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불법승
극서에서 극한을 보고 극서를 벗어나는 지혜를 배우는 한여름입니다.
건안하소서.
전 역경원장 월운 큰스님으로부터 받은 탈공의 호를 쓰는 신규탁 연세대 철학과 교수의 불교와 철학에세이집이 나왔습니다.
철학자로서 거사로서 법회를 단위 사찰 법회를 하며 적은 생활 법문, 절 집안의 대소사와 세상사에 대한 시민으로서 철학자로서 의견을 풀어내는 미셀러니. 불교학과 동양철학에 대한 소평론 등 145편이 꼼꼼하고 촘촘하게 펼쳐져 있습니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지난 10수년간 불교신문을 비롯한 교계 언론과 사찰 안팎의 잡지, 교계 밖의 매체에 발표하거나 실었던 것입니다. 중국 철학을 전공한 저자의 해박한 지식으로 종횡무진하는 이 글들을 미셀러니라고 저자는 말하지만 교학과 신앙의 체계를 확립하는 데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대승불교를 한다고 하지만 대승불교의 신앙의 대상과 실천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저자와 함께 찾아보는 것도 의미 있지 않을까 합니다.
145편의 542쪽이지만 박엽지에 양장을 하였으므로 가볍고 가독성도 뛰어납니다.
아래는 간략한 보도 자료입니다.
때 묻은 옷을 걸면서
저 자: 연세대 철학과 신규탁 교수
출판처: 정우서적 펴냄
출판내역: 2009.8.1일, 46판 양장, 542쪽, 1만원
ISBN 978-89-8023-152-0 03220
종교는 하나의 세계관
사람은 저마다 자신의 기준과 방식으로 자신의 삶과 세상을 이해한다. 그리고 그 방식대로 세상을 살아간다. 우리는 이것을 세계관이라 부른다. 말 그대로 세계를 보는 하나의 틀인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세계관은 처음부터 완전한 형태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우리가 경험하는 세상사가 우리의 세계관의 한 조각이 되어 전체를 이룬다. 그리고 그 조각들 가운데 종교가 자리 잡고 있다. 그것도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
철학자로, 그리고 불자로 세상 바라보기
이 책의 저자 신규탁은 연세대학교 철학과 교수다. 또한 불교에 독실한 신앙을 가지고 있는 불자이기도 하다. 한 사람의 철학인으로서, 그리고 신앙인으로서 저자는 자신이 바라보고 이해한 세상살이에 대해 수필의 형태로 편안하게 이야기를 꺼낸다. 저자는 먼저 불교적 세계관으로 이 사회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신뢰를 표하며 따뜻한 시선과 관심을 던진다. 그리고 독실하고 건전한 신앙인의 눈으로 현 불교계와 불자들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우리는 근본으로 돌아가 다시 우리들의 신앙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역사적으로도 그리고 현실적으로도 대승을 표방하는 불교이다. 이 대승 정신의 핵심은 누가 뭐래도 보살도의 실천이다.”(P.36, 불공 잘 드리는 신앙생활)
“신앙은 실천입니다.”(P.52, 핸드폰 알람을 11시에 맞추어 기도합시다)
“너와 나 할 것 없이 생명을 가진 모든 사람들은 모두가 ‘착한 마음’이 있지만, 다만 인생살이 속에서 허망한 인연에 휘말려 더러는 못된 짓을 한다고, 그렇게 인간을 믿어야 한다. 그렇게 믿어야만 자비심이 생긴다.…자비심을 내기 위해서는 인간의 청정한 자성을 신뢰해야만 한다.”(P.76, 인간의 본성에 대한 깊은 믿음)
“한국이라는 사회 속에서 태고종이 여타의 불교교단과 서로 협력 보완해가면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현하는가가 더 중요하다. 이제는 태고종이 가야할 방향을 설정하고 종지와 종풍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그리하여 내부로부터의 변혁을 시작해야 할 시기이다.”(P.138, 태고종 전통은 어디로 갔나?)
“불교는 너무 어렵다는 것이 일반인들의 인상이다.…그런데 경전을 공부할라치면 어디에 가서 어떻게 누구에게 배워야 하는가? 강사 스님이나 경전을 전문으로 강의할만한 전문 인력을 갖추고 있는 절이 얼마나 되나?”(P.172, 신도들에게 친절한 불교를)
한편 저자는 철학하는 사람으로서 독도문제와 동아시아의 정치, 로스쿨의 진정성, 숭례문 화재 사건에서 찾을 수 한국인의 의식 문제 등에 대해 냉철하게 현실을 짚어내기도 한다.
“로스쿨 시대로 접어들면서 각 대학교가 과연 ‘인간’과 ‘자연’을 가르치는 기초 교양 교육에 신경을 쓰고 있는가? 이것을 더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런 원초적인 발상이 없다면 그것은 밥그릇 싸움에 지나지 않아서, 이 싸움을 해결할 방법은 찾기 어려울 것이다.”(P.343, 로스쿨의 진정성)
“직접적으로 책임 있는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금번 숭례문의 화재사고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경제 지표상으로는 대한민국은 세계 10위권 대에 꼽히는 나라이다. 그런데 돈 빼고는 어느 것 하나 10위권 대에 드는 것이 없다. 우리말에 ‘졸부’라는 말이 있듯이 사실 우리 여러 면에서 그런 모습이 나타났다.”(P.346, 숭례문의 환골탈태)
“(법원의 존엄사 판결에 대해) 그러나 이 판결은 인간의 생명 그 자체와, 생명을 다루는 철학적 또는 윤리학적 논의들의 축적에 대한 무지의 소산이며 오만이다. 한국 사회 내에는 아직 생명에 대한 근원적 해명과 합의가 없다는 실정을 모른 체 했기 때문에 무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률적 평가를 내렸기 때문에 오만이다.”(P.379, 치료 중단과 대법원 판결)
자신의 세계관을 돌아보아야 할 때
다년간 신문이나 월간지 등에 기고했던 글들을 모아 한권의 수필집 형태로 출간된 이 책 속에서 우리는 시종일관 흐르는 저자의 불교적 세계관을 엿보며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의 세계관 또한 돌이켜볼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신규탁 교수
경기도 이천 부발에서 태어나 제천중 청주고 연세대 등에서 공부했다. 대학 시절 봉선사 월운 스님께 귀의하여 경학에 뜻을 두게 되었고, 1994년 일본 동경대학 중국철학과에서 ?圭峰宗密の‘本覺眞心’思想硏究?로 文學博士 학위를 받았다. 연세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화엄철학, 선불교, 중국철학사 등을 강의한다. 저서에는 ?법성철학서설?, ?불천강경법회요람?, ?선사들이 가려는 세상?, ?선학사전?(공저) 등이 있고, 번역서로는 ?원각경?, ?벽암록?, ?오등회원?, ?선과 문학? 등이 있으며, 논문에는 주로 화엄, 선, 중국철학 방면의 50여 편이 있다.
e메일: ananda@yonsei.ac.kr
정우서적 http://cafe.daum.net/jungwoobooks
첫댓글 네.. 읽어 봐야겠네요.. 좋은 책 소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