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판> 보이지 않는 이의 손길‥ [128]
"보아하니 분위기가 그럴 거 같더군.
오랜 시간 동안 패턴화된 생활을 하다 보면 지루해지기 마련이거든.
문뜩 언젠가 그 패턴에서 벗어나고 싶기도 하고…… 남들처럼 친구들과 어울려서 재미있게 놀고 싶고……
이성과 감성 사이에서 굉장히 혼동하는 경우가 많지.
그렇다면 망설이지 마라. 너한테는 시간이 많지 않다."
마치 세크메트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헤르메스는 모든 것을 다 꿰뚫어 보고 있었다.
세크메트는 자신의 마음을 읽혔다는 느낌에 속으로 무척 놀랐지만, 애써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
티아마트는 아직 세크메트가 시한부 인생이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기에 방금 헤르메스가 했던 말이 뭘 의미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이윽고 헤르메스는 세크메트와 티아마트를 뒤로 한 채 트레이닝룸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세크메트는 멀어져 가는 헤르메스를 바라보며 잠시 마음속으로 중얼거린다.
'이미 배신한 몸인데 난 왜 아직도 그의 뜻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걸까…….'
세크메트는 자신이 여전히 헤르메스의 뜻에 반박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강한 의문을 품었다.
"뭐 해, 세크메트? 우리 오늘도 슬슬 바람 좀 쐬러 나가자."
"마침 따분했는데, 그럴까?"
세크메트와 티아마트는 외출 준비를 하러 탈의실 쪽으로 몸을 향했다.
그와 동시에 그들로부터 멀어져 가는 헤르메스가 트레이닝룸 입구에서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는 손에 걸린 펜던트에 있는 작은 거울을 통해 비친 세크메트와 티아마트의 모습을 살짝 바라보았다.
펜던트 안에 작은 거울이 드러남과 동시에 빛의 반사 각도를 한 치 오차도 없이 정확히 조절해 꽤 멀리 떨어져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을 비춘 것이다.
"I see……."
헤르메스는 작게 중얼거리더니 손에 쥔 펜던트를 도로 코트 안 주머니에 넣고는 다시금 제 갈 길을 걷기 시작했다.
한편 커피숍에서 나온 철수와 영태는 인섭을 따라 우상고등학교가 있는 곳으로 갔다.
인섭이 자기 동생인 대섭을 만나러 간다고 했고……, 철수와 영태는 딱히 할 것도 없고 해서 같이 따라온 거다.
마침 우상고등학교 교문에서 승희와 팔짱을 끼고 나오는 대섭의 모습이 보였다.
그 뒤에 태진과 지만, 그리고 승희 오빠인 승철이 따라 나오고 있었다.
"어? 형, 오늘도 기다리고 있었어?"
"안녕하세요!"
대섭과 승희는 인섭을 보자 몹시 반가워하며 다가왔다.
그 뒤로 태진과 지만, 승철이 인섭에게 묵례하며 정중히 인사한다.
그러자 잠자코 보고 있던 철수가 미간을 좁히며 대섭 일행에게 소리친다.
"야, 이 자식들아. 여기는 안보이냐? 사람을 봤으면 인사를 해야 할 거 아니야, 임마.
우리가 무슨 원수라도 진 것도 아니고 말이야."
"아…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철수 형!"
철수의 투덜거림에 대섭을 비롯한 태진과 지만, 승철은 그제야 정중히 인사를 했다.
"자식들, 안색이 좋아 보이는구나. 그동안 근심·걱정 없이 잘 먹고 잘 지낸 거 같군."
대섭 일행을 한 번씩 쓱 쳐다본 철수가 흡족한 미소를 띠었다.
"오랜만이네요. 이제 몸은 좀 괜찮으세요? 걱정 많이 했는데……."
"끄떡없다. 나한테는 거의 일상이나 마찬가지니까."
승희의 물음에 철수가 염려하지 말라는 식으로 답했다.
그는 종규와의 사투에서 살아남은 뒤 처음으로 재회하고 만난 승희가 싫진 않았다.
종규를 쓰러트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바로 그녀였다.
불합리한 상황에서 목숨을 위협당하면서도 절대 물러서지 않고 꿋꿋하게 끝까지 싸우려 하는 그녀의 모습은 철수한테도 무척 인상 깊었다.
당시 철수가 봤던 승희의 강인함은 보통 사람한테서는 도저히 볼 수 없는 모습이기에…….
하지만 그는 미처 몰랐다. 머지않아 그녀의 강인한 모습을 또다시 보게 될 날이 올 거란 것을…….
"옆에 있는 사람은 누구죠?"
문뜩 대섭이 철수 옆에 어색하게 서 있는 영태를 보며 물었다.
"아- 얘는 내 꼬붕 안영태다."
"꼬… 꼬붕이라뇨? 그렇게 말하면 섭하죠, 형님."
철수의 말에 영태가 몹시 서운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세크메트 언니는 안 보이네요. 평소에 같이 있지 않나요? 가능하면 다시 한 번 봤으면 싶은데……."
"꼭 그런 건 아닌데……, 네가 세크는 왜 찾아?"
철수가 의아하며 승희에게 물었다.
"그 날 우리한테 여러 가지로 많이 도와준 언니인데 그때 경황이 없어서 대화도 못 했잖아요.
그래서 언젠가 꼭 다시 만나서 제대로 인사나 하고 싶어서요.
그 언니……, 어두워 보이긴 하지만 정말 착하고 좋은 사람 같아요."
승희는 그 날 종규와 사투를 벌인 후 결정적인 위기에서 크게 도움을 준 세크메트를 꼭 한 번 다시 만나고 싶었다.
비록 딱 한 번 봤을 뿐이지만 승희는 세크메트한테서 인간적인 호감을 느끼고 있으며 만나서 친해지고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분별하는 그녀의 직감은 남달랐다.
"아- 참, 그렇잖아도 아까 나랑 같이 통화하고 있었거든. 이 계집애는 통화 중에 갑자기 끊고 말이야."
철수는 다시금 세크메트에게 전화를 걸어보았다.
수화기에서 몇 번의 신호음이 가고 곧이어 어느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때 뭔가를 보고 놀란 영태가 황급히 철수에게 소리친다.
"철수 형, 짭새 떴어요!! 어제 그…… "
철수는 영태가 손으로 가리킨 곳을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서 7명의 경찰이 철수가 있는 곳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들 중 몇 명은 바로 어제 식당에서 철수에게 폭행당했던 경찰들이었다.
철수가 입은 교복을 보고 대정고등학교까지 찾아가서 수소문한 끝에 여기까지 찾아온 거다.
"와- 대단하세요. 역시 산전수전 다 겪는 일상이란 확실히 달라도 뭔가 다르네요."
대충 상황을 파악한 승희가 철수를 보며 다른 의미로 감탄해 하고 있었다.
하루도 평범할 날 없이 쉴 새 없이 사건이 터지는 철수의 파란만장한 인생, 방금 눈앞에 닥친 상황은 철수가 겪은 수많은 시련 중 하나일 뿐이다.
마치 지금 일어난 상황이 폭풍전야로 느껴질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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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기다리셨습니다.
다음편도 많이 기대하세요.
첫댓글 경찰 뭐야.. 스토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건가요? 철수에게 다시 평온한 일상이 사라지는 건가요 무사히 살아야 할텐데
중대한 영향까지는 아니고요. 계기 정도랄까요? 아무튼 많이 기대하세요.
철수 너무 빡세게 굴리네요ㅠ 잘봤슴돠ㅎ
철수는 결코 평범하지 않으니..
즛ㅈㄱ
? 아무튼 많이 기대하세요.
잘 봤습니다.. 조폭 다음엔 경찰이군요 ㅋㅋㅋ
감사합니다, 많이 기대하세요.
잘보고 갑니다.ㅎㅎ
감사합니다, 많이 기대하세요.
영태 귀요미
국또님이 그린 영태도 귀요미
잘보고 갑니다 ^^
감사합니다, 많이 기대하세요.
철수에게 경찰폭행죄로 체포하려는걸까요?? 철수에게 불이익을 너무많이 주신다
뭐 파란만장한 철수의 인생이니 그것도 그 중 하나일 뿐이죠.
과연 철수는 어떻게 될까요? 다음편 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많이 기대하세요.
글 잘쓰시네요 2주일동안 다 읽었습니다 ㅎ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많이 기대하세요.
마냥 주인공으로 나오던 종규가 갑자기 사라지니 좀 허전한느낌이 없지않아있네
빨리 죽길 바랬는데, 막상 사라지니 아쉽지.
ㅋㅋㅋㅋㅋㅋㅋ경찰하고 싸워야하네ㅋㅋ
감사합니다.
이젠 경찰한테 쫓기는구먼 ㅋㅋ
그러게 말이예요.ㅎ
철수에게는 늘 있는 일상이라서 그런지 심각하기는 커녕, 여사로 느껴지네여;; ㅎㅎ 항상 잘 보고갑니다~ ^^
그러게 말이죠. 파란만장한 철수의 인생이니..ㅎ
그러게 경찰은 왜 두들겨패서 사단을 만드는지 ㅋㅋ
눈에 뵈는게 없는거죠.ㅎㅎ
히야~~ 철수가 가는데는 언제나 특별한 사건이 터지는구나....그래도 저런것들쯤은 헤르메스에 비해선 새발에 피겠죠..
조폭에서 이젠 경찰이군요.ㅋㅋ
경찰앞에서 도망칠지 아니면 싸울지.. 철수 성격이라면 싸우고도 남겠네요.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구나. 철수랑 같이 다니면 심심하진 않겠다..
철수는 보나마나 도망안가고 싸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