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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0 12시.
최성락선배 자녀 결혼식장.
오늘은 대회가 오후 4시라서 여유를 갖고 푸짐하게 부페식사를 즐긴다.
애당초, 저녁 6시에 출발하는 사천노을대회에 신청하여 참가비까지 완불하였으나 셔틀버스가 잠실에서 10시40분에 출발하는 바람에 참가비만 날렸다.
김정덕선배와 50회를 맞추기 위해 대타로 신청한 대회가 중랑천길마라톤대회이다.
한 테이블에 앉은 윤본부장이 김선배와 최선수도 같이 동반주하기로 이미 작업(!)이 완료되었다고 한다.
왠일~?!
강북에 사는 사람들의 동네일이고 또한 강북인심이라고 한다.
오후2시.
윤본부장과 최선수는 준비한다고 집으로 가시고~
시간이 아직도 한참이나 남았다면서 김선배는 나를 이끌고 학원사무실의 긴소파에 앉히고 편하게 쉬라고 한다.
다시 1시간이 흘러 편하게 쉰다음 김선배님 차로 대회장까지 가서 내려 준후에 옷 갈아입고 오신다면서 간다.
인생의 행복은 안정된 성격,참을성,주변사람에 대한 배려와 친절함에 달려 있다고 한다.
오늘 강북팀의 마음씀씀이와 배려에서 인간의 행복을 다시 한번 곰 씹게한다.
항상 이렇게 신세만 지는 나는 실제 행동에서 막상 다른이들에게 인색하기만 하다.
다른 사람의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나의 이익을 찾을 수 있다는 프라톤의 말은 내게는 너무 멀기만 하다.
오후 3시.
배번과 기념품 받고 간단히 스트레칭 하고 있는데 수원마라톤의 최승원이라는 젊은 친구가 다가와서 인사를 한다.
수원마라톤은 원래 4명이 올 예정이었는데 앙성복숭아마라톤에 단체참가하는 바람에 다 빠졌다.
아직 햇빛도 따갑고 체감더위도 장난이 아니다.
목도 벌써 마르고 급수도 불안하여 대회본부에 급수계획을 물어보니 허걱~!
이 대회는 참가비도 저렴하고 서바이벌대회 이기때문에 7.5키로와 25키로지점의 두곳만 운영하고 간식도 없다고 한다.
"그럼 물통색을 차고 뛰는 것이 좋겠네요?"라고 물으니
"그럴걸요~!"하고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한다.
오후4시.
물통과 파워젤로 무장하고 스타트라인에 선다.
동시에 출발하는 20키로와 풀코스선수를 포함하여 최승원선수도 대부분 아무 것도 없이 맨몸으로 나선다.
오늘의 고난이 벌써 눈앞에 선하게 그려진다.
수마클 동반주자 최승원과 절대 오버페이스 하지말고 20키로 까지는 키로당 6분30초에서 7분대로 달리자고 다짐을 한다.
그러나 막상 달리니까 약간의 앞바람이 있어 속도를 높일수록 시원하게 느껴진다.
5키로에서 이미 작은페트병의 물은 동반주자와 함께 마시니까 바닥이 난다.
다행히 1차 반환점인 7.5키로를 5백미터 앞두고 급수대가 나타나고 멀건 수박화채 한컵과 냉수를 준다.
그러나 1키로를 더 뛰고 만난 동일지점에서는 물이 별로 먹히지 않아 물만 페트병에 채우고 떠난다.
마음과 달리 페이스 조절실패로 10키로 구간을 1:00.5에 통과한다.
12키로지점.
장암동에 오니 천변을 끼고 뭉게구름 하늘가 바로 옆 왼쪽에 그림같은 동아아파트가 보인다.
짠~하고 나타나는 김선배의 아담한 모습은 언제 보아도 동네 죠깅하러 나오신 아짜씨 모냥 털털하고 수수하다.
요즘 뭔가 필이 꽂쳐서 일지에 누구 이야기를 조금 하니까 본인이 비행기 타다 떨어 지신다고 엄살이시다.
그래서 이참에 잠깐 삼천포로 갔다가 와야겠다.
나는 절대로 비행기 태운 것이 아닌데 탓타고 하시니 순간 오기가 발동한다.
그러니까 비행기에서 떨어지든 말든 그것은 내 탓이 아니다.
여름 혹서기마라톤이니까 이리저리 갔다가 잠시 쉬었다가 가도 상관이 없다.
(김정덕 인물평전)
이분의 성격은 단순청렴결백형이다.
초기에 내 눈에 비친 이분의 인상은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오리무중에다가 좌충우돌형 이었다.
걍~웃자고 하는 농담에도 "고것이 뭔 소리여~"하며 눈 크게 뜨고 정색을 하시고~
약간 핀트가 맞지 않거나 어줍잖은 소리가 나오면 1초도 지체없이 곧 바로 태클이 들어온다.
옛날 같으면 대쪽같은 선비형이나 서당의 훈장감이다.
그러니 성군을 만나면 충신이고, 그렇고 그런 임금을 만나면 괘씸죄로 귀양살이 하기 딱이다. 죄송~꾸벅~
약간은 부담스럽고 껄끄러워서 나는 한강달모임에서 이분과는 안전거리를 확보한 다음에 자리에 앉곤했다.
그러나 근자에 어찌하다보니 안전거리가 무너지고 몇번 가까이 접하게 되면서 나의 허접한 사람판단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
를 알게 되었다.
이분이 근무하는 학원에서 몇번 목격한 바로는 원장이하 전직원이 이분을 걍~연장자내지는 상사로서 예우하는 것이 아니고
무한한 존경심을 바탕으로 모시는 것을 그 사람들의 눈빛과 어투에서 느낄 수 있었다.
길이 아니면 갈 생각도 가본적도 없기 때문에 정도에서 조금만 어긋나는 개그나 농담도 쉽게 수용이 안 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정도를 추구하기 때문에 생각의 흐름에 막힘이 없고 직설적이다.
이런 사람도 분위기만 맞으면 두주불사이고 청탁불문으로 혼수상태에 이르기 까지 밤새워 마신다.
본인의 말씀을 빌리자면 키도 작고 용모도 볼품이 없어 누구의 주목을 받아 본 적이 없다고 하신다.
그러나 소싯적에 소나 끌고 다니며 어깨 너머로 글을 깨우치다가, 만학의 독학으로 출사를 하셨다니까 이것만 으로도 주목받
고 존경 받을 만하다.
오늘은 이만~
더 이상 진도 나가면 왠지 안 될것 같은 불안감이 느껴진다.
잠시 벗어 난 발걸음을 다시 주로 안으로 들이민다.
김선배 특유의 힘차면서도 가볍고 살랑살랑한 주법을 앞세워 달리니까 페이스를 좀더 줄여야 겠다는 조금전의 마음이 더욱더 멀어진다.
주로에서 다른사람을 뒤따라 가다보면 앞사람이 주법이 무거우면 나도 무거워지고,성큼성큼 뛰면 나도 성큼성큼,가볍게 뛰면 나도 가볍다.
나 보고 페이스에 맞춰서 가겠다고 하시는데 대화중 에도 숨이 차지 않으니까 가볍게 속도감없이 뛰게된다.
잠깐 동안의 대화주를 하는 동안에 2키로 가량을 뛰어 오니 호원동에 다다르고 이번에는 오른 쪽에 또다시 처변을 끼고있어 더욱 아름답게 보이는 동아아파트가 보이기 시작한다.
군대식 표현으로 완전군장 차림의 한강달의 영원한 청년 윤본부장이 멀리서 부터 손을 흔들며 맞이 해준다.
요즘 여자 얼짱과 몸짱을 합성한 신조어가 박현빈이 부르는 노래 "샤방샤방"이라고한다.
정말 눈에 띄게 이쁘고 화려해서 반짝반짝 하다는 것인데 기준이 얼굴은 브이라인 이고 몸은 에쓰라인으로 그냥 죽여 주는 여자를 샤방샤방 하다고 한단다.
그런데 동안의 곱고 맑은 피부,탱탱하고 날렵하여 군살 하나도 없는근육질의 몸매,살인 미소를 갖추고 있는 만능스포츠맨
인 윤본부장은~
수려한 용모,시간,돈,사회적 지위,건강을 모두 갖춘 남자에 대한 적합한 신조어가 없어서 뭐라고 표현할 단어가 없다.
11월9일 낮 12시에 명동역에 있는 예식장,舊LCI(현재 리모델링중)에서 장남을 결혼 시킨 다는데 믿어 지지가 않는다.
혹시 동생이 결혼한다는 것을 내가 잘 못 들은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다시금 윤본부장부부의 나이를 곰곰히 따져 보니까 맞는 것 같기도 한데 얼굴을 보면 "에이~""그럴리가"이다.
화제가 주로에서 또 벗어났다.
이렇게 해서 우리일행은 네명이 되고, 앞에는 김선배가 이끌고 뒤에는 윤본부장이 받쳐준다.
아직 햇살도 눈부시고 더위도 가시지 않은 오후 5시경의 중랑천에서 별 느낌없이 싸뿐사뿐하게 덕담을 이어 나가며 달린다.
5키로 구간 28분,다음 5키로 구간 30분 페이스로 20키로를 넷타임 2시간3분에 가볍게 통과한다.
아~목이 마르기 시작한다. 물!물!물!
아~배도 고프다.배!배!배!
그러나 상대적으로 속도는 장난이 아니다.
왜일까?
24키로 지점까지만 가면 최선수가 물을 가지고 나오겠지 하는 기대감에 물을 빨리 마시기 위해서 거기까지 사력을 다해서 뛰
는 것이다.
이제 주위의 어떤 풍경이나 모습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관심도 없다.
대화도 없고 거친 숨소리 뿐이다.
눈알이 팽팽 돌고 다리가 후들거릴 때즘 다리가 나타나고 교통량이 좀 복잡하게 느껴지는 지점에 오니 오른쪽에 두산아파트가 나타난다.
모든 신경은 전방의 시야에 집중된다.
24키로지점.
드디어 아기다리 고기다리던 핑크색옷의 최선수가 앞가슴에 큼직한 통을 안고 미소지으며 반갑게 맞이한다.
배낭에 생수병까지 꽂은 완벽한 서바이벌용 완전군장 차림이다.
이 순간 사막에서 오아시스 만난 기분이라는 것은 너무 진부한 표현이다.
건네는 통에는 적당한 온도로 차가우면서도 알맞는 농도의 꿀물이 가득 들어있다.
우리 일행은 건네주는 꿀물을 정신없이 받아 마시고 입가심으로 생수까지 마무리 하면서 에너지를 충전하고 갈증도 동시에 해소한다.
방금 전에 탈진하여 쓰러져 있는 사람에게 좀 주는 바람에 모자라서 미안하다고 한다.
그제서야 샤방샤방 최선수가 다시 보이고 아담한 히프와 에스라인의 몸매가 눈에 들어 오면서 침이 목젖을 타고 꿀꺽 넘어간다.
아~ 짐승!
숫컷들은 뭘 먹이지를 말아야지 등 따습고 배 부르면 그때부터 문제가 생긴다.
힘이 넘치니까 잠깐 사이에 25키로 지점에 5키로구간 통과 28분,총넷타임 2시간31분에 들어온다.
24키로지점에서 꿀물과 생수공급으로 최소 2~3분 지체시간을 감안하면 키로당 이번구간을 5분으로 통과한 것이다.
조금 과장하면 미친듯이 달렸다고 할 수밖에 없다.
이곳에 오니 노천의 공동수도가 나오고 여기서 한번더 목을 축인다.
27.5키로 지점에 오니 간식도 없이 생수만 댕그렇게 놓여있다.
대회 출발전에 반타이즈 옆 주머니에 파워젤 1개,소이죠이 바 1개를 챙겨 넣었지만 파워젤은 특성상 나 혼자만 먹을 수 있고
소이죠이 바는 나눠 먹어 봐야 두사람이고 간에 기별도 안 갈것 같다.
그러니 나도 못 먹고 아무도 먹을 생각을 못한다.
그나마 아까 마신 꿀물이 상당히 허기도 없애주고 에너지도 보충해 준다.
그덕에 아직 까지는 견딜만하다.
어느새 최선수의 배낭은 김선배의 등에 걸쳐 있다.
"뭘 집어 넣었는데 이렇게 무거운지 모르겠다."
"어떻게 이렇게 무거운 배낭을 메고 뛸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하신다.
아니 그렇다면 조금전 까지의 구간을 우리와 똑같이 키로당 5분 속도로 주파 했다는 말씨~?
그렇게 29키로지점의 2차 반환점을 가뿐하게 돌아 나간다.
다시 5키로구간을 30분,30키로의 총넷타임 3시간1분에 통과한다.
이렇게 뛰면 잘하면 서브4도 가능하고,적어도 4시간20분은 끊겠다는 이야기가 누구 입에서 인지 모르게 흘러 나온다.
그러나 마라톤에서 요행수는 절대로 용납이 안된다.
31키로 지점에서 갑자기 몸을 중랑천에 내동댕이 쳐 버리고 싶을 정도로 탈진이 오더니 급기야 걷게 만든다.
33키로 지점의 공동수도 급수대 까지 죽을 힘을 다하여 몸을 끌고 와서 머리에 물을 뒤집어 써 보지만 회복이 안된다.
동반주자들에게 면목이 없고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지만 그러한 심정을 표현할 여유 조차 없다.
완전히 퍼져서 걷다가 뛰다가하는 모습이 안쓰러운지 김선배가 등도 밀어 주어 보지만 역부족이다.
멀고도 험한 길 6키로를 더 달리니까 반갑게도 우측으로 조그만 다리를 건느게 되고 여기서 부터 3키로를 더 가면 된다고 한다.
최선수가 다가와서 위로와 격려를 해준다.
작년 7월 저녁,분당의 오버나잇 런 페스티벌 보다는 그래도 덜 황당하고 덜 지루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맞다!
그때는 제대로 표시도 없고 진행자도 없는 알수없는 지루한 주로를 무더위와 싸우면서 힘들게 달렸다.
무었보다도 족저근막염과의 싸움으로 그이후 금년 봄까지 달리기를 접어야만 했던 것이다.
그 말을 들으니 다소 기운이 충전되면서 멀리 피니시라인의 불빛도 보인다.
피니시라인~4시간30분2초!
이번에는 김정덕선배,윤본부장,최선수님,수마클 최승원님의 희생적인 배려와 동반주에 의해서 무사히 팔월의 마지막 달리기
를 48회로 마감한다.
총 참가자 96명,완주자 63명, 순위 30등.
(뒷풀이 여담)
뛰고 들어오니 밥도 주고 막걸리도 주는데 평소와는 달리 약간의 울렁증도 있고 온몸이 무겁기만 하다.
밥도 먹는 둥 마는 둥 몇 숟가락을 뜨고 사우나를 하고 나니까 다시 원기가 회복된다.
결혼식후 대회장으로 오는 전철에서 김선배는 소주 한잔에 맥주 한잔만 하고 간다고 선전포고(?)를 한 터이다.
그런데 한강달 창립기념식을 한 삼겹살집에서 갑자기 동네 어른으로 추대되는 해프닝으로 엄청 거하게 쏘시고 대취하게 만들었다.
惡童들이 따로 없다.
거기에 샤방샤방 최선수가 한강달을 떠나는 아쉬움까지 겹쳐서 거의 곤드레만드레가 되었다.
떠나가는 사람이나 떠나 보내는 사람이나 나이가 들어 갈수록 마음을 울리는 깊이와 강도가 크다.
다행히 달리는 사람들은 동호회에서는 떠나가도 언제라도 주로에서 볼수 있다는 점에서 여타의 헤어짐과는 사뭇 다르다.
최선수는 개인적으로는 어릴 적에 20여호가 살던 서울의 변두리 같은 동네에서 같이 지냈던 사이이기도 하고~
앞으로 최선수의 走路에 건강과 행운이 함께 하시기를~ (끝)
첫댓글 다음이 궁금합니다. 물도 먹거리도 없이 힘든 레이스를 하느라 고생많이 했습니다.얼름 회복하시고, 내년에는 사천 노을에나 다녀오세요. 주위 환경도 환상적이지만 주최측의 열정과 노력이 역역합디다. 어두운 길을 밝혀주는 1km 여의 랜턴불빛, 완주 후 원 없는 카스맥주, 전어구이 등 풍부한 먹거리가 한 밤의 정취를 더 하데요. 내 표현력이 모자라 설명이 어렵습니다.내년에도 기회가 있으면 또 가 보고 싶습니다.
남은 글 빨리 올리시지 않고? 궁금해 죽것구만!
덕분에 연습 잘 했습니다. 멋진 완주 축하드리구요.. 즐거웠습니다. 비행기가 곧 떨어질것 같이 아슬아슬 한데요..^^
저는 비행기표를 끊은 적도 태워드린 적도 없으니까 비행기에서 추락하시든지 말든지는 전적으로 본인들(김님,윤님)책임임을 다시 한번 명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