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북해 北海
그 산동성의 성도 省都 제남 齊南에서 동으로 가면 거점도시 청주 淸州가 나오고, 청주에서 남으로 80여 리를 가면 태산 泰山이 우뚝 솟아있고, 동쪽으로는 300여 리를 가면 바닷가에 자리한 북해 北海가 나온다.
지명 地名이 왜, 북해 北海냐?
실제 지도를 보면 황해의 북쪽, 발해만에서 ‘북해’라고 칭할 만한 장소는 요하의 하구 즉, 요동만이다.
요하의 하구가 발해만의 가장 북쪽에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왜?
한참 아래, 남쪽 래주만의 산동성에 북해 北海라는 지명 地名이 붙여져 있는가?
진시황이 중원을 통일 統一하였다.
중원통일.
하화족들이 말하는 천하통일 天下統一이 된 것이다.
춘추와 전국시대를 거치면서 수많은 나라들이 명멸 明滅해간 중원이 통일된 당시.
이곳이 중원의 동쪽과 북쪽의 끝 지점이었다.
즉, 중원의 동단 東端이자 북단 北端이다. 즉, 중원의 동북단 東北端 지점이다.
더 북쪽은 덩치 크고 험악스러운 기마민족인 동이족의 관할영역이다.
그러니 신경 쓸 필요가 없는 지역이다.
아니 오히려, 북방의 기마민족들이 더 이상 남하 南下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래서 공들여, 높고 튼튼하게 쌓은 것이 만리 장성이다.
하화족들이 자랑하는 만리장성.
축성 築城한 그 당시의 국력과 심리 心理, 그 사유를 안다면 자랑거리라 할 수도 없다.
그런데도, 그들은 지금도 만리장성의 길이를 온 유월 (五, 六月) 엿가락 늘리듯이 자꾸 늘리고 있다.
고구려의 천리장성도 만리장성이라 주장한다.
산해관이 만리장성의 끝인데, 계속 동진 東進하더니, 이제는 한반도의 평양까지도 이어져 있고, 러시아의 흑룡강까지 열심히 뻗어 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추세로 늘어나면, 언젠가는 지구 전체를 휘감을 태세다.
그 들은 서남 西南, 서북공정 西北工程이 그들의 의도 意圖대로 성공했다고 여기고 있으며, 동북공정 東北工程이 끝나면, 다음 차례로 지구공정 地球工程까지도 염두에 두고,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들은 돌 무더기만 보여도, 흙담만 나타나도, 성터의 흔적만 있어도 모두 만리장성의 잔재 殘在로 확신 確信하고, 치부 置簿해버린다.
북해는
당시, 중원 사람들이 갈 수 있었던 ‘북쪽의 끝’이다.
바다의 북쪽 끝 그러니, ‘북해 北海’로 불렸다.
북해 해변에서 북쪽을 바라보면 망망대해 茫茫大海다.
바로 발해만 渤海灣이다.
발해만을 세분화 細分化시켜,
요동반도 북쪽해안 즉, 요하가 유입되는 만을 요동만 遙東灣,
영정하와 조선하가 유입되는 서쪽 해안은 발해만 渤海灣,
황하가 유입되는 남쪽만을 래주만 萊州灣이라고,
세 곳의, 만 灣을 구분시켜 호칭 하기도 한다.
* 지도 - 세분화 된 발해만
하여간, 당시 중원 사람들은 이곳 발해만의 제일 남쪽인 황하의 물이 입해 入海하는 래주만이 세상의 북쪽 끝이라 여기고, 지명도 북해라 칭해오고 있었다.
중국의 각종 소설에 등장하는 유명한 지명인 북해 北海 즉, 중원의 북쪽 끝자락이 이곳이다. 그 북해를 지금은 등주 登州로 개칭 改稱하여 부르고 있다.
북해 해안에서 멀잖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 양안 兩岸 마을은 북쪽에는 제수 濟水의 한 지류인 삼강 三江이 흐르고, 남쪽은 산으로 조성되어 있어 섬이나 다름없다. 육지 속의 섬 모양새다.
주위가 온통 바다와 강이다 보니 늘 물안개가 아스라이 끼어있으며, 멀리서 보면 바위 몇 개와 큰 나무 (喬木) 몇 그루만 어슴푸레하게 보일 뿐이다.
그러니 외부의 소식에 어둡고, 외부인들도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 지형에 자리하고 있다. 천연적인 은신처라 할 것이다.
그러니 산동성 지역에서 봉기하여 중원을 휩쓸고 있는 적미군 赤眉軍의 소식도 모르고 양안 마을은 아직까진 별 피해도 없다.
3년 전,
중원 中原에 풍운 風雲이 감돌자 박달 거세가 동이족의 연락처 겸, 처와 어린 아들을 피신시킬 해안가의 은신처를 찾던 중 우연히 발견한 비밀 장소이다. 더구나 주민 대부분이 부여계 맥족 즉, 동이족들이었다.
한편,
이처럼 조용한 시골 마을에 오랜만에 외지인이 나타나고 다소 소란이 번지고 있다.
기마병과 한차례 입 다툼을 벌이던 당돌한 이중부는,
“이제 저녁 먹으러 갑니다”라며 박지형과 패거리들에게 “가자”하며 앞서 걷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앞서 이중부를 공격하였던 장영이란 기마병이 박지형의 앞을 말을 탄 채 가로막는다.
“꼬마야 잠깐 우리랑 얘기 좀 해야겠다.”
처음 보자마자 손으로 공격을 가해온 기마병에게 좋은 감정이 있을리 없는 박지형은
“저는 아저씨를 알지 못하니 그냥 갈래요” 하며 옆으로 비켜선다.
장영은 마상에서 땅 위로 훌쩍 뛰어내리더니 박지형에게
“좀 전엔 내가 급한 마음에 무례한 행동을 했으니 사과할게. 미안”
험상궂은 모양새와 달리 부드럽게 말을 건넨다.
“부친 성함이 어떻게 되지!”
순간,
박지형의 귀여운 얼굴이 모로 찌그러진다.
심기가 불편해져 볼멘 표정으로 이중부를 바라본다.
이중부도 박지형의 눈길이 부담되는지 애써 외면하며, 붉게 물든 석양의 저녁놀을 바라본다.
그때,
“지형아~~”
젊고, 단정해 보이는 새댁네가 머리에 두건을 두른 체, 박지형을 부르며 동네 어귀로 나오고 있었다.
“어머니” 박지형이 달려가 어머니 손을 맞잡는다.
박지형의 어머니는 주위에 말과 낯선 기마병들이 있자 경계의 눈길로 잠시 훑어보다가,
“늦었다, 빨리 저녁 먹으러 가자” 아들의 손을 이끌고 동네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기마병 중 뒤늦게 나타났던 갈색 말을 타고 온, 강 교위가 말에서 내리면서
“부인 夫人 잠시만요” 하더니,
“지형의 부친이 박달 거세님 맞으시죠?”하고 묻자, 박지형의 어머니는 불안 불안한 눈빛으로 대답은 못 하고 기마병들의 눈치만 살피고 있다.
강 교위는 두 손으로 공손히 포권 抱拳의 예를 갖춘 후,
“저는 강 맹우라 합니다. 산동성에서 둔기 교위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박달 거세님의 명 命을 받고 왔습니다”라며 품속에서 손가락 두 개 정도 크기의 오죽 烏竹 한 조각을 꺼내 들고 두 손으로 공손히 박지형의 모친에게 건넨다.
박지형의 어머니는 오죽을 받아 들고 들여다보니, 새 모양의 대나무 조각이다. 자세히 보니 정교하게 조각된 까마귀 모양이다. 까마귀 배 부분에 ‘朴’, ‘三’ (박, 삼)이란 문자가 새겨져 있다.
조선 朝鮮 단군 檀君 왕검의 신표 信標다.
100여 년 전 그러니까, 기원전 108년.
한무제 漢武帝와의 조한전쟁 朝漢戰爭시 요서대전 遼西大戰에서 적잖은 타격을 입은 조선은 번 조선 관할인 요서 지역을 상실하고, 한의 한사군 漢四郡 설치를 허용하고 말았다.
이후,
요서 지역 상실에 대한 책임론으로 갑론을박 다툼이 심해지더니 급기야, 내분이 일어나 유구한 세월 강성했던 조선은 여러 갈래로 찢기고 말았다.
그 이전 以前,
요하 상류인 서요하와 대흥안령산맥 남쪽의 적봉 赤峯지역에 거주하던 배달 동이족들 중, 수 세기 전 이미 서북 방향으로 진출하여 초원을 장악한 흉노족은 한반도의 이탈세력 離脫勢力으로 분류되고 있으며,
당시,
한사군 설치로 인하여 서북 방향으로 피난한, 번 조선 유민의 일파는 이전의 흉노족과 재합류하였다.
만주와 한반도지역은 진한, 변한, 마한의 삼한 三韓이 자리 잡고,
동북 지역은 예. 맥족이 주축이 된 부여, 옥저, 동예 등으로 갈라졌고, 더 북쪽은 동이 맥족의 한 지파 支派인 말갈족이 형성되었다.
그중 북부여가 조선의 계승국 繼承國으로 자리 잡았고, 북부여의 왕자 주몽은 졸본부여로 귀화 歸化하여 왕이 된 후, 국호를 고구려로 바꾸었다.
추모성왕 鄒牟聖王 고주몽은,
북부여를 개국 開國한 동명성왕 東明聖王 해모수의 위대함을 기리고자, 해모수의 고향인 송화강 松花江 유역의 지명 地名인 ‘고구려’ 高句麗를 국호로 삼고, 다물 多勿을 국시 國是로 내세우고, 옛 조선의 부흥을 꾀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시점에 단군 신표가 나타나다니.
“박지형의 아버지 신표가 분명합니다. 지형이의 아버지는 어디 계십니까?”
“현재 사로국 斯盧國과 신 新, 두 나라 모두 정세가 매우 급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박달 거세님은 압록수(현 요하)에서 출발하여, 조선하를 거쳐 이쪽으로 오고 계시는데, 명을 받고 저희가 먼저 도착했습니다.”
박지형의 어머니는 까마귀 모양의 오죽 신표를 품속에 단단히 갈무리한 다음,
“언제쯤 오신대요?”
“수일 내로 도착할 것입니다”
“마님과 지형의 안위 安危가 염려되어 저희를 먼저 보내신 것입니다.”
아버지 박달 거세가 온다는 소식에 박지형은 일그러져 있던 얼굴이 활짝 펴진다.
“어머니, 아버지께서 오신다고요?”
박지형은 신이 났다.
“일단 저쪽, 우리 집으로 갑시다”
박지형 어머니는 기마병들에게 집 방향을 손으로 가리키며 앞장섰다.
“넵, 알겠습니다. 그런데 다른 일행도 있어, 도착하면 같이 가겠습니다.”라며 강맹우는 답하더니, 장영을 보고는
“장영, 자네는 대군 마님을 모시고 먼저 가 있게”하고는 박지형의 어머니에게 포권으로 예를 갖춘 후, 말 고비를 당기며 나머지 기마병과 좀 전에 왔던 길로 되돌아갔다.
낯선 외지인의 출현에 호기심이 생겨 집에도 가지 않고, 추이를 지켜보고 있던 동네 꼬마들도 그제야 뿔뿔이 각자 흩어졌다.
첫댓글 지명의 유래가 있었군요. ㄳ...
잘 읽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