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회의 시가 있는 아침 240712)
정류장
정두섭
오금에서 오는 건지 더 멀리서 오는 건지
가산으로 가는 건지 더 먼 데 가는 건지
들렀다 가마 했는데, 빈 우산만
활짝 웃고
너무 이른 것만 같고 이미 늦은 것만 같고
오금이나 가산에서 기다리는 것만 같고
소나기, 거의 다 온 것만 같고
다시 올 것만 같고
(시집 : 마릴린 목련 25쪽)/ 김포신문 24.07.12 기고
(시감상)
사람을 태우거나 내리기 위한 잠시 멈추는 장소를 정류장이라고 한다. 종점까지 가기 위한, 혹은 다음 정류장까지 가기 위한 장소. 문득 우리가 사는 삶의 지금 이 지점이 정류장인지 종점인지 다음 정류장까지 가기 위한 잠시 멈춤인지 궁금해진다. 정두섭 시인의 작품은 해답이 없다. 결론을 내리지 않는 것이 특기다. 애초부터 결론이 없는 것인지, 알아서 결론을 내라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특유의 해학 속에 숨긴 삶의 사변화된 모습과 군상이 때론 나와 같아서 곤궁해진다. 다 온 것만 같은데, 다시 올 것만 같은 것이 어쩌면 인생 아닐까 싶다. 불안과 기대, 양면을 가진 동전을 던지며 하루를 보낸다. (글/ 김부회 시인, 문학평론가)
(정두섭프로필)
인천, 신라문학 대상, 경남 신문 신춘문예, 중봉문학상 대상, 2024시집 (마릴린 목련) 출간
https://www.youtube.com/watch?v=duDXQPUzCLM