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세 11,1-4.8ㅁ-9; 마태 10,7-15
+ 찬미 예수님
얼마 전에 FM 라디오 클래식 음악 채널에서 ‘미사곡 특집’을 한 적이 있는데요, 미사곡 중 ‘베네딕투스’를, ‘축복하노라’라는 뜻이라고 소개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실시간 댓글 창에 ‘베네딕투스’는 ‘축복하노라’가 아니라 ‘찬미받으소서’라고 두 차례 입력했는데, 끝까지 정정하지 않았습니다.
‘베네딕투스’는 “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분, 찬미받으소서. 높은 데서 호산나!” 바로 이 부분을 일컫는 것인데요, ‘축복하노라’로 번역하면 ‘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분을, 즉 예수 그리스도를 내가 축복하노라’ 이런 뜻이 되잖아요?
저는 ‘미사곡 특집’을 한다고 하면서 어떻게 미사통상문조차 참고하지 않는지, 또 우리나라에 천주교 신자들이 이렇게 많은데, 왜 수많은 방송에서 미사곡 제목을 저렇게 함부로 잘못 번역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오늘은 성 베네딕토 아빠스 기념일입니다. ‘베네’는 ‘좋은’이라는 뜻이고, ‘딕투스’는 ‘말하다’라는 뜻의 ‘디코’에서 온 말입니다. 그래서 ‘베네-딕투스’는 좋게 말한다는 뜻이기 때문에, 하느님 편에서 인간에게 말씀하실 때는 ‘축복’이 되지만, 인간이 하느님께 말씀드릴 때에는 ‘찬미받으소서’가 됩니다.
베네딕도 성인은 그렇게 한평생 하느님을 찬미하셨고, 또 하느님의 축복을 세상에 전해주신 분이기도 합니다. 480년경 이탈리아에서 태어난 베네딕도 성인은 공부를 하기 위해 로마에 갔지만, 타락한 도시 생활에 회의를 느끼고 은수 생활을 시작합니다.
3년 동안 산꼭대기에 있는 동굴에서 생활을 하다가, 그를 따르려는 수사들을 지도하게 되어 성인의 은둔 생활은 공동생활로 바뀌게 되고, 일치와 형제애, 그리고 전례를 강조하는 수도원을 세우게 됩니다.
베네딕토 성인은 또한 수도 규칙을 쓰시는데, 이 수도 규칙이 지금 전세계의 많은 수도자들이 지키고 살아가는 규칙서의 바탕이 됩니다. 베네딕도 성인은 전례를 통한 기도 생활, 공부, 노동, 공동 생활, 그리고 절제와 자선을 강조하셨습니다.
성인의 수도 규칙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들어라, 오 아들아, 스승의 계명을. 그리고 너의 귀를 네 마음에 기울게 하여라.” 이렇게 수도 규칙의 첫 단어는 “들어라”인데요, 신명기에 나오는 “들어라, 너 이스라엘아”라는 말씀을 생각나게 합니다. 이처럼 규칙의, 계명의 첫 단어는 들으라는 것입니다.
오늘 제1독서는 호세아 예언서의 말씀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우상 숭배에 자주 기울었던 이유는 하느님 말씀을 듣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기도하면서 “주님 저희 기도를 들어주소서”라고 말씀드리는데, 하느님 말씀에는 귀 기울이지 않을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제1독서에서 호세아 예언자를 통하여 어머니 같은 아버지 마음을 드러내십니다. “내가 에프라임에게 걸음마를 가르쳐 주고 내 팔로 안아 주었지만 그들은 내가 자기들의 병을 고쳐 준 줄을 알지 못하였다. 나는 인정의 끈으로, 사랑의 줄로 그들을 끌어당겼으며 젖먹이처럼 들어 올려 볼을 비비고 몸을 굽혀 먹여 주었다.”
우리 어머니, 아버지들 모두 자녀를 이렇게 키우셨습니다. 그런데 자녀들이 그건 기억하지 못하고 섭섭한 것만 기억할 때가 많죠. 자녀들이 그러는 것은 정말로 아기 때라 기억이 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해 주신 것은 어떠할까요. 기억하려 하면 기억이 날 텐데, 우리도 섭섭한 것만 기억하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성찰하여 봅니다.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아무것도 지니지 말고 복음을 선포하라 하십니다. 아무것도 지니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모든 것을 하느님께 의탁한다는 것을 드러내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나 한 가지 지녀야 할 것이 있는데, 평화의 말입니다.
“집에 들어가면 그 집에 평화를 빈다고 인사하여라. 그 집이 평화를 누리기에 마땅하면 너희의 평화가 그 집에 내리고, 마땅하지 않으면 그 평화가 너희에게 돌아올 것이다.”
오늘도 우리는 많은 말을 하며 지낼 것입니다. 베네딕투스, 하느님께 찬미를 드리고, 베네딕투스, 사람들에게도 좋은 말을, 듣기 좋은 말이 아니라, 진정 그에게 좋은 말을, 그가 없는 데서라도 좋은 말을 하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먼저 하느님께서 하시는 말씀에 귀를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말과 행위도 하느님께 찬미를 드리고, 형제들에게 평화와 축복을 가져오게 되기를 되기를 기도합니다.
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분, 찬미받으소서.
한스 멤링, 성 베네딕토, 1487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