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는 신곡을 당시 국어인 라틴어가 아니라 일종의 지방어인 이탈리아어로 썼습니다.당시 로마 제국의 쇄망과 함께 라틴어가 위력을 잃어가고 있는 시대 였지만 그는 그의 시가 국어를 쓰는 지배계층과 성직자 들이 아닌 일반 서민에게 읊어지기를 바랐던 것입니다.
말하자면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한 뜻과 비유해 보면 라틴어는 한자(漢字)이고 이태리어는 한글인 셈입니다.
그리고 당시는 인쇄술이 생기기 전이어서 신곡은 구전으로 즉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습니다 그가 구사한 지방어 이태리어가 현재의 이태리어와 거의 동일할 정도라고 하니 그가 이태리어를 새로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더구나 놀라운 것은 15,000 여 구절로 되 있는 이 방대한 시의 매 구절이 모두 11음절로 되 있고 각 음절은 세 구절마다 동일한 각운이 반복되게 함으로서 사람들이 읽으면 그대로 노래가 될 정도로 아름다운 문장으로 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단테의 신곡을 연구하는 외국의 학자들은 신곡을 이해하기 위해서 이태리어를 일부러 배우고 있으며 현재도 이 방대한 시를 전부 암송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저도 이 신곡을 번역해서 책을 냈지만 물론 매 구절을 동일한 음절로 한다던지 반복되는 이태리어 각운 처리는 도저히 흉내를 낼 수 없었습니다.
제 책이야기가 나왔으니 신곡이란 제목에 관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원래 제목은 "La comedia di Dante Alighieri" 이니 그대로 직역하면 " 단테 알리기에리의 코메디아 " 가 됩니다.여기서 코메디라는 것은 개그콘서트와 같은 코메디가 아니라 지옥에서 천국으로, 불행에서 행복으로 간다는 비극(悲劇)이 아닌 희극(喜劇)을 말합니다.
영어로는 " The Divine Comedy/ The Comedy " 라고 하니까 신곡(神曲)의 신(神)은 일리가 있지만 곡(曲)은 희극(喜劇)을 표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신곡으로 이름이 붙여진 것은 19세기 말 일본이 서구문명을 받아들일 때 서구문명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이 작품을 모리 오가이(森鷗外)라는 소설가가 신곡(神曲)으로 번역하였고 그것이 조선과 중국까지도 퍼지게 된 것입니다.
제가 번역서를 낼 때도 "단테 알리기에리의 코메디아" 로 제목을 달려고 했으나 출판사에서 그러면 책이 팔리지 않는다고 해서 할수 없이 신곡이란 제목을 붙이고 부제에 "단테 알리기에리의 코메디아"를 서 넣어서 몇 십년이 걸려도 제목이 원작에 가깝게 고쳐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표현한 것입니다.
단테는 신곡에서 유일한 살아있는 존재이고 베아트리체나 그를 인도하는 사람들은 모두 영혼들이며 그 영혼중에는 시차가 1천년이나 되는 인물도 나옵니다.
그가 35살 되는 해 3월 25일 춘분날에 저승여행을 떠나 지옥과 연옥 그리고 천상까지 1주일 동안 보고 느낀것을 돌아와서 그대로 설명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듣고 아름다운 화평한 공동체를 구성하는데 앞장서도록하는 것이 단테가 신곡을 쓴 의도입니다.
3월 25일은 춘분으로 새 생명이 시작되는 싯점이고 수태고지일과 일치하니 결국 그가 예수의 역할을 자임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35살이라는 나이는 당시 인간의 수명을 아리스토테레스나 성경의 잠언에서 70세로 본 것올 볼 때 일생의 한 중간을 나타냅니다.
신곡에서 이승세계의 사람은 죽으면 (1) 생전에 죄를 진 영혼은 지옥으로 (2) 정화될 수 있는 죄를 진 영혼은 연옥으로 (3) 생전에 죄를 모두 씻은 영혼은 천상으로 가는데 (1) 지옥은 영원한 암흑세계 이고 (3) 천상은 영원한 빛의 세계인데 반하여 (2) 연옥은 시간이 존재하여 처음에 이마에 새겨진 P자(Peccato,죄)가 시간이 가면서 정화하면서 흐려져 정상에 가면 완전히 소멸한다고 합니다.
이 연옥에서의 시간을 단축하는 것은 이승세계에서의 대도 (代禱) 즉 죽은 영혼을 위하여 이승에서 다른 사람이 대신 기도드리는 것이라고 합니다.
단테의 지옥도
단테의 시대엔 아직 천동설이 정설인 시대이어서 지옥과 연옥 천상을 그린 그림도 천체가 지구를 중심으로 돌고 있고 그 위에 부동(不動) 의 원동력(元動力)으로서의 빛 즉 하느님이 있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단테가 상상하고 있는 죄는 여러가지로 분류되고 있는데 무엇이던지 과도하거나 부족한 것을 죄로 보고 있습니다.사랑도 과도하면 음욕이 되고 사랑이 부족하면 태만이라는 죄가 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 조선일보에 세월호 원인을 사주의 탐욕과 해경의 태만으로 보는데 700년전 단테의 상상과도 일치한다고 생각합니다.
연옥은 지옥과 반대로 지상에서 산 모양의 언덕을 올라가는데 연옥의 정상에서 거의 빛을 바라볼만한 곳에서 가로막는 짐승 세마리를 만나는데 암늑대는 음욕,사자는 오만을 표범은 탐욕을 나타냅니다.
지옥은 상부와 하부로 나누어져 있고 상부의 지옥의 문을 들어서면서부터 죄의 무게에 따라 땅 속 깊은 곳으로 내려가는데 가장 깊은 곳에는 살인보다도 은혜를 저버리고 배반하는 자를 지목하고 있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그래서 지옥의 제일 밑바닥에는 머리가 셋인 마왕 루치페로가 가장 큰 죄를 지은 영혼을 입에 물고 있는데 예수를 배반한 유다와 시저를 배반한 부르투스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승과 저승 중간에는 림보라는 곳이 있는데 여기에는 중립을 지키는 사람,알면서도 실천을 하지 않는 사람을 태만이라는 죄로 다스리고 있습니다.
오는 10월 31일부터 11월 8일 까지 남산 국립극장에서 단테 신곡의 연극 공연이 있는데 제가 고문을 맡고 있고 이 연극이 작년에는 객석 정유율이 108 % 나 될 정도로 인기가 있었으니 올해도 여러분들 시간 있으면 한번 가 보시기 바랍니다.
- 부산외국어대학교 박상진교수(이태리어학 박사), 강의 요약.
첫댓글 '단테가 35살 되는해 3월25일 춘분날에 저승여행을 떠나,지옥과 연옥,천국까지 1주일동안을 보고 느낀것을 설명하는 이야기.
<단테의 지옥도>에서 지옥의 제일 어두운 밑바닥에는 머리가 셋인 마왕 루치페로가 가장 큰 죄를 지은 영혼을 입에 물고 있는데,유다(예수를 배반한)와 부르투스(시저를 배반한)가
물려 있다네요,'
단테의 "신곡" 이란 제목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지만 그 내용에 관한것을 조금이라도 읽게된 것은 처음이 아닌가 싶은데, "지장경"에 나오는 지옥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 많네요. 대도(代禱)라는것이 산사람이 죽은 사람을 위해 재를 지내주면 죽은 사람이 천도되고 산사람 자신에게도 이익이 된다는 "존망이익품"의 내용과 거의 일치 합니다. 단테가 실제로 지옥에 가서 보고왔다고 생각이 되는것이, 실제 극락이나 지옥을 다녀와 그경험을 적어 논 글들이 불가에도 많기 때문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