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45년 대한민국 이야기 ◈
“뭐라고요? 기호 1번부터 5번까지 모두 좌파라고요?”
2045년, D대학에 교환학생으로 온 탕가라(감비아 기생충학과)는
S 교수의 말에 진심으로 놀랐어요
5년 만에 치르는 대선, 이 나라에선 국회 의석수대로
정당 기호가 정해진다는데, 보수 정당이 겨우 13석에 불과해
기호 6번을 받았다는 것이지요
“그래, 이제야 이해가 되니?” 탕가라는 줄곧 궁금했었어요
한때 세계 10위 안에 드는 부국이던 대한민국이
왜 자기네 나라와 비슷한 수준이 됐는지.
보수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국민의 마음을 얻으려 하고,
좌파는 빈부 격차 등 사람들의 시기심을 이용해 표를 구걸하지요
특히 대한민국 좌파는 상대 진영의 약점을 부풀려 악마화하는 데
일가견이 있어서, 그들이 선거에서 써먹은 전략은
후진국 독재 정권들이 교재로 사용할 정도였어요
그런 이들이 20년 연속 집권했으니,
국가 경쟁력이 수직 낙하할 만도 했지요
“그런데, 한국 국민은 이 사실을 모르는 건가요?
왜 계속 좌파에게 투표하는 겁니까?”
S 교수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어요
“좌파는 우리가 점점 못살게 된 이유를 친일 청산이
안 된 탓이라고 한다네.
걔들한테 보수는 친일파 그 자체거든.”
탕가라는 눈을 크게 떴지요
“그게 말이 됩니까?
한국과 일본이 국교를 단절한 게 오래전이라면서요?”
S 교수는 한숨을 푹 쉬었어요
“자네 말이 맞네. 보수가 멸망한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어.
20년 전에 윤석열이라는 분이 대통령을 했는데….”
S 교수가 한 얘기는 다음과 같았지요
검찰총장 시절, 권력자 측근의 비리를 수사했다는 이유로
정치 보복을 당했던 윤석열은 궤멸 상태였던 보수를 구해 달라는
국민의 요구에 따라 대선에 출마했고, 결국 대통령이 되었어
국민이 그에게 바란 것은 두 가지.
하나는 무너져 가는 대한민국을 다시 일으켜 세워달라는 것,
둘째는 정치인의 탈을 쓴 범죄자들이 죗값을 받게 해달라는 것이었지
다행스럽게도 윤통은 첫째 임무를 비교적 잘 해냈어
“그럼 인기가 꽤 많았겠어요?”
그러나 S는 고개를 저었지요
“그게 그렇지가 않아. 여사에게 문제가 좀 있었거든.
좌파는 그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들었고 말이야.
정말 신기한 점은, 좌파가 눈을 부릅뜨고 여사만 보고 있는데,
여사란 분이 비판할 거리를 끊임없이 제공해줬다는 사실이야.”
더 어이없는 점은, 윤통이 여사를 옹호하느라 총선을 지휘하던
한동훈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었다는 사실이지
안 그래도 열세였던 선거판에서 대통령과 당대표가 분열한 데다,
의대 증원으로 전통적 보수 지지층인 의사들마저 적으로 돌렸으니,
선거 결과는 보나 마나였어
“총선 패배는 윤통에게 부여된 둘째 미션까지 어렵게 만들었지.
야당이 총 12가지 혐의로 재판을 5건 받는 자기네 당대표를 보호하려고
국회가 가진 모든 권한을 사용했거든.”
민주당의 만행은 상상 이상이었어
이재명으로 하여금 1심에서 징역 1년. 집유 2년을 받게 한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죄를 삭제하는 개정안을 냈고,
‘성남FC 후원금 사건’ 등에 적용될 제3자 뇌물죄 처벌 범위를
축소하는 형법 개정안도 발의했지
불법 대북 송금 건으로 재판받는 이화영을 보호하기 위해
검찰이 수감자 소환 조사를 못 하게 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어
또한 자기들이 가진 탄핵 소추권을 이용해 이재명을 수사하는
검사들을 탄핵하기까지 했으니,
헌정사에 이런 무소불위 정당이 또 있었을까 싶었지
탕가라는 고개를 갸웃했어요
“국민들은 그런 걸 보고도 가만 있었나요?”
“공영방송을 참칭하는 MBC와 다른 좌파 언론들이
민주당 기관지 노릇을 했거든.”
아무리 언론이 편파적이라 해도, 많은 국민을 오랫동안 속이는 건
어려운 일이었어
특히 이재명이 공직선거법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자
지지자들은 속속 이탈하기 시작했지
민주당이 주최하는 윤통 퇴진 촉구 집회의 참가자가
갈수록 줄어든 게 그 증거였어
공직선거법과 위증 교사는 길게는 1년, 최소 6개월 안에
대법원 선고까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좀 느리긴 했지만 둘째 미션의 성공도 눈앞에 보이는 듯했지
탕가라는 다음 얘기가 궁금해 침을 꼴깍 삼켰어요
“그래서요? 이재명이란 사람, 구속됐나요?”
S는 슬픈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지요
“그게 말이야, 윤통이 뜬금없이 비상계엄을 선포해 버렸어.”
“네? 계, 계엄요? 이 무슨 황당한 짓이죠?”
12월 3일 밤 10시 30분, 윤통은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지
‘서울의 봄’이라 이름 붙은 1980년의 계엄 이후 44년 만의 일,
문제는 계엄을 발동할 상황이 아닌 데다, 헌법 77조 5항에
‘국회 과반수의 찬성이 있으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는 사실이었어
“그럼 대통령이 국회를 봉쇄해 표결을 못 하게 했겠네요?”
“철저히 준비하고 계엄을 발동했다면 그렇게 했겠지.
근데 윤통은 그런 사람이 아니었어.”
계엄군이 왔을 때, 국회에는 이미 소식을 듣고 온 수많은 시민이 있었지
계엄군은 1시간 가까이 국회 진입을 시도했지만,
그들에게 밀려 본회의장 진입에 실패하고 말았어
“그러는 사이 참석한 국회의원 190명은 만장일치로 계엄 해제를 결의했어
그때가 새벽 1시였으니 계엄 소동은 150분 만에 끝난 셈이지.”
“네? 그게 끝이에요? 진짜로?”
탕가라는 안 그래도 큰 눈을 더 크게 떴지요
“무슨 대통령이, 일을 그렇게 해요?”
S는 다시금 쓴웃음을 지었어요
“더 신기한 게 뭔지 알아? 민주당에 김민석이라는 인간이 있었어
그 작자가 그해 8월부터 석 달 가까이 ‘정부가 계엄령을 준비하고
있는 거 아니냐?’고 정부에 따져 물었다는 거야.
당연히 근거는 없었지.
근데 말이야, 상대가 계엄 선포하는 거 아니냐고
계속 눈을 부릅뜨고 있는데, 진짜 계엄을 선포해 버리는
대통령이 어디 있어?
왜 거짓 선동가를 예언가로 만들어 주냐고!”
그런데 말이야
그때 여당 대표 한동훈이라는 작자가 있었는데
이 작자가 자기당 출신 대통령에게 반기를 든거야
그로인해 여당은 분열되고 대통령은 코너에 몰리고 말았지
그 작자 덕에 이재명이 살길이 생겼어
결국 죽 쑤어 개 좋은일 시킨거지
좌파는 자충수로 망하고 우파는 분열로 망한다는
옛말이 조금도 틀리지 않았어
윤통이 그때 아무것도 안 했다면,
그냥 당하고만 있는 피해자로 남았다면, 상황은 지금과 달랐을 것이야
대통령에게 법적인 하자가 있는 게 아니니,
민주당이 탄핵안을 발의해 봤자 기각될 것이 뻔했지
하지만 윤통은 바로 그 ‘하자’를 민주당에 제공했고,
결국 탄핵 위기에 처한거야
법정 구속이 될 운명이었던 이재명은 극적으로 부활해 대통령이 되었어
“그 뒤 보수는 다시 집권하지 못했지.
두 번 연속 보수 대통령이 임기를 채우지 못했는데,
다시 보수를 찍을 국민이 얼마나 되겠어?”
탕가라가 이제 그만 들어가 보겠다고 짐을 싸는데,
S의 넋두리가 들려왔어요
“그나저나, 윤통이 계엄으로 지키려던 건 대체 뭐였을까?
역시 여사였겠지?”
지금 형국이 반등없이 이대로 흘러 간다면 어떻게 될까요?
위의 이야기 대로 2045년에는 이렇게 될까요?
상상만 해도 아찔한 이야기가 아닐수 없어요
대한민국의 미래가 암울할 따름 이지요
-* 언제나 변함없는 조동렬(一松) *-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를 했어요
이날 비상 계엄을 선포했지요
▲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재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정권 규탄 집회에 참석했어요
왼쪽부터 박찬대 원내대표, 이 대표, 김민석 최고위원. 촛불을 든 이 대표는 "이재명은 죽지 않는다"고 외쳤지요
▲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지난 4일 새벽 무장 계엄군이
국회에서 철수하고 있어요
여야는 이날 본회의에서 재석 190명 중 찬성 190명으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 처리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