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예술원과 벨라뮤즈의 존 필미어 원작 홍서희 번역 박혜선 연출의 신의 아그네스
공연명 신의 아그네스
공연단체 대한민국 예술원&벨라뮤즈
작가 존 필미어
번역 홍서희
연출 박혜선
공연기간 2018년 10월 5일~31일
공연장소 동양예술극장 2관
관람일시 10월 21일 오후 3시
동양예술극장(대표 유인택) 2관에서 대한민국 예술원 & 벨라뮤즈의 존 필미어(John Pielmeier, 1949~) 원작, 홍서희 번역, 박혜선 연출의 <신의 아그네스(Agnes of God)>를 관람했다.
연출가 박혜선(1971~)은 캐나다 University of Waterloo 연극과 출신으로 극단 사개탐사 대표다. <리얼 게임> <억울한 여자>, <침향>, <라롱드> , <남편을 빌려드립니다> , <주머니 속의 돌> , <프라우다>, <완전한 오해>, <트릿>, <아내들의 외출> <베리 베리 임포턴트 퍼슨> <에릭사티> <그 집 여자> <이단자들> <웰즈로즈 12번지> <삼국유사 만발-만파식적 도난사건의 전말> <피카소 훔치기> 외 다수 작품을 연출했다.
번역 작품으로는 <헤어스프레이> , <댄싱 섀도우> , <클로저 댄 에버> , <프라브다> <피카소 훔치기> 외 다수 작품을 번역했다.
제45회 동아연극상 신인연출상 <트릿>&<억울한 여자> 월간 <한국연극> 선정 ‘2008 공연 베스트 7’-<억울한 여자]> 2013 히서 연극상 등을 수상한 미모의 연출가다.
<신의 아그네스(Agnes of God)>는 실제로 미국 뉴욕 주의 인근에 있는 브라이튼이라는 도시의 한 수녀원에서 한 수녀가 자신이 출산한 아기를 살해한 사건을 다뤘다. 36세의 아일랜드 계 여인인 모린 수녀는 자신의 아이를 죽였다. 더구나 그녀는 대학 교육까지 받은 여성이었다. 모린 수녀는 자신이 아이를 낳았다는 사실을 부인했다. 정신과 의료진이 그녀와 면담을 했을 때도 그녀는 자신이 임신한 사실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수녀복은 그녀의 임신을 감추기 위해서는 아주 편리한 복장이었다. 그녀가 낳은 아이는 수녀원에 있는 그녀의 방의 쓰레기 통 속에서 질식한 채로 발견되었다. 그녀의 방을 수색한 경찰은 정확히 9개월 전에 그 녀가 교육 연수차 뉴욕 주를 떠나 다른 주로 간 적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를 증명하는 증거로 경찰은 그녀가 그때 사용한 버스표를 찾아냈다. 이 사건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아이의 아버지가 누구인가는 언급된 적이 없을뿐더러 그녀가 신부에 의해 성폭행을 당했 다는 암시 또한 없었다. 재판 도중 모린 수녀는 배심원에 의한 재판을 거부했고 재판장은 하이먼 마스라는 유태계 였다. 재판장이 유태계였으므로 천주교 수녀가 연관된 이 재판이 공정하게 진행될지에 대한 논란이 크게 일었다. 재판은 10일간 진행된 후 1977년 3월에 종결되었다. 마스 재판장은 모린 수녀가 정신 이상이라는 이유로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존 필미어(John Pielmeier)가 1978년에 집필한 <신의 아그네스>는 1983년 한국초연 이래 2018년 10월에 이르기까지 30년 가까이 꾸준히 공연이 이어지고 있다.
아그네스(Agnes)는 어린양이라는 뜻이다. 바로 신의 어린양의 이야기다.
연극은 수녀원의 젊은 수녀 아그네스가 아기를 낳아 탯줄로 목을 졸라 휴지통에 버린 사건으로 해서 시작된다. 법원은 사건 조사와 아그네스의 정신 감정을 의뢰키 위하여 여성 법의학자이며 정신과의사인 닥터 마사 리빙스턴(Martha Livingston)을 관상수도회인 막달라 마리아 수녀원으로 보낸다. 아그네스의 이모인 루스 마리안 (Marian Ruth) 원장수녀는 아그네스가 하느님의 기적으로 수태되었다고 주장한다. 여동생이 수녀원에서 죽은 이후 신앙을 버린 닥터 마사 리빙스턴은 과학적, 이성적, 논리적인 방법으로는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자 최면요법으로 접근을 시도한다. 이력서를 들춰보기도 하고, 수녀원 건물 설계도까지 조사하며 닥터 마사는 원장을 용의자로 지목하기도 한다. 주교의 압력으로, 조사 마지막 기일 하루만 남은 상황에서, 닥터 리빙스턴의 노력으로 드디어 모든 비밀이 밝혀진다. 아그네스의 어머니는 바라지 않던 임신으로 아그네스를 낳게 되자, 어릴 때부터 그녀를 학대하게 되었고, 이 때문에 아그네스는 괴로운 유년 시절을 보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한 아그네스가 수녀원에 맡겨지고, 노 수녀의 지시로 수녀원의 비밀 통로로만 통하는 헛간에서, 나이 어리고 순진무구한 아그네스는 특별한 하느님으로 지칭되는 존재로부터 아기를 잉태하게 된다. 그러나 아그네스는 자신이 유아시절에 겪은 학대와 고통이 아이에게도 되풀이 될까 두려워, 갓 태어난 아이를 죽였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연극 <신의 아그네스(Agnes of God)>는 어쩌면 성과 도덕적 타락에 빠진 현재의 모습과 비교가 되기도 한다. 연극에서 이성적으로 아기가 어떻게 잉태되었고 누가 아기를 죽였는지 증거를 찾으려는 닥터 리빙스턴의 열정과 노력은 그녀의 줄 이은 끽연과 함께 관객과의 공감대가 형성된다. 닥터 리빙스턴이 최면 요법으로 <아그네스>의 무의식 속까지 파고 들 때에는 객석은 함께 최면에 빠져들기도 한다.
수녀가 성령으로 아이를 잉태했다는 사실을 납득할 수 없듯이, 순결을 지켜야하는 어린 수녀 아그네스에게는 이 사건은 곧 죽음과 좌절을 의미한다. 이 연극은 흔치 않은 주제를 다루고 있다. 신앙의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신앙의 문제를 종교 내에서 다룰 경우 그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신앙의 문제를 종교 내에서 다루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연극은 신앙의 문제를 종교 밖에서 다룬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종교가 아닌 사회에서는 기적은 이미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기적은 종교 안에서 논할 경우에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아그네스 수녀의 주장대로라면 그녀는 아버지 없이 아이를 낳은 것이 되는 것인데, 이는 가능하지 않을 뿐더러, 가톨릭교회의 교리에 의해서도 이 같은 기적은 성모 이외에는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수를 잉태한 마리아도 역시 당시에는 이런 상황에 직면했었다. 그래서 요셉은 몰래 파혼할 마음을 먹기도 했다. 그때 요셉마저 마리아의 곁을 떠났다면, 마리아는 살 길이 없었을 것이다. 당시로서는 십중팔구 돌에 맞아 죽었을 테니까.
처녀 잉태란 천주교에서 말하는 성모의 예수 잉태를 지칭하는 교리로 예수는 신의 아들이기 때문에 원죄의 더럽혀짐이 없이 잉태되었다는 교리이다. 아그네스 수녀 또한 성모의 예수 잉태에서처럼 원죄의 더럽혀짐 없이, 다시 말하면 남성과의 성적인 결합 없이 아이를 임신했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그녀의 주장은 신학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논쟁거리가 된다. 이 연극에는 오직 세 명만이 등장인물로 나온다. 이들은 정신과 의사인 마사 리빙스튼(Martha Livingston)과 수녀원장인 마리안 루스(Marian Ruth) , 그리고 아그네스(Agnes) 수녀이다. 이 세 인물의 역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니 다. 정신과 의사인 마사는 아주 폭 넓은 감정을 표출한다. 그녀는 포용성을 가진 인물이며 동 시에 통념에 반대되는 의견을 개진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녀는 또한 아주 깐깐한 정신과 의사인 반면에 무신론자일 뿐만 아니라 신앙에 목말라 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녀는 무대를 떠나지 않고 연기한다. 단지 세 번의 짧은 휴식만을 가질 뿐이다. 반면에 아그네스 수녀와 수녀원장은 플래시백을 통해 과거에 수녀원에서 일어났던 일을 재연한다. 수녀원장은 냉혹한 현대 사회의 현실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적의 가능성을 믿고 있다. 아그네스 수녀는 아름답지만 그녀의 성장 과정에서 가정 폭력을 경험한 전력이 있기 때문에 고통 받는 영혼이다. 이 같은 그녀 자신이 경험한 가정 폭력은 그녀가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을 저해시키고 망각의 길로 향하도록 만든다. 닥터 리빙스턴은 아그네스의 과거를 떠오르게 하기 위해 최면요법을 사용한다. 그리고 종당에 그 원인을 밝혀낸다.
닥터 리빙스턴이 최면상태에 들어간 아그네스에게 왜 아이를 죽였느냐는 질문에 아그네스는 “하느님은 실수로 저에게 감당할 수 없는 것을 주셨기에, 그것을 다시 그분께 돌려 드리기 위해 그렇게 하였습니다.” 감당할 수 없는 현실로 해서 하느님의 뜻을 거부하고, 하느님이 주신 아이를 죽여 되돌려 보냈다는 뜻이다.
무대는 가로세로 선이 들어간 돌 벽을 배경으로 창 같은 조형물을 여기저기 달아놓았다. 무대 정면 벽과 상수 쪽 벽 사이에 등퇴장 로가 있고, 원형의 탁자와 의자가 배치되어 있다. 재떨이가 놓이고 닥터 리빙스턴이 줄담배를 피운다. 최면상태와 깨어나는 상태를 조명의 강약으로 표현한다. 출연자들이 미사곡과 흡사한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오지혜가 닥터 마사 리빙스턴, 전국향이 마리안 루스 원장수녀, 송지언이 아그네스 수녀로 출연해, 각자 등장인물에 어울리는 성격설정과 개성에 부합하는 연기는 물론 적합한 대사구현으로 원작을 능가하는 수준급 연극으로 창출시킨다.
조명감독 신 호, 조명오퍼 문선주 이재문 정태진 황종하, 음악감독 작곡 김철환, 음향오퍼 이유리, 무대디자인 김정란, 의상디자인 박근여, 홍보디자인 정지호, 분장실장 오하나, 기술감독 허 정, 조연출 이민지, 무대제작 스테이지 빅벨, 기획 신연욱 설정호 등 스텝진의 열정과 노력 그리고 기량이 조화를 이루어, 대한민국 예술원 & 벨라뮤즈의 존 필미어(John Pielmeier) 원작, 홍서희 번역, 박혜선 연출의 <신의 아그네스(Agnes of God)>를 원작을 한 단계 뛰어넘는 수준급 걸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10월 21일 박정기(朴精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