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헬기 투입할 때 이미 상황은 끝난거다
(2)일본의 미래와 우리의 상황
원자로를 식히기 위해 헬기로 바닷물을 투입한다고 한다.
치누크 헬기가 한번에 물을 100톤 정도 나를 수 있다면 모를까.
TV로 보니 고작해야 방 한 칸 정도 채울 수량을 싣고 뜨던데, 한 20톤이나 될까?
그것도 자위대 수송헬기 수십여 대를 총동원 해서 2~3분 간격으로 파상 물공격을
퍼붓는 것도 아니고 달랑 2대라니…
이건 그냥 쑈라고 보면 된다.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지만 뭔가는
보여줘야 하므로 자위대원 몇 명 피폭 정도의 희생으로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쑈!
정말정말 쉽게 생각하기로 한다.
70년대 이전 생들은 모두 기억 한켠에 또렷이 남아 있을 한겨울 교실의 벌겋게
타오르는 갈탄/조개탄 난로를 떠올려 보자.
토요일 4교시 수업임에도 욕심 부려 교실까지 잔뜩 실어 나른 조개탄이 아까워
주번은 1교시부터 펑펑 불을 때기 시작했다.
처음엔 좋아라 하던 아이들도 2교시가 될 무렵 너무 덥다고 난로 주변에서
슬슬 책상을 옮긴다.
어쨌든 수업이 끝나고 담임 선생님은 주번에게 난로재 정리 잘하라고 당부하고는
종례를 마친다. 아이들은 집으로 가고 주번은 빨리 난로를 끄고 집에 가고 싶다.
우선 벌겋게 달아오른 강철 난로 표면에 주전자 물을 조금씩 부어본다.
물이 닿은 부분이 조금 검어지긴 하지만 수증기만 잔뜩 피어 오르고 별반 소득이 없다.
다급해진 주번은 뜨거움을 무릅쓰고 뚜껑의 철사를 집어 난로를 조금 열고
주전자로 물을 부어 본다. 재가 좀 날리긴 하지만 효과가 있어 보인다.
그런데 하도 불이 센 난로에 주전자를 오래 올려놔서 그런지 아침에 꽉 채운 주전자에
물이 얼마 없었나 보다. 곧 바닥이 난다.
이 때 교실 뒤켠에 대걸레 자루가 담긴 양동이에 가득 든 물이 눈에 들어온다.
운동장에서는 누구야 빨리 나오라고 친구들이 부른다.
과감하게 뚜껑을 확 열고 양동이의 물을 콸콸 붓는 순간…
‘펑’하는 소리와 함께 교실은 수증기와 함께 날아오른 잿가루로 온통 엉망이 된다.
새하얀 교탁보와 교실 천정은 시커먼 잿물이 튀었고, 난로에서 제일 멀리 떨어진
출입문 앞 책상도 탄가루가 뿌옇게 앉았다.
난로 아래 재를 모으는 통은 물과 타다만 조개탄이 섞여 장마철 흙탕물처럼
꾸역꾸역 쏟아져 나온다.
주번의 얼굴은 막장에서 나오는 광부 얼굴마냥 온통 꺼먼 재투성이고,
놀란 수위 아저씨가 뛰어 온다.
주번은 오늘 선생님께 매타작 좀 당할꺼다.
억지 비유지만 쉽게 얘기하고자 꺼낸 얘기다.
그렇다면 주번은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으로 난로를 끄는 방법이었을까?
시간도 오래 걸리고 뒷처리가 두 배는 힘들겠지만 물을 부을 것이 아니라.
복도에서 방화사(모래)를 가져다가 난로에 부어 불을 끄는 게 맞았다.
치워야할 잿더미가 늘어 쓰레기 장까지 두 번을 왕복해야 했겠지만 말이다.
후쿠시마 원전도 마찬가지다. 수소 폭발이 생기고 격납 건물이 날아간 직후에,
내부 압력과 밸브를 비롯한 각종 장비들의 비정상적 작동 때문에 잘 주입 되지도 않는
바닷물을 넣을 게 아니라 원자로 6개를 즉시 포기하고 남아있는 건물 구조물을
기반으로 콘크리트를 쏟아부어 높이 100m짜리 석관을 쌓아올려야 했다는 얘기다.
마치 지하핵실험 상태로 말이다.
물론 원전 반경 30km 이내는 수 백년간 no men’s land가 되겠지만 방사능 피해를
최소로 줄일 수 있는 선택은 이것 뿐이었다는 생각이다.
수소 폭발 이전, 즉 최초 발전소에 전원이 차단되었을 때,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발전)소외 전력을 끌어와야 했다.
쓰나미 먹고 퍼진 비상발전기를 수리할 게 아니라, 지금도 작업하고 있는 끊어진
고압송전을 땡기려고 할 게 아니라, 후쿠시마 시내로 뛰어가서 방송용 발전차를
징발해오던가, 방위청에 긴급 지원을 요청해서 해상 자위대 상륙함을 불러
원전 앞바다에 얕은 수심에 횡좌하던 말던 최대한 해안에 붙여 해상 전원을 끌어와야 했다.
하지만 위에서 말한 것들, 후쿠시마와 같은 상황이 일본이 아니라 미국이나 유럽의
그 어떤 국가에서 발생했어도 지금처럼 비슷하게 상황이 흘러갔을 듯 싶다.
하나의 단계를 넘어서 더욱 위험한 상황에 처하면, ‘아 그 전에 과감하게 무슨무슨
조치를 취해으면, 막을 수 있었을텐데..’
이런 건 그 분야의 어떤 전문가 보다 기자들이 훨씬 잘한다.
상황이 지나고 더욱 악화된 상황이 닥친 다음에야 다 죽은자식 불알 만지기다.
원래 사고라는게 그렇다. 수백 가지의 예기치 못한 재수 없는 상황이 하필 한꺼번에
딱 맞아 떨어져 발생하는 것이니 말이다.
하필 지진이 난 지역도 재수없게 오래된 원전이 있는 지역과 가깝고, 해상이 아닌
육상에서만 지진이 났어도 건물 피해는 더 크겠지만 쓰나미로 인해 비상발전기가
먹통이 되는 일도 없었을 테고, 4호기는 왜 하필 점검기간이라 원자로에서 노심을
수조로 빼놓은 상황이며, 며칠 전 때마침 기름이 똑 떨어져 2호기에 바닷물 주수가
중단되었을 것이냔 말이다. 기타 등등
반대로 사고의 수습도 그렇다. 정말 최악의 상황이 닥칠 것 같아도, 우연하게 작은
희망이 살아나 상황이 수습되는 경우도 많다.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는 최후의 실낱 같은 희망에도 끝까지 기대를 버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위에서 말한 현재의 상황보다 더 악화된 사태를 예견하여 과감하게
선제적 창의적 조치를 취할 수는 없다.
그게 사람이고, 인류가 그 무수한 대형 사고를 겪어온 방식이니까.
혹시 앞날을 예지할 수 있는 백마 타고 온 초인이 있어, ‘앞으로 사건이 이렇게 저렇게
전개될 터이니 요렇게 막도록 하라’라고 지시할 수 있으면 모를까, 사건을 수습하는
당사자들은 수소 폭발까지만 하겠지, 시간이 조금 더 지나 상황이 악화되면 그래 그럼
격납용기까지만, 조금 더 나쁜 상황까지만…
이러한 단계가 반복되어 온 게 지금 상황이다.
어쩌면 사고 수습의 직접 책임자인 도쿄전력도, 간나오토 총리도 관방장관도 원전
내부의 현 상황을 정확히 모를 지도 모른다. 설사 안다고 해도
절대로 아는 만큼 알려줄 수 없다.
다만 직원의 대부분을 철수했다는 것, 쑈에 불과한 헬기 동원을 시작했다는
것에서 유추해 본다면, 상황이 매우 절망적이라는 것이다.
일단 50명-추후 추가로 100여명 증원-만 남겨두었다는 얘기는 직접 원전
내부로 들어가 밸브 조이고 바닷물 집어넣고 하는 몸으로 하는 인원,
즉 방사능 피폭에 의한 희생을 각오한 노가다 인원이다.
상황 해결에 도움 안 되는 1000여명의 볼펜 엔지니어와 넥타이 사무직들은
최악의 상황 시 방사능 피폭에 의한 즉사 인원으로 잡히기만 할 뿐
‘원전 붕괴, 직원 1000명 즉사’라는 브레이크 뉴스 타이틀로 일본 국민과
전세계인들의 불안감만 증폭시키는 잉여인력으로 판단인 듯 싶다.
다시 말해 도쿄전력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제스츄어, 극적인 자기 희생의
모습을 일본국민과 전세계에 보여주기 위해 노력할 뿐, 실상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얘기다.
헬기 투입도 위와 같은 맥락이다.
달랑 두 대로 구멍 뚫린 원자로 위에 물을 부어 봤자, 무슨 효과가 있냔 말이다.
그야말로 코드 꼽혀 있는 가열된 다리미에 분무기로 ‘칙’하고 물 한번 뿌리는 것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첫댓글 목숨을 걸고 일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가족과 작별인사가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그 희생이 헛되지 않게 기도하는게 순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한낮 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소중한 목숨을 걸고 하는 막중한 작업입니다.
실제로 목숨 거는 사람들은 책임 있는 사람이 아닌 경우가 많죠. 안전하다며 항상 이야기하던 사람들은 다들 어디 갔는지...
정작 책임져야 할 인간들은 립서비스만 주절대고... 50명의 결사대... 정년을 6개월 남겨둔 직원의 비장한 각오..."막지 못하면 핵발전소의 미래는 없다!!" 맞는 말씀이었습니다. 어쨋거나, 현대판 가미가제(다만, 정반대의... 조금이나마 피해를 줄이고자 하는 숭고한 모습)의 뒷편으로 왠지 예견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대한 최소한의 쇼타임처럼 보이더군요. 절대 그 양으로 열을 식히지 못할 테니까 말이지요. ㅠ.ㅠ
일본이 어디로 갈지~ 거기에 살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그리고 우리나라의 동포들~ 참으로 걱정이 되네요!~
우리나라 x됬다,...... 되도 안되는 일본정부가 하필 말도 안되는 명박이 정부시대에 이런 큰사건이 터졌는지... 답이없다
예리한 분석 감사합니다
잘봤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일본정부도 이성을 잃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보기에 별로 효과 없는 일까지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언가라도 해야할테니깐요.
너무 비난의 눈초리보단 지켜봐야 할것이라 생각합니다.
말씀하신 또한 언론에서 얘기하는 마지막 방법 콘크리트를 붙는 방법은 현재 상태에서 결코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체리노빌의 경우 원자로가 폭발하여 더이상 핵반응이 없기에 해로운 방사선의 유출을 막기위해 콘크리트를 부은겁니다.
일본의 경우는 전혀 다른 상태입니다. 폭발할 수 있는 상태죠
첫째 그 많은 콘크리트를 단시간에 부을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너무 많은 콘크리트가 사용되어야 하고. 또한 콘크리트를 치기 전 여러 작업이 필요한데 현재는 그게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콘크리트를 치면 지금 손상을 받은 벽체들이 버텨낼까요? 수천수만톤의 콘크리트를 버텨낼까요?
댐을 짓는것과 비슷합니다. 댐의 콘크리트는 수년에 걸쳐 치게되죠.. 단시간. 지근 48시간등등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된 현재. 타설을 마무리할수는 신이와도 불가능합니다.
둘째 콘크리트를 쳤을때 콘크리트가 굳지를 않습니다.
보통 길가다 콘크리트 칠때보시면 며칠이면 굳는거 같죠? 사실 콘크리트가 제대로 강도를 내려면 일반적인 경우 7일에서 2주이상 필요합니다. 또한 지금처럼 대량의 콘크리트를 퍼 부을경우 내부의 콘크리트가 굳는데는 몇년이 걸립니다. 미국의 후버댐의 내부 콘크리트는 아직도 굳지 않았다고 합니다.
겉만 굳고 내부가 물컹대는 상태에서 원자로가 폭발이라도 하면 콘크리트가 버틸수 없습니다.
셋째 저러한 많은 콘크리트를 치는것은 고도의 기술입니다. 서둘러 지어진 콘크리트 구조물 보면 지어진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크랙이 가는걸 볼 수 있습니다. 즉 콘크리트의 건조수축에 의해 크랙이 가는건데요.. 크랙이 간다면 내부의 유해물질일 빠져나올 수 있죠. 하물며 저정도의 엄청난 콘크리트를 칠경우 건조수축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적절한 대처를 취하며 타설해야하는데 현재 상황으로는 불가능하죠.. 치고 나서 저런 구조물에 크랙이 가면 어떻게 보수할 방법도 마땅치 않습니다.
넷째 콘크리트가 원자로의 가열을 부추길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콘크리트가 굳을때 수화열이라고 엄청난 에너지(열)이 발생합니다. 일반분들이 상상하는 이상으로 발생하는데.. 사람을 태울수도 있을정도입니다. 댐건설시 프리쿨링(미리식혀서 타설) 및 콘크리트 내에 파이프를 매설하고 계속 물을 부어 콘크리트를 식히는 방법을 적용합니다. 후자의 방법의 경우 끝에 나온 물은 펄펄 끊습니다. 계간을 넣으면 금방 익어버릴정도죠..
대책없이 어마어마한 양의 콘크리트를 칠 경우 수화열에 대한 대책이 없습니다.
제가 원전 전문가는 아니지만 현재의 상태는 우선. 어떻게든 원자로를 식혀야 합니다.
콘크리트를 채우려해도 우선은 식힌후! 반응을 잠재운후! 해야합니다.
정말 진심으로 후쿠시마 원전의 안전한 처리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