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내리는 일요일은,
집 쇼파에 누워서,
짜장면 시켜먹는 날인데...
나는,
일요일 오후에,
비가 온다고 해서,
산으로 갔습니다.
물도 없고,
가방도 없이,
오로지 맨몸으로...
비오기 전에,
산엘 다녀와서,
골뱅이랑 막걸리 한잔하려고...
관악산 입구에 왔더니,
비가 오려고,
날이 꾸물꾸물 하네요.
요즘은,
겨울날씨가 너무 푹해서,
얼음 구경이 힘든데...
근래,
반짝 추웠다고,
관악산 물레방아에,
얼음이 있네요.
여기는,
호수공원이라고 하는데...
특별한 곳은 아니고,
그냥 호수만 덩그러니 있는데...
오늘은,
호수 중앙에서 뭔가 움직임이...
잘보면,
뭔가 보이는데...
눈이 침침해서,
그냥 확대를...
날이 안추워서,
개나리가 피고,
연산홍이 피는 경우는 봤는데...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뭐라 할말이 없네요.
어미 한마리,
그리고 새끼 10마리...
얼어죽지 않고,
잘 살아야 하는데...
잘살겠지요???
비가오려고,
날은 꾸물꾸물하는데...
날이 푹해서,
마치 봄비가 오려고 하는 듯...
평소 겨울에는,
계곡이 얼어서,
걸을 수가 없는 곳인데...
올 겨울은,
이런 모습이,
전부인가 봅니다.
얼음은 없고,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로 만족을...
여기 우물도,
한겨울에는,
꽁꽁 얼었는데...
올해는,
물이 졸졸 흐르고...
덧분에,
한바가지 떠서,
벌컥벌컥 들이켰고...
얼음 없는 계곡보다는,
시원한 능선이 좋아서,
코스를 변경했고...
역시,
능선을 오르는 것이,
시원하니 좋네요.
시야도 확보가 되면 좋은데,
비가오려고 우중충해서,
시야는 완전 꽝입니다.
맞은편 바위에,
세사람이 모여서 뭔가 하는데...
정으로 바위를 쪼으기도 하고,
드릴로 바위를 뚤기도 하고...
이유를 알 수 없으나,
정상적인 행동으로는 안보여지고...
가서 물어 보려 했으나,
거리가 너무 멀어서,
한참을 지켜보기만...
만일,
다음에 저곳에 가보고,
뭔가 수상하면,
그때 신고하려고 사진만... ㅋㅋ
등산로 중에서,
음지에는 눈이 있어서,
겁나 미끄럽네요.
난,
아이젠도 없고,
지팡이도 없고...
그래서,
네발로 기어서...
사람이 없으니,
네발로 기어도 부담은 없네요. ㅋㅋ
드디어,
정상에...
10시 47분에 시계탑을 출발하여,
12시 16분에 정상까지...
보통 2시간 걸리는 구간인데,
오리때문에 해찰하고,
수상한 사람 때문에 해찰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빨리 왔네요.
가방이 없으니,
몸이 조금 가벼워서,
속도가 붙었나 봅니다.
날이 꾸물해도,
나처럼 산에 미쳐서,
산을 찾는 사람이 제법입니다.
미친김에,
소소한 소원하나 빌어보려고,
오늘은 특별한 곳을 찾아갈까 합니다.
참고로,
저는 종교가 없습니다.
혹시,
종교에 대한 무지로 인해서,
오해가 생길까 봐서... ㅎㅎ
이 절은,
수 많은 사람들의 사진속에서,
영생을 누리는 암자입니다.
암자의 용도는,
무언가 소원을 빌고,
그 소원이 이루워 지도록,
재물을 바치기도 합니다.
암튼,
보기 좋은 곳에 자릴 잡고,
나처럼 무지한 중생을 깨우치려는 장소입니다.
절에 앞에서,
세상을 굽어보니,
새롭기는 하네요.
내가,
이런 장소에,
조그만 집을 짓고서,
수련을 한다면,
아마도 미쳐버릴 듯...
왜냐하면,
경치 좋고,
모든 사람이 우러러 보는 장소인데,
자랑질을 못해서,
답답해서 죽어 버릴 수도... ㅋㅋ
아래 사진에 보면,
오늘도 변함 없이,
여길 우러러 보는 사람이 한가득이고...
절의 이름이,
부르기도 어렵게,
응진전이라 하네요.
응진을 사전에서 찾아보니,
"생사를 이미 초월하여 배울 만한 법도가 없게 된 경지의 부처이다."라고 합니다.
아마도,
그렇게 훌륭한 분을 위해,
산꼭대기에 집을 짓고,
일정 금액의 돈을 지불하면서,
각자의 소원을 빌고 있나 봅니다.
암튼,
소원을 비는 곳이라,
돈은 지불하지 않고서,
소뭔만 빌었습니다.
날이 꾸물해서,
볼 것도 없고,
빈손으로 올라와서,
먹을 것도 없고...
마땅히 할일도 없어서,
내려가기로...
사진속 봉우리를 지나서,
일반등산로가 아니라,
조그만 오솔길로 접어들어서,
나만의 공간을 찾아볼까 합니다.
그래야,
다음에 올때,
그곳에서 라면이라도... ㅋㅋ
산속을,
이리저리 뒤집고 다니는데,
눈발이 날리기 시작하네요.
비가 오는 것보다,
차라리 눈이 오는 것이,
여러모로 좋을 듯하여,
은근히 기대를 했는데...
나의 기도가,
부처님에게 통했는지,
눈이 점점 심해지고...
나만의 비밀 공간을 찾고 있는데,
거센 바람과 함께,
눈보라가 심해지고...
이때까지만해도,
비가와서 옷을 버리는 것보다,
눈이 좋다 생각하며,
산속을 돌아 다녔는데...
아무래도,
눈발이 심상치 않고...
어둠컴컴한 산속에서,
번개와 함께,
천둥소리가 요란 합니다.
갑자기,
휘몰아치는 눈보라,
귓전을 때리는 천둥소리,
번쩍이는 번개까지...
차라리,
사람이 많이 다니는,
일반 등산로로 갈걸...
그럼,
무섭지는 않았을텐데...
춥고,
무섭고,
등골이 오싹하고...
20분 남짓 내린 눈이,
산속에 소복하게 쌓이고...
길도 없는 곳에서,
아이젠도 없고,
지팡이도 없이 내려 가려니,
막막하기만...
그래도,
사람들이 지나간 흔적을 따라서,
더듬더듬 내려 가는데...
이런 바위 구간이,
사람을 미치게 합니다.
평지에 내린 눈은,
미끄럽지 않고,
밟으면 뽀도독 뽀도독 소리에,
조금은 재미있는 산행이 되는데...
이런 바위에서는,
미끄러운 정도가 아니라,
네발로 기어갈 수도 없네요.
어쩔수 없이,
바위가 없는 곳을 찾아서,
길을 만들면서 내려왔습니다.
그런데,
여기는 어디고,
내가 뭔 일을 했다냐!!!
조금 전에는,
눈으로 생고생을 했는데...
여기는,
눈은 고사하고,
얼음조각 하나도 없네요.
정말 신기하게,
정상부근에서는 눈보라가 휘몰아 치더니,
산 아래 부근은,
길이 촉촉하게 비가 내렸나 봅니다.
암튼,
30분 남짓 눈보라를 겪고서,
눈에 익숙한 산길을 따라서,
한들한들 내려 가는데...
바위에,
얼어있는 얼음 사이로,
솔이끼가 푸르게 살아 가네요.
그런데,
이녀석들은,
겨울에 파래지고,
여름에는 어떤 모습일지,
그것이 궁금하네요.
좀더 커다란 바위에,
이끼 군락지가 있네요.
봄이 되고,
여름이 되면,
여기에 들러서,
어떻게 살아 가는지,
꼭 사진으로 남길까 합니다.
아마도,
사시사철,
푸르고 푸를 듯하지만...
지난해에는,
얼음이 차고 넘쳐서,
모래판이 보이질 않았는데...
졸졸졸 흐르는 물이,
이제는,
겨울은 가고,
어딘가에 봄이 왔다고 말하는 듯...
내가 느끼는 것도,
겨울은 저물었고,
어딘가에 봄이 있다는 확신이...
이제,
이 얼음이 녹고나면,
여기에는,
진달래가 피겠지요.
그런데,
겨울이라 함은,
12월, 1월, 2월까지이고,
3월이 되어야 봄이 시작되는데...
날씨가 너무 포근해서,
내가,
너무 서두르고 있는지도...
암튼,
휘몰아치는 눈보라로 인하여,
산행 마무리를 너무 빨리 했고,
할일이 없어서,
어딘가로 전화했습니다.
통화를 마치고,
버스를 타고서,
어딘가로... ㅋㅋ
통화 했던 친구와,
분위기 좋은 이곳에,
조용히 자릴 잡았습니다.
분위기 좋고,
경치도 좋은 곳에서,
조용하게 대화를 하려고...
주변에,
이놈들이 늘어나자,
목소리는 점점 달아오르고... ㅎㅎ
둘이 앉아서,
이정도면 정리 할때가...
그러나,
현실의 상황은...
비워지는 빈 병은,
또다른 빈 병을 부르고...
비운 병들은,
창가에 고이 모셔두고,
목소리는,
점차 커져만 가고... ㅎㅎ
밝았던 창 밖이,
점차 어두워져 가는데...
이제는,
어둠이 내려앉고,
샐내 백열등이,
창가에 비취는데...
푸른색 빈 병은,
자꾸만 늘어가고...
이시간 이후에도,
빈병은 늘었으나,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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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한잔으로,
건강을 채우고...
술 한 병으로,
우정을 챙기고...
늘어가는 술병으로,
나라를 세울줄 알았으나...
과도한 술병은,
멍멍이가 되었고...
다음에는,
나라 대신에,
우정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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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앨범
천둥과 번개가 있는 관악산 연주대에서...
윤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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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22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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