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 어느 늦가을이었습니다. 동인천역 광장을 지나가는데 술판을 벌리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민들레국수집에 밥 먹으러 오는 손님들 몇 명도 보입니다. 건장한 50대 초반의 처음 보는 사람이 벌떡 일어나더니 쫓아와서 꾸벅 인사합니다. 어제 순천 교도소에서 삼년을 살고나왔답니다. 그곳에서 책도 읽었고 사형수에서 무기수로 감형되어 그곳에서 살고 있는 요한형제를 통해서도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합니다. 그렇게 정백호 씨는 엄청 추웠던 지난 겨울을 동인천역 광장에서 술판을 기웃거리며 지냈습니다. 그저께 민들레국수집에 왔습니다. 다 죽어가듯 아파 보입니다. 찜질방에서 하루만이라도 잘 수 있으면 좋겠다면서 찜질방 표를 한 장 얻고 싶다고 합니다. 그런데 곤란합니다. 몇달을 입은 옷인지 냄새가 대단합니다. 온몸을 씻고 속옷부터 모두 갈아입어야 찜질방에서 받아줄 것 같습니다.
먼저 밥부터 먹고 민들레 희망센터에 가서 샤워하고 옷 갈아입고 찜질방으로 보냈습니다. 표 한장과 가운비 천원 그리고 감기약을 먹게 했습니다.
다음날 한결 편한 얼굴로 국수집에 니타났습니다.
나이는 53세. 고향이 완도입니다. 군대 제대하고 고향에서 김 가공공장 다니면서 결혼도 했습니다. 딸이 하나 있는데 17년 전 이혼하고 그때부터 마음 잡지 못하고 막 살았습니다. 교도소를 몇 번 들락거렸고 이번 징역 살기 전에는 인천에서 막노동을 하고 살았는데... 다시 살아보고 싶답니다.
여인숙 방을 구했습니다. 한달치 20만원에 계약했습니다. 곧바로주민센터에 가서 주민등록 신고했더니 세상에 말소가 되어 있습니다. 과태료를 내고 주민등록증을 새롭게 바뀌었습니다. 출소한지 6개월 전에는 긴급지원 석달치를 도움받을 수 있습니다. 내일 인천구치소에 가서 출소증을 받아오면 됩니다.
차비를 미리 주면 술 마셔버릴 위험이 있어서 여인숙에서 자고 내일 국수집에 와서 밥 먹고 출소증 찾아오기로 했습니다.
오늘 아침에 왔습니다. 고맙게도 술을 마시지 않았습니다. 다시 살아보고 싶답니다.
고향 완도에 어머니가 계시다고 합니다. 딸도 보고 싶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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