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자인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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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신 : 시민사회단체, 퀴어문화축제집행위원회 2002. 5. 27
참 조 : 연대사업 담당자
발 신 : 동성애자인권연대(담당: 배홍현 019-655-4638)
제 목 : 퀴어문화축제2002의 공익성 확보를 위한 요구서 매수: 총2매
퀴어문화축제2002의 공익성 확보를 위한 요구서
1. 발전을 기원합니다.
2. 퀴어문화축제 무지개2002에서 인권에 관련된 행사가 시작단계부터 거의 없다시피 했을 뿐 아니라, 애초의 취지와는 달리 동성애자의 인권과는 별다른 관련이 없는 방향으로 행사가 준비되고 있습니다. 또한 동성애자 업소에서 받은 후원금의 반 정도를 집행위원이 관련된 매체에 광고비로 책정하는 등 순수 민간단체가 참가하는 행사로는 적절치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에 동성애자인권연대는 5월 11일과 25일 두 차례의 내부회의에서 퀴어문화축제 무지개2002가 현재와 같이 상업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데에 참가 회원 전체가 합의하였고, '상업주의의 동성애자 운동에 대한 잠식을 막아야 한다'라는 결의문을 채택하였습니다. (아래)
퀴어문화축제2002의 공익성 확보를 위한 동성애자인권연대의 결의
상업주의의 동성애자 운동에 대한 잠식을 막아야 한다
한국에서 동성애자 운동이 시작된 지 십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커뮤니티가 양적으로 크게 성장했고, 이제 많은 이들이 별다른 망설임 없이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해 가고 있다. 동성애자 운동 이전의 상황에 비해 지금의 상황은 상당 부분 호전되었다 할 수 있다.
물론, 현재의 상황을 낙관할 수는 없다. 동성애자들이 소통할 수 있는 작은 출구인 인터넷 홈페이지들에 대한 탄압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동성애자를 에이즈의 주범으로 몰아붙이는 행태도 여전하며, 가족이나, 학교, 군대, 감옥 등에서 동성애자에 대한 탄압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여러 긍정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동성애자 운동은 과거의 진지한 고민을 잊어가고 있는 듯 하다.
많은 이들이 의욕적으로 동성애자 운동을 시작했고, 여러 어려움 때문에 운동을 접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동성애자의 인권이라는 대의 앞에 개인의 희생을 감수했고, 가장 민주적이고 가장 투명한 동성애자 운동을 만들어가기 위해 끝없이 토론하고 투쟁해 왔다.
그런데 우리에 대한 공격이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는 지금, 동성애자 운동에 몸을 담은 많은 이들이 커뮤니티의 양적 성장을 상업적인 의도로 이용하려 하고 있다.
우리는 현재 동성애자 운동과 상업주의의 경계가 지나치게 모호함을 우려한다. 동성애자들이 즐길 수 있는 놀이문화나 문화상품은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동성애자 운동이 상품화의 매개가 되어서는 안 되며, 상업주의가 동성애자 운동으로 포장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한 시도는 동성애자 운동의 사회운동으로서의 순수함을 침해하는 것이며, 나아가 동성애자 운동 자체의 소멸을 의미한다.
상업주의의 동성애자 운동에 대한 잠식을 막고 동성애자 운동의 순수성을 지켜내는 것은 동성애자인권연대의 임무이다.
이에 우리는 아래와 같이 결의한다.
1. 상업주의적인 성격을 드러내고 있는 퀴어문화축제에 동성애자 단체와 동성애자 운동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기 위해 참가한 후원단체들을 상대로 순수 민간단체가 참가한 행사가 상업적 성격으로 변질되는 것이 매우 부적절함을 인식하도록 한다.
2. 후원금을 특정 매체의 광고비로 전용한 것에 대한 사과와 함께 원상복구를 요구한다.
3. 우리는 퀴어문화축제가 억압받는 성적소수자들의 대동적인 성격을 띄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이 축제가 원래의 목적에서 벗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3. 동성애자인권연대는 퀴어문화축제무지개2002 집행위원회에 아래와 같이 요구합니다.
1. 위의 결의문 중 퀴어문화축제의 상업적 변질에 대해 해명하고, 전면적 방향선회가 가능한지를 밝히기 바란다.
2. 퀴어문화축제의 현재까지의 재정내역을 공개하고, 후원금의 광고비 전용에 대한 책임자의 사과와 원상복구를 바란다.
3. 5월 28일의 집행위원회 회의에서 이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