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와 벌
태양이 이글거리다 지쳐가는 해질 무렵
불쾌한 공기가 폐부에 쌓여 호흡이 거칠다
무거운 의지로 어디론가 향하는 라스꼴리니꼬프
가난은 무엇을 추구할 수가 없는 한계다
돈에 빠져 희망이 보이지 않는 세상
고독의 머릿속에서 갉고 닦은 도끼로 이상을 만들자
가난한 사람들을 골방으로부터 행복한 공리주의로.
밀폐된 공간 속, 전당포 고리대금업자 노파를 죽이다.
비범인非凡人은 양심보다 자기합리화가 우선이지
나는 범죄를 저지하고 양심을 팔 권리가 있다
왜냐면 비범하기 때문이야
凡人은 무조건 순종하여야 하고 법률을 어길 권리가 없다
왜냐면 평범한 사람들이니까
가난한 자는 돈을 사랑하는 것이 모든 악의 근원이라고 하지
부자는 돈이 부족한 것이 모든 악의 근원이라고 하지
라스꼴리니꼬프가 만든 돈의 규칙, 정의관
가장 큰 악은 가난이며 그것을 방관하는 것이 죄이다
악덕으로 축적한 부를 빼앗아 가난한 자에게 나누어 주리라
그의 사상적 오류, 나는 죽기를 소망해
버림을 받은 순간에 자신은 너무 우습고
삼각형에 갇힌 콤플렉스는 무고한 살인을 저질렀다
어느 날 찾은 창녀 소냐의 헌신적인 사랑
타인을 위해 늘 자신을 죽이는 이중적 생활의 소냐
타인을 죽이고 자신을 죽여도 아무것도 얻지 못한 라스꼴리니꼬프
그 소외, 괴로움과 독단 속에서 살아온 벌
이성의 광기 속으로 가라앉는 자폐적 청춘
진정 우월할 수도 악하지도 못해 끊임없이 회의하는 죄책감
팔년이란 감옥생활을 눈물로 채운다고 하여도
죄가 만든 상처를 치유할 수 없는 것
영원히 그 굴레에서 고통, 어둠도 지쳐가고 있다
‘관계의 죽임이 죄라면 그 죽은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것은 벌이다’
결국 관계의 회복은 사랑의 구원이라고
이 병들어 창백한 얼굴에서는 이미 새로워진 미래의 아침노을
새로운 삶을 향한 완전한 부활의 서광이 빛나고 있다.
그들을 부활시킨 것은 사랑이었고, 한 사람의 마음속에 다른 사람의
마음을 위한 삶의 무한한 원천이 간직되어 있었다.
그는 다만 느꼈다. 변증법 대신에 삶이 도래했고
의식 속에서 무언가 전혀 다른 것이 형성되어야만 한다는 것을 *
* 도스토예프스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