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의 아름다움에 빠지다: 2006 여수엑스포 국제마라톤대회 참가기

[전차]

맑고 깨끗한 날이다. 추위도 한풀 꺾였고.

출발! 

고영우원장님과 이윤희와 함께 달린다. 

총리실 공무원들이 평가하는 이해찬 총리, 유시민의 입각, 의사가 바라보는 한의학, 황우석 교수 등 화제가 끊이질 않는다.

이윤희는 해박하고, 고영우원장님은 그 연세(곧 70)에도 불구하고 생각이 젊으신데다가 재미있으시다. 

해안을 따라가는 주로는 언덕이 많다. 갯수를 헤아릴수 없을 만큼.

일찌기 김종생이 읊던 그 '龍珠里 고개'도 넘었다.

      吸入-壓縮-흡/-폭발-흡/-팽창-/入-배기
     完全한 헐떡임...
     肉體 포기...
     아!
    心臟이여!  

주로는 교통이 완전히 통제되어 쾌적하고

자원봉사자들은 자로 잰 듯 친절하다.

물, 이온음료, 바나나,... 등의 먹거리 준비도 완벽하고...

마을을 지날 때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종이 태극기를 흔들며 열렬히 응원을 보낸다. - 이건 예전에 박정희 대통령과 월남으로 떠나는 장병들이나 받던 환대였는데...

"대한민국 만세~ 여수 만세~" 우리가 두팔을 번쩍 번쩍 들어올리며 화답한다.

한 할머니는 귤을 입으로 까서는 내 손에 쥐어주고, 어떤 할아버지는 한 참을 같이 뛰어준다.

난 남도의 이 情이 너무나 좋다.

최근에 달리기 훈련을 못해서 그런지 오늘 새벽까지 술을 마셔서 그런지, 다리가 벌써 무거워지고 근육이 굳어지는데 과연 완주를 할 수 있을까 은근히 걱정이 앞선다. 같이 술자리를 했던 친구들 대부분은 처음부터 뛰는 걸 포기했지만

‘완주가 힘들면 차를 타지 뭐~ 그래도 안 뛰는 것 보다는 낫다’는 생각이다.

반환점(2:09)에서 따뜻한 어묵국을 2그릇이나 먹고는 두 분을 먼저 보낸다.

눈부시게 파란 하늘, 

가슴 시리게 푸른 바다,

저 멀리 정겹게 떠있는 섬들....

햇빛이 바다 위에 뿌려 놓은 찬란한 은빛 물결...

청량감을 더해주는 맑고 쌀쌀한 바람.

더구나... 섬 위에 가만히 떠있는 낮 달.

여수의 하늘과 바다, 섬, 바람, 해, 달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환상적인 풍경이다.

그래, 麗水!

여기까지 안 와봤으면 어쩔 뻔했는가?

여기까지 오길 정말 잘 했다는 말이 입에서 절로 새어 나온다.

마라톤 하길 정말 잘했지?

더구나 사진에 관심을 가지니 더 잘 볼 수 있게 된 거야.

두 세 시간 이상을 달리며 몸을 덥히고, 다시 식히길 여러 차례...

몸에 쌓인 묵은 찌꺼기가 빠져나가고, 

허벅지 근육이 뻣뻣하게 굳어지는 고통으로 마음속에 고여 있던 잡념을 털어낸 후에 만난 것이 아니라면

이렇게 큰 감동을 느끼지는 못할 것이다.

나 홀로 뛰는 외로운 시간이 없었다면 이런 황홀경에 빠지지는 못할 것이다.

뭔가 그리움이 없다면 이렇게 쉽사리 감격에 겨워하지는 않을 것이다.

훈련부족, 새벽 4시까지 이어진 친구들과의 술자리, 수 없이 반복되는 오르막과 내리막으로 이루어진 난 코스....

힘들다. 

그러나 그럴수록 정신은 더 맑아지고 가슴 깊은 곳에서 피어오른 감동은 더욱 커진다. 

그래, 행복이다!

여기서 뛰고 있는게 행복이야!

31km, 32km ... 달려온 거리가 늘어날수록 앞으로 남은 거리가 점점 줄어든다. 

예전 같으면 어서 빨리 이 고통에서  벗어나야지 하는 마음뿐었을텐데...

이번엔 이 시간이 그대로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마지막 2km... 이젠 힘든 시간이다. 참아야 하는 시간...

아무리 힘들어도 시간은 가고 드디어 결승점... 정점미, 안현천, 김현우, 안영균님 등이 반갑게 맞아 준다.

뜨거운 포옹으로...

아! 마쳤다.

4:52:49. 사진기를 들지 않고 뛴 마라톤 중에서는 최장 기록이다. 

힘들었지만 오랫동안  행복한 시간이었다. 

[카우보이]

만나서 반가웠다... 카메라 안들고 달리는 네 모습보니 좀 이상터라... ㅎㅎ... ^^~~

[전차]

나도 반가웠다. 난 언덕에서 낑낑거라고 있는데 바람처럼 가볍게 지나가더구먼...

[금박(황금박쥐)]

후훗 카메라 대신 네 눈과 마음으로 풍경을 담았구나.

[전차]

카메라를 안들고 가서 많이 아쉬웠다... 정말 끝내줬는데... 카메라가 없어서 더 잘보기는 했을 거다.

[미서니]

전차 만나서 반가웠다 ,풀메러 가면서 새벽까지 술을 마시다니 고생마니한것같고 산악만큼이나 힘든코스 완주하느라 수고가 많았네~~~

[전차]

반가웠다. 얼굴만 보고 헤어져서 아쉽기도 했고....

[티무르]

즐기는 마라톤의 典型이랄 수 있겠다. 좋네.

[전차]

빨리 못가니 경치라도 봐야지...

[ironman]

울리불리 해안도로로 뛰었구나 고생했다 고영우 박사님 서울 신당동 사시는분 맞나 고박사님 풀 100회 넘었고 매일 남산을뛴다

[전차]

최근엔 고박사님 자주뵙는다... 참 재미있는분이시더라.. 실력만 되면 계속 같이 갔을텐데...

[들개]

글도 참 아름답다. 풍광과 인심 만큼이나....행복해 보이네. 여유도 있어 보이고. 보기 좋구나.

[전차]

내글이 아름답다니 고맙다. 글로는 부족하지만 정말 아름다웠다.

[말토나]

대단한 체력?.ㅎㅎ 새벽4시까지 술마시고 마라톤하는건 좀 심했다.....그쟈?

[전차]

우짜다보니 4시가 되었더만... 그렇다고 안뛸수도 없고.. 뛰다보니 ...

[노루]

전차야! '아름다운 항구도시 여수'2012세계박람회 유치기원' '엑스포'에서 새해 첫풀을 멋지게 장식했구나~~

[전차]

완주는 언제나 기분 좋아. 언제 한 봐야지? 촬영맨하고 함 보자.

[운두령]

멋진 후기다..나도 산행하다 정상에 오르면 못내 아쉬움을 느낄때가 많다..더 오를 수 없으니까 ..점점 하산이 임박해 지면 못내 아쉬어서 술 한잔으로 달래곤 하지..ㅋㅋ

[전차]

그래 산에서 내려올 땐 아쉬울 때가 더 많지... 거기서 그냥 살수도 없꼬

[종이별]

나는 언제쯤이나 주변 풍경을 감상하며 달리기를 즐길수 있을까??

[전차]

지금이라도 그냥 봐. 달리기 실력하고는 상관없어. 정말 잘 달리는 사람은 아마 달리기 자체를 즐길걸... 경치하고 상관없이...

[야생초]

전차야! 니가우예 안현천.정점미씨를아냐 창원말톤클럽 회원이다 역씨 교수라서 틀리누만....

[전차]

제법되었다. 그양반들 안지는... 2003년 로테르담도 같이 갔었고...

[허무 강]

역시 너야말로 고수에 반열에 오른 듯 하다, 주변경치 볼 것 다 보면서 달리는 너야 말로 고수중에 고수다! 올 첫 완주를 축하한다!

[전차]

고수는 무슨 ^0^ . 잘 달리지도 몬하는데... 그런데 이번 여수는 참말로 분위기 쥑이더라.

[박승훈]

머슴가이를 대동하고 뛰셨군...

[ironman]

다들 버려 욕심도 기록도 그럼 주변 풍광이 한 눈에 들어온다

[양주댁]

대단한 멍들이다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도 풀코스를 완주 하다니.. 염려 되는건, 건강에 해가 될까봐..

[장미]

올해 첫 풀을 멋지게 장식했구나 맨몸으로 달리는것도 버거운데 참말로 대단하구나.전차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