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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의 향기 ~ 스크랩 임동확,<벽을 문으로>
물의나라 추천 0 조회 12 11.06.30 18:55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임동확,<벽을 문으로>,문학과지성사,1994.  

아름다움을 말하는 것 자체가 죄악이고,
부끄러움이던 시대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 내 눈앞에 환하게 피어 있는 얼음꽃,
나는 나의 상처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제 흐르는 수직의 물줄기조차 얼게 만드는
놀라운 사실의 계곡으로 들어서기로 했다.

'얼어붙은 폭포' 중에서(87)

 光松間 도로

이제 조금씩 사소한 것들에 상처받기 시작한다
돌아보면 뭐가 그리 심각했었는지 모를 싱거운 부부싸움 같은,
그런 가당치 않은 말들에도 자꾸 고개를 돌리고 귀를 기웃거린다
그러나 신성한 죄의식에 싸여 있는 동안, 그저 너그러이 대해왔던 일들이다
가시적인 불의가 판치고 있을 때 그처럼 화낼 일이 아니라고 애써 무시해왔던 일들이다
그런데도 한때 소년이 동경했던 서울행 기차가 대기하던 송정리역,
늘 왠지 모를 그리움과 아쉬움 안고 건너던 극락교,
그리고 비상의 힘을 느끼게 하던 광주공항 입구를 지나도록
내 마음이 어두우니 환하게 피어 있는 벚꽃 터널의 광송간 가로수가
마치 무슨 죄수를 호송하는 집총 대열 같게만 느껴진다
아픈 몸을 이끌고 재진입을 시도하던 그날의 앞길을 가로막아서던 육중한 쇳덩어리의 탱크,
허나 김지하  시인의 '황톳길'을 문득 떠올리며 힘없이 되돌아서야 했던
생의 열정들이 한꺼번에 暗電되는 느낌에 휩싸여간다
어김없이 무슨 의례처럼 흑백의 현수막이 내걸린 기억의 회로를
이제 손수 운전해가는 자가용에 몸 실은 채 편하게 통과해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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