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사이 겨울답지 않은 날씨가 계속되었다. 이제 봄이 오려나! 아침에 눈을 뜨면 쉬엄쉬엄 산책하다 공간의 벤치에 앉아 시간을 보내다 들어온다. 날씨와 기온을 가름하기 위해서였다. 신문을 펼친다. 밖에 나가서 사람을 접촉해보면 공부를 많이 했어도 무식한 사람이 있고, 크게 배우지는 못했어도 이것저것 아는 것이 많은 사람이 있는데, 이는 대개가 신문을 보느냐 안 보느냐에 따라 차이가 난다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다. 놀고 있는 무식한 사람이라고 손가락질을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신문 정도는 독파해야 하지 않겠는가. 신문에는 반드시 알아야 할 정보도 있고, 나가서 아는 척하고 싶은 정보도 있기 마련이다. 신문은 한마디로 지식의 보고寶庫였다. 신문을 펼쳐 들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신문 1면은 ‘윤 징역 5년 법원 불법 계엄 첫 인정’ 일 년이 지나도록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법원에서 지루한 공방이 계속되고 있으며, ‘코스피 5000’ 고지가 보인다는 기사였다.
아침 밥상을 받아든다. 맑은 대구탕에 시금치 초고추장 무침과 소소한 찬이 전부다. 유튜브 방송을 틀었다. 귀에 익은 기자의 목소리가 가볍게 들려온다. 밥상머리는 항상 조용하다. 느긋하게 식사를 한다. 밖에서 식사할 땐 무엇에 쫓긴 듯 먹었지만, 집에선 천천히 오랫동안 즐긴다. 어제 지인의 텃밭에서 섬초시금치를 그대로 뜯어 씹었다. 정말 단 맛이 확 올라왔다. 역시 시금치는 겨울이 제철이었다. 최근에 고령 인구 비율이 빠르게 늘고 만성 질환 관리와 식습관 조절에 관한 관심이 커지면서 음식이 한층 주목받고 있다. 인공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염분과 자극을 최소화한 조리 방식을 선호하기 때문이며, 집에선 발효 음식 재료를 많이 사용한다. 기분 좋은 아침 식사였다.
뜨거운 커피를 머그잔에 받아마신다. 오늘도 고행의 시간이 시작된다. 새벽에 일어나서는 아침나절에 해야 할 일을 생각하고, 밥을 먹은 뒤에는 낮에 해야 할 일을 생각하고, 잠자리에 들었을 때는 내일 해야 할 일을 생각해야 했다. 일이 없으면 그냥 가지만, 일이 있으면 합당하게 처리할 방도를 찾아야 하고, 그런 뒤에 글을 쓴다. 하지만 여러 가지 문제로 붓을 한동안 놓았지만 이제 하루 서너 시간은 붓과 씨름을 한다. 누구는 취미 생활은 취미 정도로 가볍게 끝내라고 하지만, 마음속의 객기가 발동하여 먹을 갈 동안 오만가지 생각을 하며, 먹물의 농도를 맞춘다. 하얀 화선지를 펼쳐 써 내려간다. 공모전이 한 달여 남았다. 길은 먼데 날은 저물고, 비는 오는데 송아지는 배고프다고 울어대는 꼴이다. 그러나 마지막 시련이기에 온 힘을 기울여본다. 세상일이란 갑자기 일어나는 법은 없다. 하나의 씨앗이 자라서 나무가 되고 그런 연후에야 꽃이 피고 열매가 달리지 않는가. 사람의 생활도 마찬가지였다. 사람의 일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시대의 흐름에 지배당하고 있는 것이었다.
낙선을 해보지 않으면 입상의 의미가 퇴색한다. 실패를 해보지 않으면 성공을 보장받지 못하는 것과 같다. 태풍이 할퀴고 지나간 자국은 복구하면 된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을 짓밟고 지나간 상처는 쉬 아물지 않는다. 사람의 가슴에 허망함을 심는다. 그 허망함은 하나의 응어리로 자란다. 이번 공모전은 올해 마지막 도전과 시험이라 생각한다.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남의 경험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비록 정도의 차이는 있다고 할지라도 모든 인간에게는 남의 경험을 이용할 수 있는 재능이 있기 마련이다. 남의 경험을 크게 묶은 게 역사다. 경험은 곧 역사의 거울이라는 뜻이다. 거울에 때가 묻으면 비친 사물도 얼룩져 보인다. 그러므로 금가루도 거울에 묻으면 때가 되는 것이다. 앞선 사람의 체본體本에 한 치의 벗어남도 없이 행하지만 쉽게 따라갈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오늘은 대한大寒이다. 이십 사절기 중 마지막 절후다. 소한과 입춘 사이에 듦으로 한 해의 가장 추울 때지만 ‘대한 끝에 양춘 있다’라는 말처럼 가장 추운 시기를 지나면 따뜻한 봄이 온다는 희망의 의미를 담고 있지 않은가. 실제 기온과 상관없이 겨울의 절정기와 봄의 시작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내 마음속이 봄은 아직 찾아올 기미가 없다. 먹을 듬뿍 찍은 붓을, 푸른 하늘에 던져 내 마음을 적어 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