을 이행하기 위해서 머리를 맞대고 함께 해결의 길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2. 그동안 한국 천주교회는 전국의 일터와 삶의 자리에서 쫓겨나고 내몰리는 노동자들의 곁을 지키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함께 기도하고 함께 살자고 호소했지만 노동자들의 죽음을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음을 고백합니다. 더 이상 노동자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지켜볼 수만은 없습니다. 다시 한 번 죽지 말고 함께 살자고 호소합니다.
우리 교회는 언제나 일터와 삶터에서 내몰린 이들과 함께 하며 성실한 노동과 정당한 대가가 보장되는 사회를 일구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절망에 놓인 이 땅의 노동자들을 위해 지속적인 범교구 차원의 모금운동 등 다양한 방법으로 신앙인들과 선의의 국민들의 마음을 한데 모을 것입니다. 기업이 물질의 이윤만을 쫓지 않고 노동자들과 상생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도록 촉구하며 쉼 없이 기도할 것입니다. 나아가 노동자들이 유엔과 국제사회의 기준에 부합하는 대우를 받고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정부로 하여금 부당한 법과 제도를 개선하도록 건전하고 합리적인 제언과 질책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사용자들과 노동자들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올바른 노동정책을 펼치도록 끊임없이 촉구할 것입니다.
3. 마지막으로 교회를 비롯한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마음으로부터 호소합니다. 정리해고 노동자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모두 함께 살아가야 할 우리의 가족이며 이웃입니다. 이들의 손을 잡고 함께 고통과 아픔을 나누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인간의 도리이며 예의입니다. 강도를 만나 죽음에 직면하였던 이를 돌보아 준 착한 사마리아인의 마음이며(루카 10,33 이하 참조) 예수님의 고귀한 정신입니다. 이러한 마음만이 오늘 우리 사회의 상처를 치유하고 절망을 희망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그것은 자본도 정부도 아닌 정의와 평화를 사랑하는 선의의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이러한 우리의 다짐과 약속이 절박한 상황에 처한 노동자들의 마음에 닿아 더 이상 소중한 삶을 놓아 버리는 이들이 없기를 진정으로 바랍니다.
2013년 2월 19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이 용 훈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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