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포에 가다
9반 전명수
경북대학교 평화문제연구소가 운영하는 통일시민대학을 수료한 제4기생과 제7기생이 연합으로 하루 나들이행사를 계획하여 오늘 18명이 동행하게 되었다. 대구시 중구 반월당에서 아침7시에 출발한 관광버스는 성서 홈플러스를 경유, 구마고속도로를 달린다. 휴게소마다 관광버스가 만원인걸 보면 관광시즌임이 실감난다. 차창 밖으로 바라보이는 산야는 온통 푸르름 그대로다. 오월의 신록이 싱그러운 연두색 이파리라 한다면 유월의 신록은 한껏 우주의 기운을 들이마시어 완숙미의 녹색을 뿜어내고 있다. 들판에는 오래전에 심은 모가 뿌리를 내려 완전히 착근 한 듯 제법 파란색을 띠고 있고 이제 막 모심기를 마친 논배미도 드문드문 보이기도 한다. 옛날에 이모작을 할 때는 모심기 적기를 하지(夏至) 전 삼일, 후삼일이란 말도 있었지만 요즘은 보리농사를 거의 짓지 아니하니 모를 일찍 심게 되는 것이다. 버스는 남해고속도롤 달리다가 사천 IC에서 꼬불꼬불 시골길을 달리더니 산길을 타고 숨 가쁘게 오른다.
산마루 주차장에 하차하여 작은 암자로 올라간다. 약 600여m정도 걸으니 급경사진 산 9부 능선에 터를 잡고 앉아있는 암자가 고성 청량산 문수암이다. 경남 고성군 상리면 무선리 산134번지에 위치하고 있다. 법당과 천불전, 독성각이 이 암자를 구성하고 있는데 뒤쪽에는 깎아지른 바위절벽이고 아래쪽으로도 급경사를 이루고 있으며 계단도 가파르게 설치되어 있다. 뒤편에는 바위벽에 동굴이 보이는데 설명을 듣지 못하여 어떤 내력이 담겨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문수암은 대한불교조계종 제13교구 쌍계사의 말사이며 신라 신문왕 8년(688년)에 의상조사가 창건하였다고 전한다. 의상조사는 구도 행각중 남해도로 가다가 산 아래 마을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었는데 현몽을 얻어 걸인으로 화현한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의 인도를 받아 이곳에 오르니 과연 해동 절경지라 할 만하고 한려수도의 수많은 섬들이 비단에 수를 놓은 듯 절경이었다. 산세가 수려한 이곳은 삼국시대부터 명승지로 유명하였다고 하며 신라의 화랑들이 이곳에서 연무수도를 하였다고 전한다. 산기슭에서 무예 수련하는 모습이 흡사 신선 같다하여 마을 이름을 무선리라 부르고 있다. 근대에 고승 청담대종사와 정천 대종사의 수도처로 유명하며 이곳에는 청담대종사의 사리탑이 세워져 있다. 이 사리탑도 깎아지른 절벽위에 조성되어 있는데 주위에는 바위와 천년도 더 살았을 법한 노송들이 바위틈에서 꿋꿋하게 자라고 있다. 사리탑은 8각 원당형으로 조성되어 있으며 2단의 기단위에 탑신과 상륜부로 구성되어 있어 다른 사리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법당에는 석가모니부처와 문수, 보현보살이 협시하고 있으며 후면에는 탱화가 걸려있다.
남쪽 건너 산정에 위치한 약사전(藥師殿)으로 바삐 걸어간다. 입구 일주문에는 海東第一藥師道場(해동제일약사도장) 현판이 걸려있고 비스듬히 오르는 암자입구에는 자갈이 깔려있으며 길 양옆에는 원형으로 다듬은 향나무가 가로수처럼 나직하게 서있고 뒷줄에는 그보다 높은 소나무와 동백나무가 사이사이에 원형으로 손질하여 심어 놓았다. 약사전은 3층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흔히 보는 사찰 양식의 건물이 아니고 콘크리트 건물로 산정의 지형에 따라 지어 놓았다. 2층은 법당이고 그 위층에는 대형 야외 약사여래불상이 금빛 찬란하게 조성되어있다. 특이한 모습이 보이는데 대형 불상 앞에 그보다 작은 약사여래불을 조성하여 놓았는데 그 의미를 알 수가 없다. 그리고 대형 불상 왼쪽에서 뒤로 돌아 오른쪽까지 벽체를 조성하고는 일정한 간격으로 작은 동종을 달아 놓았는데 그 숫자가 대략 쉰 개는 되는 듯하다. 그런데 그 종은 손으로 몸통을 돌리면 돌아가게 되어 있는데 모두들 하나하나 빠짐없이 다 돌리고 내려간다. 본인은 물론 가족들의 건강을 염원하는 듯하다. 약사여래의 효험이 나타나기를 염원하는 마음과 정성이 간절할 것이니 하는 말이다. 일주문 밖에는 쉼터가 세워져 있고 탁자와 의자가 비치되어있어 점심식사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버스에는 안내하는 여성 두 분이 식사를 챙겨주는데 손놀림이 재빠르고 배식부터 마무리까지 능란하게 처리한다.
버스는 서서히 산정에서 내려와 사천시내로 들어와 삼천포항 인근에 위치한 유람선 선착장에 도착하였다. 유람선을 타고 약1시간 40분정도 삼천포 앞바다를 돌아보게 된다. 3층 규모의 크루즈 유람선인데 한꺼번에 천명이 승선한다. 유람선 1층에 오르니 뒤편에 낮은 무대가 마련되어 있고 바닥 중간까지는 비어있는 상태이고 그 앞으로는 의자가 놓여있다. 천장에는 오색찬란한 조명이 밝혀져 있으며 템포가 빠른 음악이 시끄럽게 울려 퍼지고 있다. 모두들 음악에 맞추어 신나게 춤을 추는데 그 광경이 장관이다. 대형 디스코텍에 들어온 느낌이다. 유람선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러시아풍의 무용수들이 무대에 올라 무용을 펼치고 있다. 네댓 차례 의상을 갈아입고 율동을 보여 주더니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무희기 등장하여 부채춤과 고전무용을 선보인다. 이를 황진이 쇼라 부른다고 한다. 유람선은 삼천포대교 아래로 지나간다. 삼천포대교는 남해군 창선도까지 이어지는 연육교로 초양대고, 늑도대교, 창선대교까지 약3.4km인데 한려해상과 조화를 이룬 국내 유일의 교량 전시장이라 불리어진다. 산과 섬, 산과 바다를 잇는 천혜의 자연경관과 조화를 이룬 다리로 예술적 조형미가 어우러진 관광명소이며 한국의 아름다운 길 대상을 수상하였다고 한다. 실안 죽방장, 마도, 단항대교, 기타 섬, 신수도, 화력발전소, 코끼리 바위, 남일대 해수욕장, 씨앗 섬을 거쳐 선착장으로 돌아온다. 육지에서 그리 멀지않은 연안으로 항해하는 유람선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그야말로 청정해역이라는 말을 확인해주는 것 같다. 맑고 깨끗한 바다를 가르며 미끄러지듯 항해하는 유람선은 하얀 포말을 일으킬 뿐 조금도 흔들림이 없으니 바다가 호수같이 잔잔하다. 각층마다 스크린과 음향장치가 비치되어 있고 지나가는 위치의 주변 명소를 설명해 주고 있다. 갈매기가 여유롭게 날아다니고 이름 없는 작은 섬 위에는 소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으며 섬 아래 바위는 침식작용에 의하여 갖가지 형상을 하고 있는데 코끼리바위, 사지바위 등으로 이름을 붙여놓고 있다. 바닷바람도 시원하고 바다 공기는 산속의 공기보다 더 맑은 기분이다.
이렇게 개인적으로는 여행하기 쉽지 아니하고 산정에 위치한 두 개의 암자와 크루즈 유람선을 탑승하여 삼천포의 연안 명승지를 돌아보는 기회를 갖게 되어 동문들 간에 친목도모는 몰론 응집력과 유대감이 더욱 돈독해진 듯하다. 마지막 코스로 바닷가 어느 횟집에 들려 생선회 안주에 소주잔을 기울이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는 시간을 보낸 듯하다. 언제 한번 기회를 만들어 이곳에 다시 와서 삼천포에서 남해 금산으로 이어지는 연육교를 달려보고 싶다. 그리고 임진왜란 때 승병의 숫자가 엄청 많았다는 다솔사(多率寺)에도 가보고 싶다.
첫댓글 고성 청량산 문수암에 다녀 오셨네요. 산과 섬, 산과 바다를 잇는 천혜의 자연경관과 조화를 이룬 다리로 예술적 조형미가 어우러진 관광명소을 다녀오시고 3층 규모의 크루즈 유람 선을
타시고 좋은 친구들과 좋은 음악에 하루을 잘지네 셨네요 송하님 좋은 글귀 잘읽고 갑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삼천포도 볼 것이 많군요. 문수암, 약사전도 전통 있는 불교 도량이군요. 유람선을 타고 삼천포 앞바다를 구경하는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네요. 송하님, 잘 읽고 갑니다. 행복하세요, 송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