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양주의 '안상철미술관'이다. 2022년 10월 20일까지 진행한 전시회에 총 16명의 화가들이 <사유하는 빛>라는 주제에 맞춰 작품을 출품했다. 금번 여행기에서 미술관 전시는 피쳐링이다. 전시 이외의 건축물, 기산저수지, 둘레길, 음식, 브레다 전망 카페를 메인으로 삼았다.
진부하다 못해 상투적인 표현인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점심을 먹고 둘러보기로 했다. 푸드스타일리스트 노영희의 도시락이다. 도시락 포장에 이리 심혈을 기울이다니. 모든 것은 정성이다 혹은 모든 것은 포장이다. 사람도 물건도 포장이다. 로직이 맞는 건가^^
푸드스타일리스트 '노영희의철든부엌' 도시락이다. 잡곡밥에 떡갈비와 전복으로 육류와 해조류, 그리고 야채와 밑반찬이 어우러진 밥상 도시락이다. 코로나로 요즘은 식당에도 도시락 인기가 높아졌다고 한다. 어떤 예술이라도 배고픔을 이길 상대는 없다.
안상철미술관의 정문이다. 국도변에 자리하는데, 도로에서는 건축물이 안 보인다. 정문도 소나무에 가져려 있어 잘 안 보인다. 뭔가 드러나지 않지만, 뭔가 있을 것 같은 모습이다. 온고당 설계사무소가 동 미술관으로 2009 경기도 건축문화상 특별상을 받았다.
정문의 오른쪽이다. 국도와 저수지의 고저차가 8m이다. 그래서 풍광을 살리며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건축의 형태가 땅 아래로 점점 돌아들어가듯이 설계되어 있다. 유리로 이루어진 복도가 건물 내부가 아니라 밖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그 유리에 저수지 물이 비춘다. 그래서 사진의 상부가 흰색과 하늘색 배경이라면, 가운데 유리 건물 뒤쪽은 물색깔인 푸른색이다.
건물 내부에서도 밖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개방감 있게 설계했다. 밖이 잘 보이는데, 창틀이 찍힌 사진이라면 그건 내부에서 촬영했기 때문이다.
정문으로 들어와 내부에서 정문을 촬영한 장면이다. 바닥을 에폭시로 되어 있다. 요즘은 가정집 바닥으로도 사용하는 재료이다.
입장하고 바로 왼쪽에 자그마한 방이 있는게, 그곳에 안상철 작가의 고목에 채색한 작품이 놓여 있다.
안상철 작 <영-81 / Soul-81>(1981)
이곳은 회의도 하고 교육도 하는 룸이다. 전면 유리창에 기산저수지와 그 뒤에 은봉산(378m)이 비춘다.
회의실 옆으로 좁은 통로를 지나가면 전시홀이 나온다. 정면에 있는 그림은 작품인데, 왠지 시력검사 할 때 색맹 구분하는 책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길원 작<2021-O-202>(2021) 장지, 먹, 아크릴
전시실 외관 뿐 아니라 내부도 층고를 다양하게 구분해 놓았다.
그림들이 걸려 있는 전시실에서 바라본 회의실인데, 이것도 층고 설계가 범상치 않다. 불협화음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지루함을 벗어난 건축 디자인이다.
작품을 둘러본다. 현대 예술은 대부분이 추상화 혹은 구상화인 경우엔 팝아트적이다. 그럴 수 밖에 없다. 당시의 사회 상황과 세계관에 맞물려 돌아가는 것이 예술이고, 그래서 현대를 표현하는 예술이 환각적인 라파엘로나 다빈치의 르네상스 시대 같다면 그건 키치이다.
홍순주 작 <결>(2019) 한지, 먹
한지에 수묵으로 그린 아래의 그림을 작가는 두르마리 화장지처럼 둘둘말아서 건넸다고 한다. 처음엔 말려 있었는데, 자연스럽게 스스로 펴졌다.
조순호 작 <녹우 60111>(2022) 한지에 수묵담채
한지에 붓칠을 해 놓아서 동양화의 분위기가 넘친다. 전형적인 포스트모더니즘 회화이다. 왜냐하면 아래는 4 곱하기 8 = 32개의 정사각형 한지에 그려진 것인데, 32개가 반드시 저 자리에 있어야 하는 절대성은 없기 때문이다. 우연으로 점철된 짜깁기의 사회가 포스트모더니즘 아니던가.
이철주 작 <무제>(2007) 한지에 수묵채색
맨 아래부터 고목 작품이 놓인 반층, 그리고 비상구층과 그 위에 다시 회의실 층이 겹겹이 층층이 설계되어 있다.
어찌보면 예술작품은 예술가들의 한풀이와 같다. 작가가 힘들었을 때 끄적끄적 대던 글귀들이라는 설명이다. 그런데 또 그러한 것이 사람들에게는 위안을 준다는 아이러니가 예술 세계이다. 아래 작품의 바탕은 견고한 패턴을 가지지만, 그 위에 낙서처럼 쓰여진 글은 비정형의 우연적인 요소들이다.
송수련 작 <내적 시선 Rain Drops>(2021) 장지 위에 먹, 채색
상부엔 정면이 아닌 옆으로 비스듬히 서 있는 사람, 그 아래 중부엔 엎드려 절하는 (혹은 어깨 스트레칭 하는) 자세가 일곱겹으로 겹쳐져 있고, 하부엔 핸드폰 보는 인간이다. 위의 인간의 반대쪽을 향하고 있다. 그림 전반에 점점이 있는 바, 패턴이 없다. 단절, 우연, 무게 라는 단어가 생각났다.
이민수 작 <산조 2103>(2021) 캔버스에 백토, 채색
이런 그림은 아무나 그릴 수 있지 않나? 하고 의문한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괜찮아 보이는 것은 뭘까. 그냥 그런 걸 어찌하는가. 뭘 그려볼려다가, 뭘 잘해볼려다가 잘 안 돼서 다시 쓱쓱 뭉게 지우고, 이것도 해보고 저거도 해보고 그래서 이것도 저것도 안되는 상황 같기도 하다.
이종목 작 <즉비 Holy paradox>(2021) 캔버스 위에 아크릴, 먹, 목탄
요즘 핫한 작가의 그림이라고 한다. 산속에 은둔해 숨어서 고행하는 승려들 모습 같다. 작가 왈, 산악지형 혹은 암석 표면 혹은 울창한 수림 혹은 모래사장 혹은 파도치는 바다 일수도 있다. 거기에서 '잃어버린 시간'을 찾는 여행을 떠난다.
서윤희 작 <기억의 간격>(2018) 한지에 혼합재료
타이틀이 기원인데, 아래 작품을 보면 기원은 이렇게 유리조각처럼 파편화되어 있고, 색깔도 이리저리 섞여 있어 제대로 알 수 없다고 하는 듯하다. 기원은 알 수도, 알 필요도 없다. 현재를 살아라 제발^^
최익진 작 <기원>(2022) 한지에 먹, 염료, 홀로그램 필름, 유리 파, 가변설치
미술관 내부에서 바라본 기산저수지와 둘레길이다.
전시를 보다보면 다시 이렇게 층고가 울퉁불퉁한 곳이 나온다. 그리고 저 아래 문으로 나가면, 저수지에 면한 마당이 나온다.
조환 작 <벽>(2021) 철
위의 작품과 아래의 작품은 동일 작가의 조각으로 제목과 제작연도도 동일하다. 작품이 어디에 놓았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케이스로 여겨졌다. 바닥에 놓은 것, 벽에 거는 것으로 큰 차이가 발생한다.
조환 작 <벽>(2021) 철
마당으로 나와서 쳐다본 안상철미술관의 전경이다. 왼쪽 창고는 수장고인데, 없으면 한결 건축물이 살아날 듯해 보이기도^^
바로 옆은 브레다(Breda) 빵집이다. 미술보고 커피마시고 산책할 수 있는 곳이다.
배경색인 하늘의 색깔에 따라서 다르게 보인다. 자기는 변한 것이 없는데, 똑같은데, 나의 배경이 바뀌면 다르게 보일 것이다.
기산저수지를 따라 약 2~30분 소요의 둘레길이 설치되어 있다.
이번 촬영사진 중 제일 마음에 드는 사진이다. 서로 다름 것들이 맞붙어 있는 느낌이 들었다. 층고도 다르고, 투명과 불투명으로 비교되는 사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