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방[7588]溫庭筠(온정균)-早秋山居(조추산거)
早秋山居(조추산거)초가을 산에서.
溫庭筠(온정균) (812~870)唐 나라 시인.
山近覺寒早(산근각한조)
산이 가까워 보이니 추위가 빨라져,
草堂山氣晴(초당산기청)
초당에 산 기운은 맑기만 하구나.
樹凋窓有日(수조창유일)
나뭇잎 시들어 햇빛 창에 들고,
池滿水無聲(지만수무성)
연못에 물 가득하니 물소리 들리지 않는구나.
菓落見猿過(과락견원과)
산 과일 떨어지니 원숭이 지나갔음을 알겠고,
葉乾聞鹿行(엽건문록행)
나뭇잎 다 말라 사슴 다니는 소리 들리는구나.
素琴機慮靜(소금기려정)
거문고를 타니 온갖 잡생각 고요해지고,
空伴夜泉淸(공반야천청)
하늘 벗 삼으니 밤의 샘물 소리 맑기만 하구나.
[출처] 早秋山居(조추산거)|작성자 도촌
早秋山居(조추산거)
-이른 가을 산에서
* 온정균(溫庭筠, 812∼870); 중국 당나라 시기의 시인이다. 본명은 기(岐),
자는 비경(飛卿)이며, 지금의 산시성(山西省) 치 현(祁縣)인 태원(太原) 기(祁)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거문고와 피리를 잘 다루었고, 영민하고 문재(文才)가 뛰어나 글을 잘 지었다.
그는 ‘온팔차(溫八叉)’· ‘온팔음(溫八音)’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과거시험장에서 8번 팔짱을 끼었다 풀자,
팔운시(八韻詩)가 완성되었다 하여 붙여진 것이다.
이렇게 재주가 뛰어났지만, 과거시험에는 누차 낙방했다.
산근각한조山近覺寒早
초당산기청草堂山氣晴
수조창유일樹凋窓有日
지만수무성池滿水無聲
과락견원과菓落見猿過
엽건문녹행葉乾聞鹿行
소금기려정素琴機慮靜
공반야천청空伴夜泉淸
산골이라 추위 일찍 찾아드니
초당 가을 기운 더없이 상쾌하네
나뭇잎 떨어지매 창에 햇볕 들고
연못에 물 가득 차니 소리가 없구나
산과가 떨어지자 원숭이 보이고
낙엽 마르니 사슴 발소리 들린다
깊은 밤 맑은 샘물 벗을 삼아
거문고 타노라니 온갖 시름 사라지네
가을은 '제2의 봄'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나뭇잎들이 노랗게 빨갛게 단풍으로 물들기 시작하니
봄에 피는 꽃 못지않게 화려하고 아름답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듯이 단풍도 열흘을 넘기진 못할 것이다.
가을 바람에 찬기운이 강해지고 있다.
서리가 내리면 눈내리는 겨울도 멀지않으리.
'나뭇잎 떨어지니 창에 비치는 햇살이 보이고, 연못에 물 가득하니
물소리 들리지않는다'(樹凋窓有日/池滿水無聲)는 표현에 생각이 깊어진다.
무성한 나뭇잎은 좋을 때도 있지만 때로는 거추장스러울 때도 있다.
여름 내내 창문에 그늘을 만들어 줄 때는 효자다. 그
러나 시야를 가로막는 것이 단점이다.
계절이 바뀌어 잎이 지면 비로소 햇빛이 방안까지 깊숙히 눈부시게 비친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마음의 그늘마저 말려준다.
여름 내내 피해다녔던 햇살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된다.
시인은 '樹凋窓有日'(수조창유일)이라는 표현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이 있었던 것같다. '무성한 나뭇잎이 햇빛을 가린다'는 말은 간신,
측근들이 권력 주변을 감싸 백성들과의 소통을 막는다는 뜻 아닐까.
여기서는 '나뭇잎이 떨어지니 햇살이 보인다'고
역설법으로 표현했다고 보여진다.
'池滿水無聲'(지만수무성)에도 복선의 뜻이 담긴것 같다.
연못은 물을 채울 공간이 있어야하고,
또 아래로 물을 흘려보낼 수 있어야한다.
가득 채우기만하고 밑으로 흘려보내지 못하면 종국엔 둑이 터지게 된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고 싶어하는 성질을 갖고 있다.
재물과 권력도 마찬가지다. 고이면 썩는다.
계곡의 연못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것은
비정상이라는 얘기다. 연못에 물은 7할을 넘어서는 안된다.
그것은 댐의 관리수위 이기도 하다.
온정균은 '樹凋窓有日' '池滿水無聲'이라는 시어를 통해
당시 부패하고 소통안되는 꽉막힌 정치를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당나라때 천재 문인인 그는 정치를 비판하고 부패한 자를 폭로한
시문을 지은 것이 화근이 되어 좌천을 거듭하다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