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대지에 봄비가 내렸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치운 겨울에 매섭게 웅크리고 있다가
겨울이 겨울답지 않게 따숩고 겨울 水의 기운이 메마른 데서 일어나
지구 유사 기후대와 위도를 향해 기지개를 켰습니다.
어떤 칼럼에 ‘코로나는 ‘접촉’으로 시작해 ‘기온’에 따라 움직인다.’ 하였는데
'이상기온으로 시작해 접촉에 따라 움직인다'고 고치고 싶군요.
8.72도를 코로나바이러스 최대 활동온도로 보는 것을 인정한다면
'어떤 나라는 평년 보다 더 따뜻해서, 어쩐 나라는 평년보다 더 추워서'라는
전파배경을 형성하게 됨으로써 그 확산의 장소성이 결정된다고 볼 수 있겠죠.
한의학에서는 이미 1600년 대 이 대유행의 호흡기질환을 '시기온역'이라 하여
일반감기와 다른 리케차 같은 특수 병원성 존재에 대한 인식이 확립되었죠.
제 평소 무슨 주장이야 이 상황에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입죠.
우선 격리하고 지지요법으로 버티는 가운데
약한 자는 스러지고 강한 자는 살아남는
자연의 법칙을 잘 공부하는 것으로 그만!
코로나바이러스가 몸에 들어와 자신을 무단 복제하더라도
아무렇지도 않게 이기는 이가 있다면, 여그서 비로소
'예방이라는, 면역의 다른 이름'을 깨닫고 실천하는 것이라야
늘 늦깎이인 우리 생의 도리이며 소임일 것.
사람인지라 약속하자 그립자라는 이에게 '사회적 거리를 참자' 하는 것도
한도가 있고, 그 '자존심' 같은 것도 있지 않겠어요?
초기엔 겁쟁이 같다가 중기엔 전화를 피하게 되고 이제는
왜 꼭 만나야 하냐고 속으로 따지기도 합니다.
당연합죠. 딸이 만삭이 되어 뱃속의 아기를 걱정하면서 지 엄마와 속닥이는 말을 보니
부산서 진맥을 받고 싶어하는 이가 온다는 것을 걱정하고 있어요.
엊그제는 수십년 만에 케냐에서 사촌 형이 오신다고 하여 어서 오시라 했죠.
이틀 뒤 시절이 이러니 눈치보여서 다음 기회를 잡겠다고 전화가 와요.^^!
도담마을, 세 사람이 만나는 길을 사이에 두고 코로나 상념이 많습니다.
우리는 이제 열 걸음 앞에 옆에 비말을 내 던질 정도로의 거리로 만났습니다.
아직 정원이 안 되어 썰렁하지만 2~3년이 지나면
아름답고 촉촉하고 달콤하게 꽃피고 새 울겠지요.
제 마당에서 진즉에 뽑아 내야할 것들을 모른 체 한 것은
이것들을 파서 이 사람들에게 옮겨주고 싶어서인데 마음 바쁩니다.
어제는 아래 입구 쪽 우교장 땅 경계에 남천을 생울타리로 심었습니다.
지난 겨울에 씨로 발아시켜 20~30주가 빨갛게 물들이며 고개를 들었어요.
심는 자리에 있던 은목서는 수분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기운이 파리하여
다 파 내고 있어요. 파서 아래 동생네에다 대강 꽂아놨답니다.
언제 오데서 저렇게 다육이들이 늘었는지
제 노동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어요.
아내가 간간이 잎사귀 한나 가져와 꽂으면 영축없이 내년엔 화분이 되어 앉습니다.
겨울은 밖에서 나지 못하여 빈 딸방 햇살 쪽으로 들어가거나 썬룸에 찡개놓습니다.
그러면 또 봄이 설레어 못 견디는 제 조급증이 이것들을 죄 밖으로 몰아내게 됩니다.
매년 사월을 못 넘는 제 계절독감이며 격리조치죠.
하여 아내가 딸집에 가 있는 사이 거사를 도모하였지요.
그런데 저도 똑같습니다.
뒷산에서 뽑아온 죽은 뿌리를 저렇게 목부작으로 만들어 주체를 몬합니다.
그래서 한옥마을 나교장에게 주고 새로 이사 온 옆집 아우네에도 주는데
안 그러면 건조한 이상기후?의 썬룸에서 풍란이 말라죽거나
저렇게 온난히 비 온 날의 비맞이 행사도 꼭 해줘야 하거든요.
그러다가 필시 꽃샘추위가 와서 화분이며 난초들이 얼병들겠지요?
전염병이 따로 없어요. 하루 아침에 영안실로 가얍죠.
그레이트피레네즈 '마루'에서 골든리트리버 '나루'로 바뀐 개도
똥개처럼 숼허지 않아 기르는 품이 꽤 많이 듭니다.
연못의 물을 봄에 빼 내고 한 이틀 말려 물을 채웠더니 아주아주 맑아졌습니다.
오직 '맑음'만을 추구하여 물고기도 기르지는 않지만 새우도 우렁이도
버마재비도 물땅땅이도 오고 개구리는 해마동 새끼를 쳐 촐랑거리기도 합죠.
이 일은 개 키우기보다 쉽지만 마음이 어려워요. 알을 까서 내 정원을
온통 개구리집으로 만들고 싶진 않기 때문이죠.
삽질하다 개구리를 죽이기 십상이고 개구리를 사랑하는 좀 징그럽고
지다랗게 생긴 녀석이 마당을 넘실대기도 좋으니...
약육강식의 생태계를 마당에서 만나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 뜨락의 앵두나무는 벚나무보다 훨 좋습니다.
작게 키울 수 있어서요.
웃자란 것만 조금 잘라주면 벚꽃보다 똑똑한 꽃을 가득 피우거든요.
게을러도 해야할 가지치기를 안 하면 후한이 두렵습니다. 그런디
정작 전정을 요구하며 매년 나를 머슴처럼 부리는 놈은 따로 있답니다.
내가 가장 좋아한다는 , 바로 소나뭅죠.
소나무는 씨가 날아와 아무 데서나 솟아올라도
휘적휘적 뽑아내지 못하여 갈등이고
머리털이 장발이 되면 이발을 안 해 주고
그 밑을 펄럭이며 걸어댕길 배짱도 못 되옵니다.
봄은 꽃이 피어도 불만입니다.
좋은 것 쪼그려앉아 계속 딜다볼수도 없곰,
혼자 보자니 심심하고, 부르자니 벗이 번거롭고
시들까 안타깝고, 시들면 안쓰럽고, 심다가 지치고, 심다가 다른 놈 쥑이고,
파 낸 놈 남 줄 디 없고, 줄 시기를 맞추려다 잠 못 자고,
아직 심어야 할 나무가 애가 타고,
꽃 보다 약 보고, 약 보다 병 보고, 병을 보다 사람 보고
언제나 꽃 닮은 붓을 들어 그림 쫌 그려볼꼬!!
아틀리에 창고를 정리하다 아내로부터 전화를 받았어요. "뭣허고 있소?"
"응, 작업창고를 확 뒤집어 정리허고 있제."
"올해도 정리만 헐거죠? ㅋㅋ.."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